[한심남녀 공방전]-21.화제 슈퍼잔혹사

[한심남녀 공방전]-21.화제 슈퍼잔혹사

기뿐비 0 1,227 2004.01.30 08:48
늙은제비가 이상하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변 마려운 불우한 승객처럼 닭똥같은 식은땀을 질질 흘리면서 안절부절이다.
노동청장 사모와 나누었던 건전한 사교의 마당이 노동청장에게 발각된 것인가...
사정은 딱하지만 내 자신의 고달픈 인생의 무게에 짖눌려 허우적 거리고 있는 나로서는 타인의 아픔을 돌아볼 여유가 없구나...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싶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정녕 배부른 자의 오만이로구나...
나는 오늘아침 두장의 호떡을 위해 내 영혼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던 필살의 콜렉션 캔디전집을 윗층의 순정이에게 헐값에 매각해야 했다.
단 두장의 호떡을 위해 영혼을 팔아야만 했던 그 절통한 심정을 너희 배부른 자들이 감히 어찌 알겠는가...
나는 인생의 비애에 젖어 츄리닝 깃을 올려세우며 유리문에 이마를 기대었다.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에 흠뻑 젖은 내 입술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애잔한 샹송이 나지막히 흘러나왔다.
'파리 바게트~'
순간 심한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던 늙은제비가 나를 팩 밀어젖히고 유리문에 달라붙었다.
'쫌 비키봐라. 밖에 안보이잖아!'
늙은제비여...못먹어서 힘도 없는데 음악적 견해 차이로 다투고 싶지는 않구려...
'트로트 불러 드리까예?'
문밖을 살피던 늙은제비가 갑자기 버썩 얼어붙었다.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뭐가 와예?'
나는 늙은제비의 시선을 따라 문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치킨집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검은양복을 입은 원맨이 슈퍼를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늙은제비가 파바박 카운터 밑으로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내 보이나?'
위에서 내려다보니 심하게 잘보이는구려...
'눈 깜으마 안보이예'
'내 찾거덩 군대 갔다 캐라'
늙은제비가 출입문을 향해 비호처럼 날랐다.
그러나...때는 이미 늦었으니...
비호처럼 튀려던 늙은제비의 구상은 이미 문앞을 가로막고 있던 원맨의 가슴에 나비처럼 날라 엥기는 걸로 귀결되고 말았다.
'어델 토낄라꼬?'
'토...토끼는기 아이고 마중나갈라꼬예...'
늙은제비의 멱사리를 거머쥐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원맨은 선도맨의 옆집 네이버후드인 조직맨이었다.
설마 조직맨의 여인 불나방주점 왕가슴마담과 부르스 땡기다 걸린것인가...
'오늘까지 돈 안갚으마 파묻어삔다 캤재?'
'이...일주일만 더 시간을 주이소'
늙은제비여...하나뿐인 직원의 월급도 못줄 때 자금융통에 애로사항이 있음은 간파했지만 기어이 그 무섭다는 사금융의 늪에 발을 담근것인가...
'우리는 땅 파가 장사하는줄 아나?'
'파...파묻을라마 땅 파야 되잖으요'
'콱! 주디부터 파묻어주까?'
조직맨이여...아무리 채권자의 어드밴티지라 하여도 너무 하는구나...
어찌 삼촌뻘 되는 연배의 늙은제비에게 그리도 무례한 언행을 보이단 말인가...
선도맨의 정신을 이어받은 ex-걸프랜드로서 도저히 간과할 수가 없구나...
'보소'
'니는 뭐라?'
'사장님의 오른팔인데예'
늙은제비가 눈치없이 내부기밀을 누설했다.
'내 왼손잡이다'
'헛! 진작 카지예'
늙은제비가 회한 어린 눈빛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노사간에 대화가 너무 부족했는갑다'
대외적으로 발표하기에 앞서 사전 내부조율이 너무 미진하였구나...
허나 더 이상의 소모적인 좌우 이념논쟁은 적에게 어부지리로 힘만 실어줄 터...
나는 내부분열을 일축하고 조직맨에게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나이드신 분한테 말버릇이 그기 뭐라예?'
'아따...공자 딸 떴네'
모친의 숨겨진 과거가 공자까지 연결되는 것인가...
'우리 아부지한테는 비밀 지키 주이소'
'맨입에 되나?'
나는 바카스 한병을 따서 조직맨에게 진상했다.
'지킬건 지키 주이소'
믿었던 오른팔이 적과 야합하는 장면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늙은제비가 나의 눈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호소했다.
'초심을 잃지 마라'
아...부끄럽구나...
개인적인 가정사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대의를 져버리고 적에게 빌붙다니...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맨에게 비장의 선도카드를 날렸다.
'입부터 매장해 드리까예 이래 정중하게 다시 여쭈이소'
'이기 누구를 가르칠라꼬 드노?'
'안 가르치도 그런거는 기본이라예'
'그...그라마 니 몸부림 회관에 한테이블 기본이 얼만지 아나?'
먹고 죽을 돈도 없는 내가 유흥비 마련을 위해 빈집을 털지 않는 이상 그걸 어찌 안단 말인가...
나의 취약분야를 노려 문제를 출제하다니 보기보다 용의주도한 놈이로구나...
'전화챤스 쓰마 안되예?'
'시간은 30초다'
조직맨이 늙은제비의 멱사리를 잠시 놓고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나에게 넘겨주려는 순간...
자유의 몸이 된 늙은제비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문밖으로 바람처럼 날랐다.
'거기 안서나?'
조직맨이 늙은제비의 뒤를 쫒아 문으로 붕 날랐다.
그러나 늙은제비를 생포하려던 조직맨의 구상 또한 막 문으로 들어서는 존나1의 가슴에 붕날라 엥기는 걸로 귀결되고 말았다.
'아저씨 뭐꼬?'
'니는 뭐꼬?'
'이 슈퍼 사장딸이다'
'비키라! 느그 아부지 잡아야 된다'
존나1이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파박 양팔을 뻗어 출입문을 완전 봉쇄했다.
존나1아...위험에 빠진 아비를 몸바쳐 지키려는 그 눈물겨운 효심이 정녕 갸륵하구나...
'아저씨가 뭔데 내보고 비키라 마라 카노?'
존나1아...단지 명령조에 대한 반항심이었냐...
조직맨이 존나1을 팩 밀치고 문밖으로 튀어나가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다시 슈퍼로 들어와 존나1을 야렸다.
'니땜에 놓치짢아!'
'와 동성로에서 뺨맞고 와가 낙동강에 대고 화풀이고?'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는 실로 적절한 비유로구나...
조직맨이 콧방귀를 핑 날리며 존나1을 비웃었다.
'모리마 가만 있어라'
존나1의 발언에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오류라도 있는것인가...
'뭘 몰라?'
'내 뺨 안맞았다. 촛대뼈 까이따'
'와 까인는데?'
'수금했는 돈 빠찡꼬서 다 날리가꼬 형님이 까셨다'
'존나 장하다'
조직맨아...금번 화제슈퍼 채무상환 프로젝트가 잃어버린 형님의 신뢰를 회복할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겠구나...
조직맨이 새롭게 결의에 불타는 눈빛으로 존나1의 멱사리를 잡았다.
'느그 아부지 어디 숨었는지 대라'
'모린다'
'모린다카마 다가?'
존나1이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다'
'이기 장난치나?'
조직맨아...네가 아직 존나1의 캐릭터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구나...
존나1은 진정 모르면 다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녀란다...
'아부지는 와 잡을라 카는데?'
존나1아...내년에 물어보지 그랬냐...정녕 궁금하기는 한게냐...
'돈 안갚고 튀따'
'그라마 대신 저 아지매 데꾸 가라'
존나1이 손꾸락으로 나를 찍자 조직맨이 전문가의 눈길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운송비 몬 건진다'
존나1도 밉지만 조직맨 니가 더 밉구나...
조직맨이 다시 존나1에게 고개를 돌리자 존나1이 파바박 팔로 몸을 감싸며 조직맨을 야렸다.
'내는 어림도 엄따'
'니도 인건비 안나온다'
조직맨아...잠시 미워했던 것 사과한다...
최고경영자와의 담판에도 실패하고 인재양성을 통한 채무변제 가능성에도 회의를 표한 조직맨이 최후통첩을 내렸다.
'오늘부터 이 점빵 내가 접수한다'
'절때로 안된다!'
역시 아비의 피와 땀이 어린 슈퍼가 넘어가는 것을 딸된 도리로 차마 그냥 볼수 없는 것이로구나...
'그라마 내는 어디가서 햇반 무라꼬?'
존나1아...아비의 피와 땀의 결실이 한순간에 날라가는 것보다 햇반 못쳐먹는게 더 억울하단 말이냐...
'내가 니 밥까지 챙기리 줘야 되나?'
'밥이 보약이다'
조직맨의 눈동자가 번쩍 빛을 뿜었다.
'햇반 어딘노?'
'와 요새 존나 허하나?'
'쪼매 후달린다'
조직맨아...생명잉태 작업 수행중에 왕가슴마담에게서 컴플레인 접수된거냐...
'테크닉으로 카바해라'
'남자는 파워다'
대화가 위험수위를 향해 치닫는구나...
나는 건전한 청소년 교육을 위해 조직맨에게 대화의 수위를 조절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자 미성년자라예'
조직맨이 서프라이즈한 눈길로 존나1의 안면을 체크했다.
'보약 잘몬 무가 팍 삮은기가?'
'보약 잘무가 존나 무르익은기다'
'약빨 직이네'
햇반의 약빨에 감탄한 조직맨이 파바박 진열대로 달려가 햇반을 찾아내 퍼먹기 시작했다.
'내끼다! 묵지마라!'
존나1이 달려가 조직맨이 먹고있는 햇반을 빼앗으려고 덤볐다.
그러나 비록 학원가를 떠돌며 침은 쫌 뱉어봤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연약한 여학생의 몸인 존나1이 촛대뼈 까여가며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조직맨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으니...
힘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않고 마는가 라고 생각한 순간...
존나1이 비장의 카드로 숨겨두었던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다.
햇반위로 존나1의 침이 비오듯 뿌려졌다.
존나1아...살수차 대용으루다가 드라마 제작팀에서 섭외 들어오겠구나...
'이기 어른 약 드시는데 죽을라꼬!'
조직맨이 존나1의 멱사리를 파박 거머쥐고 왕뚜껑만한 손바닥을 치켜들었다.
역시 조직의 세계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인가...
존나1이 그토록 햇반에 집착하는 이유는 햇반에서라도 엄마가 해주신 맛을 느껴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거늘...
저 가여운 어린 것이 밥에 침 쫌 뱉었기로서니 폭력까지 행사하려 든단 말인가...
나는 조직맨에게 달려가 당장이라도 내리칠 듯 치켜든 팔을 가로막았다.
'말로 하이소'
'니가 이래 무조건 감싸고 드니까 아가 더 버릇이 없는기다'
'때리마 더 빗나가예'
'집구석에서 아 교육을 우에 시키는기고?'
존나1이 반항적인 눈빛으로 턱을 팩 치켜들었다.
'존나 빗나갈기다!'
조직맨 앤드 존나1아... 우리셋은 당췌 뭔 관계길래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것이냐...
'저봐라! 콱!'
조직맨이 나의 제지를 뿌리치고 존나1의 싸대기를 겨냥해 팔을 휘둘렀다.
나는 조직맨의 팔에 매달려 최선을 다해 제지하려 했으나...
혈혈단신 호떡 두장 먹은 가녀린 아녀자의 몸으로 조직의 거대한 힘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구나...
나는 왕뚜껑이 존나1의 싸대기에 작렬하기 직전 최후의 수단으로 조직맨의 팔을 물어뜯었다.
'꾸엑!'
사람 주 패는게 일이라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육질이 쫀득쫀득 하구나...
조직맨이 눈까리에 도끼날을 번뜩이며 내 멱사리를 후려잡았다.
'오늘 한구디에 다 묻어주꾸마!'
벗어나려 몸부림치면 칠수록 조직의 올가미는 내 목을 더욱 옥죄여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많은 인생 마지막 가는길이라도 편안하게 구덩이나 넉넉한 평수로 파달라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려는 순간...
'그 손 놔라!'
유리문으로 비쳐드는 눈부신 햇살을 역광으로 받아 신비로운 검은빛으로 빛나는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왔다.
오...신비로운 검은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대구빡이었다.
대구빡아...이글의 전편을 통털어 가장 멋진 등장씬이로구나...
다만 카리스마 물씬 풍기는 장중한 구둣발 소리를 대신하여 울려퍼지는 쓰레빠 찍찍 끄는 소리가 옥의 티로 남는구나...
대구빡의 인상을 유심히 살피던 조직맨의 눈동자에 경계의 빛이 서렸다.
'어느파에서 나온 놈이고?'
'인상파다'
'여기는 우리 추풍낙엽파 나와바리다'
'내가 접수했다'
'니가 뭔데?'
'단골손님이다'
대구빡아...네놈이 언제 그렇게 많이 팔아줬더냐...
'뭐 사러 완는데?'
'오늘은 기냥 아이쇼핑하러 왔다'
'외제 안판다. 꺼지라!'
조직맨아...너의 애국심만은 높이 사는 바이다...
'니가 뭔데 내보고 꺼지라 카노?'
'추풍낙엽파 대출담당 실무자다'
대구빡이 갑자기 허리를 90도 각도로 확 꺾으며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구! 미처 몰라뵈었습니다'
대출이란 한마디에 아주 혼방 가는구나...
깊은 빈곤의 늪에 이성마저 빠져버린 대구빡을 위해 나는 냉철하게 조직맨의 실체를 까발려 주었다.
'빙신아. 사채업자다'
대구빡이 팩 나를 돌아보았다.
'니 사채 썼나?'
'사장님이 쓰고 튀따'
대구빡이 조직맨을 야렸다.
'근데 와 죄없는 여종업원을 괴롭히노?'
대구빡아...화제슈퍼의 제 2인자에게 여종업원이 뭐냐...
'니는 내를 여종업원으로밖에 생각 안하나?'
조직맨이 대구빡과 나를 야리끼리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느그 단순한 단골손님과 여종업원의 관계 맞나?'
조직맨아...조직계의 찌라시냐...
'명예훼손으로 고소할끼라예'
'내 학교갔다 나온지 한달도 안됐는데 또 드가란 말이가?'
조직맨이 내 멱사리를 더욱 쎄게 움켜 잡았다.
'그 손 노라 캤재?'
대구빡이 욕실쓰레빠로 조직맨의 촛대뼈를 깠다.
'쌍! 까인데 또 까이마 얼마나 아픈지 아나?'
격분한 조직맨이 대구빡의 아구통을 쎄리 갈기자 대구빡이 붕날라 진열대위로 나동그라졌다.
대구빡의 몸에 깔린 사또밥 봉다리들이 다 찢어지고 터져 걸레가 되었다.
사또는 고사하고 이방도 안먹겠구나...
'니 지금 내 친나?'
'니가 먼저 내 촛대뼈 깠잖아!'
'발랑 까진 새끼!'
대구빡이 조직맨의 대구리를 겨냥해 욕실쓰레빠를 치켜들고 조직맨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조직맨이 모가지만 살짝 틀며 피하면서 대구빡의 콧잔등을 쎄리 갈기자 대구빡이 또 다시 진열대위로 나자빠졌다.
대구빡의 몸에 깔린 초코파이가....아....떡됐다.
피같은 초코파이 위에서 마음껏 자빠져 있던 대구빡의 코에서 쌍코피가 찍 흘렀다.
대구빡이 코피를 핥아 먹으며 조직맨을 야렸다.
'아쭈!(쭈릅) 또 친나?(쭈르릅)'
'한가지만 해라'
'집중해가 직이주꾸마'
대구빡이 또 다시 조직맨에게 달려들었다.
대구빡아...인상만 한칼했지 싸움은 지지리 반칼도 못하는구나...
대구빡이 조직맨에게 달려들었다가 조직맨의 주먹에 튕겨 진열대위로 풀잎처럼 나부낄때마다 대구빡은 개떡이 되고 가게는 개판이 되었다.
'닝기리. 와 니만 치노?'
곤죽이 되어 바닥에 널부러진 대구빡이 터져서 찌그러진 눈으로 조직맨을 노려보며 다시 일어서려고 용을 썼다.
때리다 지쳐 카운터에 기대 숨을 몰아쉬던 조직맨이 넌더리 나는 표정으로 주먹을 흔들었다.
'와라! 딱 한 대만 더 치주꾸마'
대구빡아...제발 일어나지 마라...
한방만 더 맞으면 사망이라는데에 장모양에게 협찬받은 메이커 츄리닝 건다...
사장은 튀고 가게는 개박살난 마당에 내가 네놈의 초상까지 치르랴...
그러나 대구빡은 나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일어나 비틀비틀 조직맨에게 다가갔다.
이제 더 이상은 못봐주겠구나...
'둘다 고만해라!'
순간 다 터진 사또밥 봉다리를 쥐어뜯어가며 열광적으로 관람하던 존나1이 파바박 나를 야렸다.
'싸움 말리는것들 존나 짜증난다'
존나1아...니가 더 짜증난다...
나는 카운터에 기대어 있는 조직맨에게 다가가 대구빡의 선처를 호소했다.
'제발 고만 패이소'
순간 나는 보았다...조직맨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비치는 반색을...
'니 성의를 봐가 참는다'
조직맨아...너의 체력 저하가 내 성의 덕분이냐...
나는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드러낸 조직맨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
'야간 러브질 쫌 자제하이소'
조직맨이 후들거리는 다리로 출입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쓰바! 오늘밤에 또 후달리겐네'
그러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겨우 서있던 대구빡이 주디로 후까시를 잡았다.
'아직 안끝났다. 어디가노?'
'보약 무러간다. 십새야'
조직맨이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힘겹게 겨우 버티고 서있던 대구빡이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나는 파바박 대구빡에게 달려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죽언나?'
'베스트셀러 쓰기전까지는 절때로 안죽는다'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절대 죽지않는 불사조가 되어 불타는 저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겠구나...
'싸움도 못하는기 와 뎀비고 지랄이고?'
'와 뎀빈는지 모리겠나?'
네놈의 분열적 정신세계를 내가 어찌 알겠느냐...
'모린다'
대구빡이 누운채로 나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그 눈빛이 말하려는 것은 무었이냐...
읽어보려 해도 부어터져서 감았는지 떴는지도 애매하구나...
'둘이 영화 찍나?'
존나1이 대구빡과 나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대구리를 들이밀었다.
존나1아...너는 이 상황이 엔터테인먼트냐...
'니는 햇반이나 쳐무라'
'홧! 밥 굶을뻔 했네'
존나1이 난장판으로 흐트러진 물건들 사이에서 햇반을 찾아내 퍼먹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대구빡의 난해한 정신세계에 대한 고찰을 시도했다.
'와 뎀빈는데?'
대구빡이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메리칸 스타일루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도 까무따'
대구빡아...조직맨의 일방적 펀치에 골이 제대루 흔들렸구나...
'병원 가자'
'병원비 낼 돈 있나?'
'니 병원비를 와 내한테 묻노?'
'대중의 알 권리다'
'니땜에 박살난 물건값은 우에 무라줄긴데?'
'그거는 내 프라이버시다'
네놈에게 유리한건 대중의 알 귄리고 불리한건 프라이버시냐...
'물건값 무라내라'
대구빡이 낑낑거리며 일어나 비틀비틀 출입문으로 향했다.
'어데 가노?'
'도망간다'
대구빡이 어깨로 겨우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갔다.
부상중이라 해서 봐줄 것 같으냐...
나는 문이 닫히기 직전 문틈으로 파바박 팔을 뻗어 대구빡의 뒷덜미를 잡았다.
출입문을 경계로 슈퍼밖에 있는 대구빡의 뒷덜미를 슈퍼안에 있는 내가 팔을 뻗어 잡고있는 모습이었다.
'니를 놓치기 싫었다'
아...나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던가...
'놔라! 밖에는 치외법권이다'
아...아깝구나...조금만 빨리 잡았더라면...
나는 할수없이 대구빡을 놓아주고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 안타까움에 유리문에 달라붙어 멀어지는 대구빡의 뒷모습을 아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대구빡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겨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러다 그대로 길바닥에 평화롭게 누워버리겠구나...
순간 예상대로 대구빡이 길바닥에 픽 쓰러졌다.
비록 살아봐야 내 인생에 해만 끼치는 놈이지만 아무리 해로운 생명체라도 생명은 소중한 것을...
저러다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의 구둣발에 밟혀 죽거나 질주본능으로 내달리는 드라이버의 차에 깔려 죽겠구나...
나는 인류애적 박애정신으로 대구빡을 구하러 나가기 위해 문으로 돌진했다.
순간 햇반을 퍼먹으며 찌라시적 눈길로 나를 관찰하고 있던 존나1이 나의 행선지를 취재했다.
'어데 갈라꼬?'
'절마 부축해주러 갈라꼬'
'둘이 뭔 썸씽 있재?'
존나1아...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허위날조 퀘스쳔이로구나...
'낫씽두 엄따!'
아...스캔들이 무서워 죽어가는 생명을 구하지도 못하고 저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구나...
나는 그저 문에 달라붙어 길바닥에 나자빠져있는 대구빡을 바라보며 베스트 친절시민이 나타나 놈을 구해주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나의 기도빨이 먹혔는지 다라이에 담긴 물을 버리러 나왔던 치킨집과부가 쓰러져있는 대구빡을 발견하고는 달려가 필요이상으로 쩍 들러붙어 놈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치킨집과부의 어깨에 의지한채 겨우 발걸음을 옮기는 대구빡의 뒷모습은 바람만 불어도 그대로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대구빡아...괜찮은거냐...

211.204.230.6KENWOOD 01/30[10:13]
드뎌 둘만의 이상야리꾸리한 러브스토리가,,,켁!
210.181.105.122gundam 01/30[10:45]
다라이....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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