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마뇽 0 1,088 2004.03.10 15:05
"여보~ 나 등 좀 밀어주지...."

"아이 참...네가 손 돌려서 해..."

"어깨 아파 죽겄는디..손을 어찌 돌렷!..빨랑 와!!"

두툼한 손으로 우악스럽게 밀어댑니다..

"앗!..아퍼..살살..응...거기 거기....간지라 죽겠어..."

신랑 손을 빌리고 나면 이렇게 시원한걸...

그래도 등을 밀때마다..
힘이 없어...살살살...간지러울 정도로...슬슬 밀어주시던
외할매의 손길이 그리워지는 건 왜인지...

어렸을 적 외할머니의 손에서 커서인지
할매에 대한 감정이 유별났습니다.

취학문제로 전주로 와서는
할매는 방학 때마다 우리집에 들르셔서..두어달을 머물곤 하셨는데

엄마와 할매가 가끔 다투는걸 보면
늘상 할매 편을 들고 엄마한테 대들어
엄마가.."배 아파 낳았더니..저것이~"하며 서운해 하셨죠.

"할매...내가 이담에 커서 돈 벌면 방 하나 얻을테니 나랑 같이 살아. "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 약속 지킬 기회도 주시지 않고 돌아가셨습니다.

외할머니의 손길을 생각하면 지금도...목이 뻐근해오면서 코끝이 찡해집니다
돌아가시구..2년여간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문득문득
할매생각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곤 했었죠.

사춘기때... 행여나 누가 문열고 들어올까 욕실문을 잠그고 목욕을 하면
똑똑... 할매가 문을 두드리십니다

"내다.. 잠깐 밀어줄끼고마"

"됐어..할매..나 혼자 해도 돼..나도 다 컸어"

"아이가~ 등을 어찌 혼자 미노? 얼른 문 열어라"

마지 못해 문을 열면... 변해버린 내 몸이 부끄러워 폭 쪼그리고 앉아서
"자 빨리 밀어줘.."

할매는 비눗기를 살짝 묻힌 타올로 살살살..
이쁜 손녀딸 어루만지듯 등을 밀어주십니다.

"허리 좀 피라... 옆구리 밀고로"

어찌나 살살 하시는지...옆구리를 밀어주실 때면...항상 까르르 웃음이 터져버립니다.

"하이구...간지러워..할매...빡빡 쫌 밀어봐...내가 해두 것보다 낫겠다...히히히"

혈압으로 한번 쓰러지신 뒤 손과 다리 힘이 많이 약해지신 걸 알면서도..
그땐 왜 그리...힘이 없느냐고...쫑알거렸던 제가...참.... 철이 없었죠...

머리를 감을 때도 욕실 밖에서 앉아 "내가 감기 주까?"
조심스레 물으시던 할매.

샴푸물이 들어가 따끔거리는 눈을 찔끔 감았다 떴다 하며
"할매 나 애기 아니랑께... 다 컸어~~"

경상도 할매와 전라도 손녀딸이...가끔 티격태격 할 때도 있었죠..
친구처럼...

잘 때는 할매 볼에 쪽쪽쪽 입맞추고 꼭 껴안고 자기도 하고..

노인들은 자다가도 돌아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노라는 엄마 말에
걱정이 앞서
자다가도 할매 코 앞에 손을 살짝 대보기도 합니다.
숨이 느껴지는지 확인해보려구요.


헤헤..할매 나 아직 다 애긴가벼..... 지금도 할매 생각하면 엉엉 울고 싶은데..


그냥... 너무나 따뜻하고 선하셨던 우리 외할매 생각이 오늘따라 간절하네요..

나중에 내 딸도..아들도...울 엄마한테 잘 해야 할텐데...^_________^


◎ ★쑤바™★ (subager@hanmail.net) 03/10[15:16] 220.82.220.241
가슴이..찡 해지는 내용에....가슴이 벅차는구려...
쑤바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네 분 모두 어릴때 돌아가셔서...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받는 주위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저 부모님이 얘기해 주시는...
내가 어릴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분들과 나의 추억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릴 따름이지요..
아예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 할아버지, 외 할아버지..
그나마 초딩때 돌아가신 친할머니, 외할머니...
기억할 수 없는 추억은...때론 잔인하게 제 가슴을 후벼 파는구려....
이런 따스한 추억이 있는 마뇽님이 부러울 따름이오...
......울 친할머니 간경화 증으로 돌아가실때..
불룩 불러버린 할머니 배가 어린 제 눈엔 너무 징그러워 할머니 곁에도 안가구..
울 할머니.. 내 손 한번 잡아보려다 뿌리친 제 철없음에.. 몰래 눈물짓다가..
그 다음날 잠들다가 돌아가신거 생각하면..
지금도 철없던 제 자신을 책망합니다.....
◎ 마뇽 03/10[15:30] 211.105.224.143
저두..철없이 행동하다..할매 서운케 했던게
아직도 맘에 걸리네요.
그래서...이젠 엄마한테 잘 할려구..그러는데..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리.
흠....
할매 돌아가시는 날...어버이날 이었죠..
그날 엄마랑.. 부산에 갈려구...그랬는데...
꿈에...넓디 너른 꽃들판에서...할매가 앉아 계시는데
"할매 나랑 놀아...응 놀자..."해도
꼼짝않고 앉아계심서...미소만 지으시더라구요.
눈떠보니 꿈이었는데...바로 전화가 왔죠..할매 돌아가셨다구
마지막으로... 할매가 꿈속에서나마 같이 있었다는게
그나마 제가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몸지 좋질 않으셔서 병원에 계셨는데
꿈에서 봤던 마지막 모습은 참.. 편안히 웃고 계셔서
저두 맘이 편합디다.

◎ 에릭 03/10[16:07] 211.105.225.6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안다는 말처럼 제가 애들 셋키우다보니 부모님의 맘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갑니다. 여러분 효도합시다. 살아계실때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좀 더 많은 대화를 가집시다. 사랑한단말도 꼭 해드립시다.
◎ ★쑤바™★ (subager@hanmail.net) 03/10[16:23] 220.82.220.241
그래서 쑤바는 허구헌날 부모님테 싸랑해~를 남발한다지요..
근데...너무 자주 남발하다보니...약발이 안선다는..-,.-;;;
◎ 마뇽 03/10[17:08] 211.105.224.143
나중에...쌓이고 쌓여서 약발이 설겁니당~^^
저두 아직은...
애교부리면...'너 뭐 부탁할 거 있냐?' 그러심당.헤헤
◎ ★쑤바™★ (subager@hanmail.net) 03/10[17:18] 220.82.220.241
나울 부모님은.. 대놓고 "돈없냐?" 그러시드만...-,.-;;
◎ KENWOOD 03/10[17:25] 211.40.132.62
전 가끔씩 산소가서 잡초정리에 소주한병 뿌려드리고 온답니다,,,
여러분들도 가끔씩은 산소 찾아가보시길,,,
따뜻하게 우리들을 반겨주실껍니다,,,^^;;
◎ 마뇽 03/10[18:17] 211.105.224.143
그래야죠..^^
◎ 짠지 03/10[21:12] 218.239.184.207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온지 5년정도 되었습니다.
20분거리에 산소가 있죠.
(할아버지 계신 산소입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뭐가 바쁜지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 마뇽 03/11[00:13] 218.233.239.210
울 외할머니...화장시켜 드렸습니다.
생전에 그걸 원하셨드랬죠.
이유인 즉슨 자식이 없어서...아들이 없단 말씀이셨죠.
딸만 다섯 둔 울 할매..입이 닳도록...화장시켜 달라 그러시더니..
엄마랑 이모들 모두..장례 치르고 그렇게 해드렸지만
지금은 다들 후회하시더라구요..
진교...어디 산이었는데...기억도 가물가물
엄마 손잡고 함 가볼랍니다..
◎ 쭈글탱 03/12[10:04] 211.116.7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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