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남녀 공방전]24.모친도 덩달아 미치다(크레이지 시리즈 2탄)

[한심남녀 공방전]24.모친도 덩달아 미치다(크레이지 시리즈 2탄)

복터진레인 0 973 2004.03.10 02:59
내 인생에 돈도 명예도 남자도 허락하지 않았던 잔인한 하늘은 이제 수면조차 허락하

지 않는 것인가...

나는 어젯밤 홀애비와의 맞선 스케쥴과 대구빡의 미친 고백이 짬뽕이 되어 밤새도록

대구빡과 꽃마차 다방에 마주앉아 다리를 45도 각도로 조신하게 나란히 눕히고 취미

가 뭐세요...요리와 독서랍니다...개풀뜯는 맞선용 다이알로그를 펼치는 악몽에 시달

리느라 한숨도 못잤다.

퀭한 눈까리와 후둘거리는 다리로 화제슈퍼에 출근하자마자 카운터에 앉아 미친 듯

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늙은제비를 밀어내고 카운터위로 철푸덕 엎어지는 순간...

출입문에 허연 배구공 한개가 파박 들러붙더니 유리너머로 가게안을 살폈다.

'절마는 아까부터 뭘 저래 들이다 봐싼노?'

꼴아보는 늙은제비의 눈길을 생까고 가게안을 살피던 배구공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튕겨나갔다.

잠시후 출입문이 열리며 대구빡이 들어왔다.

'어? 니...니도 있었네'

금방 눈 마주쳐놓고 그 어색한 연기는 뭐냐...

네놈의 미친고백 이후로 너를 대하기가 다소 껄끄럽구나...

나는 카운터에 엎어진채로 고개를 대구빡과 반대쪽으로 돌렸다.

'뭐 주꼬?'

점원의 직무유기로 인하여 늙은제비가 일선에서 고객을 맞이했다.

'호...호떡 있으요?'

늙은제비는 슈퍼에 와서 호떡을 찾는 정신나간 행태를 보이는 대구빡에게 약은 약사

에게 호떡은 불난 호떡집에 문의할 것을 주지시켜 친절하게 쫒아보냈다.

그러나 잠시후 출입문이 살포시 열리며 대구빡이 또 들어왔다.

'또 뭐라?'

'라...랍스터 있으요?'

늙은제비의 이마에 십자핏대가 빠직 솟았다.

'이기 어른델꼬 장난치나?'

늙은제비가 주판으로 대구빡의 등짝을 후려갈기며 놈을 쫒아내었다.

'절마 와 저카노?'

늙은제비가 겨우 화를 가라앉히고 주판알을 재정비하는 순간...

또 다시 출입문이 벌컥 열렸다.

'니 오늘 죽고싶...'

'컥!'

존나1이 가게에 들어오다 늙은제비를 보고 파박 굳어버렸다.

'니 또 학교 안간나?'

'아...아부지 와 캬바레 안간노?'

'인자 땐스계 은퇴했다'

'존...'

존나1이 황급히 말을 삼켰다.

차마 부친에게 존나라는 용어를 쓸수 없었던게냐...

'매...매우 큰별이 진네'

'퍼뜩 학교 안가나?'

'안간다'

'와?'

'도시락 엄짢아'

'햇반 싸주께'

'맨밥만 묵는다꼬 아들이 놀린다'

늙은제비가 촉촉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너거 엄마가 집만 안나갔어도...'

존나1이 쓸쓸한 눈빛으로 햇반을 뜯어 퍼먹기 시작했다.

'내도 존...매우 모범생이 됐을기다'

꾸역꾸역 밥을 퍼먹던 존나1이 밥이 목에 걸려 가슴을 치며 꺽꺽거리자 늙은제비가

밥에 물을 부어주었다.

'목 멕힌다. 물 말아무라'

'아부지도 한입 주까?'

존나1이 물만 살짝 뜨다가 실수로 밥풀 한알이 딸려들어간 요플레 숟가락을 늙은제비

의 입에 들이댔다.

'개안타. 니 묵는거만 봐도 배부리다'

늙은제비가 말을 끝내자마자 쌩라면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아...실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구나...

비록 붕괴된 가정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아껴주며 감싸주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구나...

저 아름다운 부녀가 다시 행복을 찾을수 있도록 내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작은 밀알이 되리라...

'내가 니 도시락 싸주께'

'반찬도 몬하면서 뭘 싸주노?'

반찬이 필요없는 스페샬 도시락으로 준비해주마...

나는 벌떡 일어나 가게안을 푸닥거리며 한바퀴 날라 스페샬 도시락에 필요한 모든 재

료를 확보했다.

그리고 동원양반김과 닥꽝과 햇반으로 근사한 즉석김밥을 만들어 햇반그릇에 예쁘게

담은후 줄줄이 비엔나를 한알 까서 십자로 까발겨 한쪽 코너에 박아 마지막 데코레이

션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여 존나1의 가슴에 안겨주었다.

존나1의 쩍 벌어진 입술사이로 밥알이 투둑 흘러내렸다.

'요리 존나 잘하네'

반항적이던 존나1의 눈빛에 꿈과 희망의 별이 초롱초롱 빛났다.

'내일 학교가가 점심시간에 존나 자랑할끼다'

늙은제비가 파바박 다가와 내손을 꼬옥 잡았다.

'고맙다!'

순간 출입문이 쿠당탕 열리며 배구공이 붕 날라오더니 늙은제비의 손을 강스파이크

했다.

'아 앞에서 뭔짓인교?'

대구빡이 손꾸락으로 존나1을 가리키자 존나1이 지루한 표정으로 하품을 찍했다.

'존나 약하다'

존나1아...니가 기대하는 장면은 당췌 뭐냐...

늙은제비가 대구빡을 야렸다.

'니 또 뭐땜에 온긴데?'

'서...서까래 있으요?'

대구빡아...어제의 미친 고백은 전주곡에 불과했던거냐...

이제 본격적으로 광인의 길로 접어들었구나...

'이기 와 이래 없는거만 골라찾고 지랄이고?'

존나1이 대구빡의 주위를 빙빙돌며 놈의 날씬한 주머니를 삐딱하게 야렸다.

'돈 엄째?'

'쪼...쪼매 예리하네'

'남의 약점 찾는거는 존나 강하다'

대구빡아...슈퍼에 구비된 물품을 찾았다가는 구입해야될 위험에 처하는고로 없는 물

품만 찾았던거냐...

늙은제비가 대구빡에게 따졌다.

'돈두 없는기 와 뻔질나게 들락거리...'

늙은제비가 갑자기 후다닥 팔로 가슴을 감쌌다.

'니 내한테 관심인나?'

대구빡의 입에서 반쯤 소화된 닭껍데기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노망났으요?'

'그라마 와 자꾸 와싼는데?'

존나1이 주니어 찌라시적 눈빛을 번뜩였다.

'아지매 보러 온기다'

늙은제비가 시니어 찌라시적 눈길로 대구빡과 나를 훑었다.

'둘이 사귀나?'

대구빡이 허공을 올려다보며 머리끄디도 없는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아니라꼬 반항할수도 엄꼬...'

네놈이 언제부터 그렇게 어른을 공경했냐...

나는 카운터를 쾅 치며 단호하게 샤우트했다.

'아니라예!'

존나1과 늙은제비가 부녀찌라시 눈길을 합동으로 나에게 날렸다.

'존나 강하게 부정하네'

'이꼬르 강한 긍정이다'

33년 짧지않은 인생동안 그 흔한 스캔들 한번 없이 철저하게 이미지 관리를 해 왔건

만...

이라기보다 스캔들 상대 미확보로 저절로 이미지 관리가 되어왔건만 늙그막에 이 무

슨 오명이냐...

나는 한방에 스캔들을 잠재울수 있는 쐐기를 박았다.

'내 오늘 선봐예!'

대구빡이 파박 나를 꼴아보았다.

'오늘 보나?'

'매두 먼저 맞는기 낫다 캤다'

'변태랑 선보나?'

나의 고급스러운 은유적 표현을 그따위 음란스러운 변태적 표현으로 추락시키다니...

'니하고 더 이상 말하고싶지 않다'

대구빡이 시뻘개진 얼굴로 몸을 디디 꼬았다.

'그...그라마 딴거 하고 싶단 말이가?'

이젠 나의 고뇌에 찬 대화결렬 선언마저도 그따위 삐리리 데쉬로 타락시키겠단 말인
가...

'안꺼지나?'

나는 쓰레빠를 휘두르며 대구빡을 출입문쪽으로 쫒았다.

쓰레빠를 피해 문에 들어붙은 대구빡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리려는 찰나...

대구빡이 비장한 표정으로 치켜뜨기에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눈까리를 억지로 치

켜떴다.

'작전상 후퇴다'

1초후...대구빡이 사라진 자리에는 출입문만 외로이 덜컹거리고 있었다.

쓰레빠를 피해서 도주하는 주제에 눈까리만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악의 무리에 맞

서 외롭게 싸우는 전사의 가오로구나...

발바닥을 털고 다시 쓰레빠를 끼워신는 순간 늙은제비가 대구빡이 사라진 쪽을 안타

까운 표정으로 응시하며 혀를 찼다.

'여자 하나 제대로 몬잡고...'

존나1이 늙은제비를 깔아보는 눈길로 올려다 보는 고난위도 기술을 구사했다.

'그카는 아부지는 와 엄마 몬잡았노?'

'내 잘 때 몰래 도망갔다'

늙은제비여...참으로 처절한 이유구려...

108동 홀애비도 맞선보다 디비자주면 심히 고맙겠구나...

나는 퇴근시간까지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모친이 기다

리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비비적 거리며 현관에 들어서자 문앞에서 모친이 금박나비 왕뽕자켓을 받쳐들고 기다

리고 있었다.

'퍼뜩 입으라. 늦겠다'

비협조적인 내팔을 이리꺾고 저리꺾어 쟈켓에 쑤셔넣고는 탈출하지 못하도록 단추를

채우던 모친이 흠칫하더니 실밥 다 터진 금박나비를 파박 더듬었다.

'나비가 와 이래 개판된노?'

나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어깨를 으쓱하며 눈알을 쎄리 굴렸다.

'모...모린다'

아...내가 생각해도 연기가 너무 어색하구나...

결국 나는 미모로 승부하는 연기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것인가...

모친이 저절로 치켜올라가는 눈꼬리를 손꾸락으로 잡아내렸다.

'오늘은 경사스러븐 날이라가 참는다'

노처녀 딸내미 홀애비와 선보는 것이 경사라니 우리가문은 정녕 몰락의 급경사를 미

끄러지는구려...

모친은 내손목을 거머쥐고 약속장소로 내달렸다.

아파트 입구를 지나치는 순간 보자기를 뒤집어쓴 배구공이 눈꼬리를 획 스쳐지나간듯

한 느낌은 나만의 착각이었던가...

모친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곳은 간판에 붙어있는 소와 돼지의 인상착의가 어딘지 모

르게 낮익은 고기집이었다.

그나마 맞선장소는 마음에 드는구나...

사심없이 고기나 원없이 먹어주마...

나는 이제까지의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고 모친에게 붙잡힌 손목을 팩 뿌리치며 고기

집으로 앞장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 붙은 종이쪼가리가 파박 눈을 찔렀다.

종이쪼가리에는 고찾사 정모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고찾사의 정모가 있었던 장소이자 2만원에 눈이 멀어 대구빡과 지옥의 뽀뽀를 할뻔했

던 바로 그 고기집이었다.

당시만해도 내가 어찌 홀애비와 선을 보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을줄 알았겠는가...

오로지 고기라는 순수한 목표를 향하여 내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아름다운 시절이었

지...

감회에 젖은 눈길로 실내를 둘러보자 어렴풋한 기억속에 각인되어있는 엑스트라들의

모습이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거늘...

나는 엑스트라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예'

고기를 먹던 엑스트라들이 고개를 돌려 내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엑스트라들이 홍해 갈라지듯 쫙 갈라지며 고기를 입에물고 파바박 벽에 들러붙

었다.

이집은 홍해물 퍼다가 장사하냐...

단지 인사만 했을뿐이건만 내가 뭘 어쨌다고 또 다시 추억의 홍해 퍼포먼스를 보여주

는 것인가...

'저봐라!'

모친이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들고 벽에 들러붙어 있는 엑스트라들을 깔아보았다.

그리고 도살당시 안죽을라고 버티다가 독을 품고 죽은 고기의 독이 고스란히 뇌에 쌓

여 인간들이 미친것이라는 해괴한 학설을 또 다시 주창하였다.

내 보기에는 고기 안먹은 모친의 뇌가 더 미쳐보이는구려...

엑스트라들을 쫘라락 깔아보던 모친의 얼굴에 갑자기 가식적인 미소가 번졌다.

'저기 인네'

모친의 시선이 닿은 자리에는 늙수구레한 홀애비 하나가 입에 장미를 물고 앉아있었

다.

모친이 내 손목을 끌고 파바박 홀애비의 맞은편 자리에 앉혔다.

'많이 기다린나....기다리쓰요?'

말을 까려던 모친이 홀애비의 자태에 서둘러 말끝을 올렸다.

젊은시절 심하게 고생을 한것인가...

찌들은 얼굴은 모친의 큰오빠뻘이었으며 부친보다 광활한 이마에 암수 서로 정답게

나란히 널린 두줄기 머리끄디는 외로운 가슴에 질투의 불을 땡겼다.

'아입니더. 쫌 전에 왔습니...'

홀애비의 쭈름진 얼굴이 갑자기 버썩 얼어붙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손꾸락으로 장판

을 긁었다.

폭삭 삮은 홀애비의 몸으로 언감생심 파릇한 처녀를 눈앞에 맞으니 수줍은 것인가...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동안 미심쩍은 눈길로 홀애비의 얼굴을 관찰하던 모친이 종업원

이 가고나자 홀애비에게 물었다.

'올해 몇이라요?'

'마흔 다섯입니더'

모친의 눈꼬리가 파박 올라갔다.

'용식이 어무이가 마흔이라 카더만...'

용식이 모친이 홀애비와의 맞선을 주선한 것인가...

내 두고두고 용식이를 괴롭혀 주리라...

'제가 쪼매 젊어보이다 보니...'

고개를 들던 홀애비가 또 다시 버썩 얼어붙더니 눈을 깔고 장판을 긁었다.

자신이 말해놓고도 쪽팔리는 것인가...

순간 주문한 고기가 나왔다.

연로하신 홀애비도 ...포악한 모친도...미쳐버린 대구빡도...세상의 모든 번뇌가 붉

은 고기의 육질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고기를 쟁반째로 불판위에 들이붓고 3년 독수공방한 청상과부가 보름달 휘영청

한 밤에 물레방앗간에서 돌쇠 기다리는 심정으로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으나 고기가

익는 속도는 나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이 기회를 빌어 초고속 메가패스에게 불판제조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강력히 건의하

는 바이다.

나는 할수없이 웰던에 미련을 버리고 미디엄으로 미친 듯이 고기를 집어먹었다.

내가 단독으로 고기를 초토화시키며 기름흡수용으로 낑겨나온 고구마 한쪽만 남겨놓

을때까지 모친은 고기보기를 돌같이 하며 코끼리가 풀 뜯어먹듯 상추만 뜯어먹었다.

모친의 고기외면은 이미 예상한 바였지만 홀애비 역시 고기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모친이 상추바구니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동시에 상추를 향해 뻗은 홀애비의 손과

모친의 손이 맞부딪혔다.

드라마속에서 삐리리한 음악 깔려주며 선남선녀들이 불의에 핸드도킹하는 장면은 얼

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허나 현실속의 요코즈나와 홀애비의 핸드도킹은 마주잡은 죄없는 상추만 찢어지는구
나...

모친이 치켜올라갔던 눈꼬리를 스스르 내리며 확연한 호감모드로 홀애비에게 물었다.

'고기 안묵는갑지요?'

'이...이가 쫌 부실해스요'

하강곡선을 그리던 모친의 눈꼬리가 다시 파박 올라갔다.

이 맞선자리가 끝나기전에 홀애비가 노환으로 별세해 버릴까 심히 두렵구나...

그러나 나를 홀애비의 제물로 기필고 바치고 말리라 결심한 모친은 아직도 다 죽어가

는 홀애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손꾸락으로 억지로 눈꼬리를 잡아내렸다.

'원....원래 골골팔십인기라'

'작고하신 저희 선친께서도 팔십까지 사셨으...'

반색을 띄며 고개를 들던 홀애비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닭똥같은 식은땀이 찍 흘렀

다.

별세 직전의 증상인가...

아까부터 왜 저리 고개만 들면 버썩 얼어붙는 것인가...

'와 그라요?'

모친이 홀애비쪽으로 몸을 숙이며 묻자 홀애비가 모친의 뒤쪽을 응시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파박 모친의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니!'

모친의 바로 뒤에는...

대구빡이 둥둥 걷어붙인 팔뚝에 꺼먼 매직으로 차카게 살자라는 건전표어를 써놓고

흉악하게 찢어진 눈까리로 홀애비를 이빠이 꼴아보며 이빨사이로 침을 찍 뱉고 있었

다.

그렇다면 김발에 김 달라붙듯 벽에 들어붙어있는 저 엑스트라들은 대구빡 때문이었

던 것인가...

'뭐꼬?'

나의 시선을 쫒아 등뒤로 고개를 획 돌린 모친의 눈꼬리가 팩 찢어졌다.

'니 다마대가리!'

흉악하게 눈꼬리를 찢고 마주앉은 지리산 반달곰과 요코즈나의 자태는 실로 세기의

흉악한 앙상블이었다.

엑스트라1이 다급하게 정모를 마치는 원샷을 외치자 엑스트라들이 미친 듯이 유리컵

을 물어뜯으며 맥주를 들이마시더니 소떼처럼 입구로 몰려나갔다.

'그...그라마 지는 바빠서 이만...'

홀애비가 벌떡 일어났다.

'보...보소!'

간절한 모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애비는 굽은등의 아스라한 잔상만을 남기며 번개

처럼 사라져 버렸다.

다 죽어가던 노구에서 저런 스피드가 나오다니...

과연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순식간에 고기집의 넓은 홀에는 우리모녀와 대구빡만이 남게 되었다.

모친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대구빡을 야렸다.

'니는 여기 와 나타났스?'

'내...내도 고기 묵으로 왔으요'

종업원들 사이에서 갑자기 격렬한 가위바위보 대전이 벌어졌다.

가위바위보에서 패한 비운의 종업원이 쭈삣쭈삣 대구빡에게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뭐...뭐 드리까예?'

'푸와그라 있으요?'

'죄...죄송합니다. 미처 준비를 몬해가꼬...'

대구빡의 발음의 여파로 얼굴에 침을 뒤집어쓴 종업원이 3족을 멸할 대역죄인 포즈

로 사죄하고 황급히 물러났다.

대구빡아...없는것만 연구하는라고 욕본다.

돈도 없는놈이 왜 여기까지 온거냐...

순간 아파트 입구에서 언뜻 스쳤던 보자기를 뒤집어쓴 배구공이 파박 플래쉬백 되었

다.

홀애비와의 맞선에 깽판을 놓기위해 일부러 나를 따라왔던 것이냐...

대구빡아...사상 최초로 너의 흉악한 얼굴이 반갑게 느껴지는구나...

나와 눈이 맞추치자 대구빡이 사악하게 씩 쪼갰다.

아...아무리 상황이 상황일지라도 너에게 잠시나마 반가운 필링을 느끼다니 내가 잠

시 미쳤었구나...

모친이 찢어진 상추로 대구빡의 싸대기를 갈겼다.

'니땜에 또 아까븐 사윗감 노치짢아!'

모친이여...두번만 아까웠다가는 관 붙들고 혼례 치르겠구려...

'소...솔직히 아깝지는 않지...'

모친이 나를 팩 야렸다.

'경제도 어려븐데 아끼야 된다'

지당하신 말씀이오만 논지가 약간 애매하구려...

'아깝다!'

대구빡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불쑥 내뱉었다.

'봐라. 아깝다 안카나?'

모친이 나에게 보란 듯이 턱을 치켜들었다.

'아깝구로 와 남기노?'

대구빡이 불판위에 남은 고구마를 입에 쳐넣었다.

모친이 눈동자에 킬러광선을 번뜩이며 대구빡의 멱사리를 잡았다.

'니가 지금 고구마가 목구녕에 넘어가나?'

대구빡이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왠일이냐...모친에게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는거냐...

'목멕히요. 물 쫌 주소'

'이기 죽을라꼬!'

네놈이 오늘 모친의 손에 죽을라고 빽을 쓰는구나...

나는 한인간의 비참한 최후를 차마 지켜볼수 없어 질끈 눈을 감았다.

고기집에서 최후를 맞이하다니...그 또한 행복한 죽음이 아니겠느냐...

잘가거라.....대구빡아.....

그러나...

지금쯤이면 최후의 꽥 사운드가 처절히 울려퍼지고도 남을 시간이건만 어찌 이리 조

용한 것인가...

나는 살포시 눈을 뜨고 모친과 대구빡의 동태를 살폈다.

뜻밖에도 모친은 고구마를 입에 물고 목이 막혀 꺽꺽거리고 있는 대구빡의 얼굴을 골

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 와 카는데?'

'어디서 많이 봔는데...'

'뭐를?'

'일마가 누구 많이 닮은거 같아가...'

대구빡과 닮은 인간이 정녕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인류로서는 실로 크나큰 재앙이 아

닐수 없구나...

대구빡이 딸꾹질을 하며 모친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울아부지 닮지 누구 닮으요?'

'너거 아부지가 누군데?'

'전설의 곡예사 리키박이라요'

이럴수가...

네놈이 정녕 모친이 부친 몰래 찐고구마를 갖다주어 부친의 우직한 가슴을 쓴 소주잔

으로 채웠던 그 리키박의 아들이었더냐...

드디어 흥행의 필수조건인 출생의 비밀이 나와 주는구나...

모친이 파박 대구빡의 얼굴을 더듬었다.

'니...니가 진짜로 리키박 아들 맞나?'

'울아부지 알으요?'

요코즈나의 얼굴에 아련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젊은날의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순간 대구빡의 딸꾹질이 뚝 멈췄다.

대구빡아...모친에게도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르는 젊은날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란게로구나...

'아부지는 건강하시나?'

대구빡이 손꾸락으로 양미간을 모아잡고 슬픈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돌아가시쓰요'

'우...우짜다가?'

'고구마 묵다가 목에 걸리서...크윽!'

'에헤이...'

모친이 살포시 대구빡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허나 요코즈나의 손바닥은 살포시를 용납하지 않는구나...

등짝을 후리는 충격에 내려갔던 고구마가 다시 튕겨 목에 결렸는지 대구빡이 또 다

시 꺽꺽거렸다.

모친이 얼른 컵에 물을 따라 대구빡에게 주었다.

'물 마시가미 무라'

'콜라가 더 잘내리갈꺼 같으요'

모친이 파박 냉장고로 달려가 손수 콜라를 꺼내오더니 대구빡에게 따라주었다.

모친이여...나에게는 꾸정물이라도 한번 떠다준적 있었나요...

한아가리에 콜라를 들이붓고 트림을 끄윽하는 대구빡의 얼굴을 모친이 손바닥으로 쓸

어내렸다.

'코도 납다그리한기...눈도 쪽 째진기...아부지 판박이네'

'목 짧은거도 똑같으요'

'맞다 맞다'

모친이 흐뭇한 표정으로 대구빡의 대구리를 쓰다듬었다.

'우짠지 니 첨 딱 봤을때부터 정이 가드라'

하도 정이가서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몸부림쳤나요...

모친이여...덩달아 제대로 미쳤구려...

211.110.47.74홀로서기 03/10[08:52]
누나닉 앞에 한자 빠진거아냐? "일" ㅋㅋㅋ
220.82.220.241★쑤바™★ (subager@hanmail.net) 03/10[09:56]
흠.....드뎌 24편이 올라왔구려~ㅋㅋㅋ..
이제 모친마저 대구빡 편이네~ㅋㅋ
메리는 대구빡과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구려~ㅋㅋ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