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무제

마뇽 0 1,095 2004.04.10 10:28
4월 8일 목요일

막 켜진 가로등이 발하는 붉은 빛, 검푸른 하늘...거무스레한 땅거미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날 저녁 해는 저물고...있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생활하다 시골 외가를 찾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푸근하고 편안하다. 길가에 누워 자도 누가 뭐랄 사람 없을 것 같은..

가끔 힘들고 지칠 때면...학교를 찾아 한바퀴 휘 돌아나오면..마음도 후련해지고
‘거치른 벌판으로 달려가자~’하는 노랫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소리가 들린다. 동아리 녀석들...벌써..후문에까지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동아리 생일식(7주년)을 한다고..
창단기 선배들도 오시란 연락을 받고 가는길..걸음을 재촉한다.

앞서가는 사람들...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
‘혀 짧은 조교 여전히 학교에 있었구만’

단대 후정에 모인 녀석들...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은 붉어 사람 얼굴도 저마치에선 못 알아보겠는데...
벌써 나인줄 알았다..“누나..누나..”“어..형수님 어서 와요”

우리 동기들 다 취직해서..멀리에 있고,
또 전주에 있는 동기들은 퇴근시간에 너무 늦어 올 수가 없단 말을 듣고,
생일식엔 거의 빠졌던 내가 오랫만에 걸음을 해서 그런지 다들 반가워하는 눈치다.
우리 부부가 같이 참석해서 더 그러나보다.
동아리에서 유일하게 결혼한 커플이다.

이미 기념행사는 끝나고..뒷풀이 시간.
우리 단대 벚꽃...밤에 보면 하얗게 빛난다...석실장님 말처럼..+빛나무+ 같다.

제일 큰 벚나무가 있는 후정에서 빙 둘러앉았다.
막걸리와 안주들이 배급된다.

종이컵이 돌고,
막걸리가 흔들흔들 넘칠듯 말듯 채워지고 ‘장산곶매 화이팅!’을 외치며
잔을 높이 올린다. (^^)/U

단번에 들이키고 나니..모두들 입술만 살짝 축이고 내려놓는 까마득한 후배녀석들.

요즘 애들은..술 마시라 그러면 동아리에서 탈퇴한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그 자리에서 대든다고 한다.
아님..집에 가버리거나..

우리 땐 것두 즐거운 추억이었는데...
술 마시라는 선배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났었는데..
술 마시란 말이 우리땐 그리도 친근하더구만 그 애들한텐 강압같나 보다.^^

벚나무 꽃 차양막(?) 아래에서...
막걸리 잔을 들이키며 고개를 젖힐 때마다 하얀 벚꽃들이 웃어준다.
‘너 혼자 마시니까 맛나냐?’ 그러는 것 같다 ㅋㅋ

술잔이 돌고 분위기도 무르익고..
취업문제로 머리 뜯어가며 얘기하는 녀석
요즘하는 청춘사업 얘기로 입이 귀에 걸쳐 싱긍벙글하는 녀석
세무사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아 곧 가야한다며 일어서는 녀석...
(내가 맨날 갈구는 넘이다^^)

인석들 정말 청춘은 청춘인가보다...
낮엔 봄날씨더라도 밤엔 오들오들 떨리도록 춥던데
여자후배들 춥다고 상의 벗어 입혀주고
반팔티 하나 걸치고 돌아다닌다...

패션들도 ... 쥑인다.
대부분 애들의 옷이
뭔가 어색한 컬러의 배합으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렇게 촌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마이콜보담은 덜 빠글거리지만 암튼 이쁜 가발 하나 쓴 것 같던
남자 후배녀석...
어깨너머로 찰랑거리는 금발의 머리를 가진 남자후배녀석(베이스 짱이란다)

개성들도 강하고...

나와 학교를 같이 다녔던 ...졸업을 앞둔 후배들이 그런다.
"좀 술이 떡이 되게 마셔서 꼬장도 부리고 했음 좋겠는데...
얘들은 그런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말로는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거겠지..-_-

02학번 000입니다..03학번 000입니다..
와서 꾸벅꾸벅 인사하고 어색한 듯 씨익 웃고는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간다.

무슨 문제가 되었던 간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자니..

사회에 먼저 발을 딛은 선배로서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2차를 한다고 구정문으로 내려가잔다

회계사 준비를 하는 여후배가 와서 팔짱을 낀다.
"언니, 이눔의 학교 지긋지긋한데 졸업하고 나서도 공부한다고 갇혀 있다니..
빨리 벗어나고 싶어"

"그래도 나와봐라...학교가 그리울 걸...학생때가 좋았지 싶을거다."

자긴 안 그럴거란 듯 입을 삐죽거린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지..

간만에 학교에 가서
젋은 에네르기를 많이 마셔서 기분이 좋다..^^

.
.
.

그날 밤.. 하늘이 참 맑아서 더 좋았다
몇 개 박히지 않은 별들이 유난히 빛났기 때문이다.


◎ KENWOOD 04/10[10:35] 211.40.132.62
^^ 아름다운 풍경이 제눈앞에 선하게 크로즈업 되네요,,,
저두 울와이프랑 CC였는디,,,가끔 학교놀러가면 예전에 작업실에서 밤샘작
업하구 막걸리 마시구 그러던때가 생각이 나요,,,
정말 정말루 학교다닐때가 넘그리워요,,,더더욱 연애시절이였어,,,
^-------------------------------------^
◎ giri 04/10[10:43] 210.180.21.105
음,,,그립군여....아~~~
◎ 마뇽 04/10[10:45] 211.194.76.103
ㅎㅎ 맞아요..
어느해 여름엔가는...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쫄딱 다 맞았죠...
건물안으로 뛰어들어가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시선이...
우리 신랑이 응큼한 눈빛으로 빗물에 젖은 저의 몸을 훑고 있더구만요
캬캬캬.... 암튼 파란만장했던 학창시절=연애시절이었죰^^
◎ 마뇽 04/10[10:46] 211.194.76.103
기리님..오늘 벙개 잘 하세여~~
광안대교 다시 가보고 싶네요 정말~
◎ KENWOOD 04/10[10:48] 211.40.132.62
몸짱기리님,,,안뇽,,,
광안대교에서 번지점프는 하지마시길,,,
학창시절,,,연애시절,,, 넘그립네요,,,
◎ 동그라미^^ 04/10[11:01] 211.245.208.113
돌이켜보며 웃을수 있는 추억이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죠
◎ 마뇽 04/10[11:56] 211.194.76.103
동그라미님..오랜만이요~~
잘 지내시죠? 주말 잘 보내시구요^^
◎ 비싸이너 04/10[12:00] 211.220.62.60
크억~~ㅜ.,ㅜ 다시는올수없는 학창시절이여~ 그때 좀더 놀꺼로~~후회막급하이~꺼억~
◎ 비싸이너 04/10[12:02] 211.220.62.60
참~참~ 기리어빠~ 와 광안대교 벙개 취소하는뎅.. 그라믄나혼자라도 간다...말리지마~~-.,ㅡ++
◎ giri 04/10[12:05] 210.180.21.105
음...변사체 하나 뜨오르겠군...
◎ 마뇽 04/10[12:08] 211.194.76.103
ㅋㅋㅋㅋㅋㅋ 오매...진따 웃겼어여~~~ 기리님...
제가 오늘 모임만 없었어도 휘릭 널러가는데^^
뉴스 보겠슴당^^
◎ KENWOOD 04/10[12:14] 211.40.132.62
헉,,,비싸이너님,,,
청탁하신일 있으세요,,,그리도 참으시길,,,-.-;;
◎ 고다르 04/10[12:59] 211.199.52.205
저두 학창시절하면 팅구녀석들하고 끊임엄이 먹어대던 술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하하하

◎ ★쑤바™★ 04/12[10:51] 220.82.220.184
학교 졸업한지 이제 1년 조금넘은 저는..
더더욱 그리워지네요....
1년전만 해도 캔버스를 휘젓고 다녔었는데...-,.-;;
너무 그립습니다..
마뇽님 글 읽고...가슴이 찡해오는걸 느낍니다...
◎ 마뇽 04/13[13:24] 211.105.224.139
^^ 나두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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