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더웨어 차림으로 새벽에 귀가하는 모습이 새벽잠없는 이웃주민에게 목격되는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여 신분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치마를 머리위로 뒤집어쓰고 그것만으로는
안심할수 없어 후속조취로 바닥에 버려진 하드짝대기로 눈부위를 가린채 조심스럽게 얼리베
이터에서 내렸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복도에는 적막이 감돌았으나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속
력으로 우리집 현관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내가 돌진한 곳은 현관문이 아니라 일생일대의 지령을 완수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출동했던 딸의 귀환을 기다리며 문밖에 나와있던 모친의 풍만한 복부였다.
모친은 자신의 복부에 깊이 박힌 나의 대구리를 축출하여 자신의 가슴에 사정없이 문땠다.
'장하다! 내딸아'
'집에 쫌 드가가 장하마 안되나?'
'내는 니가 대기만성형일줄 알았다'
'이 영광을 엄마한테 돌리께'
나는 모친의 나이롱 빤짝이 상의와의 과도한 마찰로 인해 대구리가 메두사가 된채 감격에
들떠있는 모친을 집안으로 잡아끌어 현관문을 닫아 걸었다.
공간을 이동하는 동안 최초의 벅찬 감격을 추스리고 실무적인 감각을 회복한 모친은 나에게
간밤의 사건경과에 대해 단독 인텨뷰를 요청해 왔다.
그러나 파란만장했던 간밤의 자초지종을 모친에게 어찌 설명한단 말인가...
나는 후다닥 장식장 서랍을 뒤져 부친이 사진촬영시 후까시 용품으로 애용하는 잠자리 썬글
라스를 착용하고 동선의 혼란을 초래하기 위해 주방과 화장실을 넘나들며 모친의 추적을 따
돌리려 했으나 모친의 기자정신은 가히 퓰리쳐상감이었다.
이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은 강공밖에 없다....
나는 의도적인 고자세를 견지했다.
'뭐시 궁금하노?'
'여적 데이트하고 오는 길이가?'
'스캔들로 비화될수 있는 질문은 삼가해도'
'내도 알권리가 있다'
'내 사생활이다'
공공의 알권리와 개인의 사생활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던 모친은 데이트선포에 이어진 언더
웨어 새벽귀가를 전격적으로 성사시킨 나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흔쾌히 알권리를 양보하
고 질문의 수위를 조절하였다.
'사우 될 사람 이름이 뭐고?'
'선도맨이다'
모친이 나의 답변을 가계부에 속기했다.
'이름 억시 선하네'
'인자 완연한 가을인갑다'
'직업은 뭐고?'
'선생님이다'
'직업도 억시 선하네'
'북풍한설 몰아친다'
'장래는 확실히 약속한기가?'
'먼 장래는 약속 몬하고 오늘 또 만나기로 약속했다'
'쪼매 아숩네'
'피부 미용을 위해가 내 인자 쫌 자야된다'
모친이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가 오이를 가져왔다.
'자는동안 붙이주꾸마'
저 아름다운 대사가 과연 모친의 입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
선도맨이여...네 이름만으로도 국내최강 악날모친이 순식간에 21세기에 환생한 신사임당으로
변모하다니 너의 선도 파워는 실로 막강하구나...
나는 내방으로 들어가 쓸데없는 노동력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연중무휴로 깔아놓은 이불
위에 누었다.
모친은 내 머리맡에 도마를 놓고 다소곳이 앉아 한석봉 모친 떡 써는 포즈로 오이를 썰었다.
'한개가꼬 되겐나?'
내 얼굴의 면적을 초벌측량한 모친이 자재부족을 염려했다.
'잘 깔마 된다'
모친은 평소 부친이 옆머리 걷어올려 정수리에 널 듯이 부족한 오이를 고루 배분하여 내 얼굴에
붙이기 시작했다.
'쫌 쳐묵지 마라!'
아...본능적으로 오이를 입에 넣고 말았구나....
나는 부족한 자재를 호박으로 보충하겠다는 모친의 야심찬 청사진을 뒤로 한채 수면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뜬 나는 해일처럼 밀려오는 벅찬 감동에 파도같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모친이 내 머리맡에서 호박을 썰다 지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벌떡 일어나 모친의 살찐 등을 부둥켜 안았다.
'엄마. 내 이번에 꼭 시집가께!'
'내딸아. 니를 믿는다'
모친이 눈물을 주루룩 흘리며 내손을 꼬옥 잡았다.
실로 33년만에 극적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모녀화해의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모친의 감동 퍼레이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모친은 공식적인 협조용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설의 금박나비 왕뽕쟈켓을 자발적으로
협찬해 주었다.
'여자는 옷이 날갠기라'
'아이다'
'그라마?'
'엄마의 사랑이 날개다'
모친과 나는 서로 온몸에 닭살이 이빠이 돋은채 격하게 부등켜 안았다.
나는 이미 일개 의상의 의미를 넘어서 모친의 사랑으로 승화된 금박나비 왕뽕쟈켓을 착용하
고 발걸음도 가볍게 화제슈퍼에 출근했다.
그러나 선도맨과의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밀려드는 불안감을 떨쳐낼수 없었다.
협상을 결렬시킨채 귀가했던 대구빡이 선도맨에게 일부 부적절했던 나의 과거를 이미 폭로
했다면....
나는 겨울자켓인 금박나비 왕뽕쟈켓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을 질질 흘리며 부들부
들 떨었다.
신라면을 씹어먹던 존나1이 향정신적 호기심을 표출했다.
'아지매 뽕하나?'
내가 그리도 부유해 보인단 말인가...
'내가 뽕할 돈이 어딘노?'
'점빵물건 빼돌리가 뽕값 대나?'
'이기 쌩라면 쳐묵디 쌩사람 잡네'
존나1이 냉장고에서 빠나나 우유를 꺼내 빨대로 빨아먹으며 나를 야렸다.
'어쩐지 물건이 자꾸 엄써진다 캤다'
'니가 다 쳐무 조진거 아이가?'
나는 가게의 물건손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존나1과 난상토론을 벌이다 그만 선도맨과의
약속시간에 늦고 말았다.
'니땜에 늦었잖아!'
'뽕맞을 시간이가?'
존나1아. 지금은 너무도 일찍 사회의 어두운 면을 알아버린 너의 가여운 영혼을 토닥여줄
시간이 없구나..
나는 금박나비 왕뽕쟈켓을 휘날리며 아파트 정문으로 달렸다.
막간을 이용하여 상습적으로 무단방뇨를 일삼는 거리의 비행견을 선도중이던 선도맨이 반갑
게 나를 맞았다.
'의상이 참 아름답구나'
나는 조심스럽게 선도맨의 의중을 살폈다.
'혹시 떠도는 괴소문 몬들었나?'
'무슨 소문 말이니?'
'아..아이다'
선도맨의 태도에 별다른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구빡은 결국 닭 두 마리에 감복하여 나의 과거의 행적을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두기로 한
것인가..
'그럼 우리의 식사를 위해 출발해 보자꾸나'
'바라던 바다'
선도맨과 내가 기사식당을 향해 막 출발하려는 순간 대구리에 까만 비닐봉다리를 덮어 쓴
정체불명의 괴한이 선도맨과 나의 사이로 두두두 뛰어왔다.
괴한이 비닐봉다리를 벗자 그속에서 나타난 것은 대구빡의 대구리였다.
'차라리 봉다리 덮어쓰라'
'닭집 아지매땜에 변장했다'
'덮어쓰고 갈길가라'
대구빡이 자신에게 보다 우호적인 선도맨을 공략했다.
'히야. 내도 밥무러 같이가자'
선도맨이 나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분리수거함에서 깨진 박아지를 꺼내 뒤집어쓰고 츄리닝 밑단을 양말속에 집어넣어 복
장을 갖춘후 모든 싸인을 동원해 절대불가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다.
'아우야. 그것은 좀 곤란하구나'
대구빡은 선도맨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화단에 들어가 잔디를 마구 뽑더니 파바박 뛰어나와
지나가던 용식이의 새우깡을 뺏어 먹었다.
간식 약탈에 항의하는 용식이를 꼴아보며 새우깡을 씹어먹는 대구빡의 눈동자는 인간의 탈
을 쓰고는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말겠다는 의지로 사악하게 불타올랐다.
결국 선도맨은 선도를 위해 불가피하게 대구빡의 합류를 승인했다.
'니 안바쁘나?'
'바쁠수록 돌아가라캤다'
'너무 돌아가는거 아이가?'
'코너웍은 자신있다'
이제는 선도맨과 나와 대구빡이 기사식당을 향해 출발하려는 순간 대구빡이 선도맨의 머리
에 까만 비닐봉다리를 덮어 씌웠다.
'니 선도맨한테 뭔짓이고?'
'오늘내로 저녁묵기 싫나?'
선도맨이여.. 배고픈 나를 용서해다오..
'단디 씌아라'
대구빡은 기사식당에 도착해 테이블에 앉고 난 후에야 선도맨의 머리에서 비닐봉다리를 벗
겨주었다.
선도맨의 정갈한 가리마 위에는 콩나물 대가리가 다소곳이 데코레이션 되어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담았던 봉지니?'
선도맨이 까만 비닐봉다리의 과거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자 대구빡이 재빨리 화제를 전환
했다.
'오옷....돈까스도 인네!'
'어데?'
과연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돈까스라는 세글자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비록 적이지만 대구빡의 역사적인 발견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
을 과시했다.
선도맨은 곧은 뜻을 굽히지 않고 된장찌개 정식을 주문하였으나 고기에 목마른 허기진 두
영혼은 기꺼이 돈까스를 동반주문 하였다.
그러나 냉혹한 생존의 정글에서 어제의 동지는 곧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법.
대구빡은 한 아가리에 돈까스를 들이붓고 내 돈까스를 넘봤다.
'니 입맛 엄써 비네'
내 피같은 돈으로 조달한 닭 두 마리를 지혼자 다 쳐먹었던 놈이 뻔뻔스럽게도 이젠 용식이
손바닥만한 내 돈까스까지 노리는 것인가...
나는 재빨이 돈까스를 후루룩 마셨다.
'꿀이다'
'후회없나?'
'니껄 몬문기 후회다'
대구빡이 선도맨의 귀에 찰싹 달라붙었다.
'히야...'
쓰레빠를 벗기에는 이미 늦었구나..
눈깜짝할 사이에 내 돈까스 접시위에 놓여있던 포크가 대구빡의 대구리에 꼽혀 파르르 떨었다.
'꾸엑!'
'아우야. 괜찮니?'
선도맨이 다급하게 대구빡의 대구리에 꼽힌 포크를 뽑았다.
순간 빵꾸난 구멍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닝기리. 다시 꼽아라 히야!'
선도맨이 구멍에 맞추어 포크를 다시 꼽았다.
나는 재빨리 포크 손잡이를 잡고 선도맨에게 양해를 구했다.
'치료해주고 오꾸마'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구나'
대구빡이 포크를 뽑히지 않기 위해 내 옆에 바짝 따라 붙었다.
'놔라'
나는 식당밖으로 나온 후에야 포크를 놓아주었다.
'니가 꼽았재?'
'증거인나?'
'심증은 가는데 확증이 엄따'
대구빡이 전근대적인 수사기법의 한계를 드러내었다.
'협상하자'
'조건이 뭐고?'
'결혼해도 니 안쪼까내께'
'셋이 한방 쓸끼가?'
'니 변태가?'
'우리동은 원룸이다'
'그라마 니 베란다 쓰라'
'자는동안 창밖으로 집어 떤지가 직일라꼬?'
'그라마 내방쓰라'
'자는동안 너거 모친 보내가 직일라꼬?'
'세상은 그래 어둡지만은 않다'
'협상결렬이다'
대구빡이 파바박 식당안으로 들어가 선도맨의 귀에 찰싹 달라붙었다.
'히야...'
눈깜짝할 사이에 아직도 끓고있는 된장찌개 뚝배기가 대구빡의 대구리를 덮었다.
'꾸엑!'
'아우야. 괜찮니?'
선도맨이 다급하게 대구빡의 대구리에 엽차를 뿌렸다.
놈의 대구리에서 치지직 연기가 피어 오르며 파바박 물집이 솟아올랐다.
'치료해주고 오꾸마'
'히야. 내 보내지 마라!'
나는 포크손잡이를 잡고 식당밖으로 나왔다.
'살인미수로 고소할끼다'
'고소는 공짜로 하는줄 아나?'
'돈드나?'
'것도 모리나?'
'워낙 법없이도 살다보이....'
삼년만에 먹은 금쪽같은 돈까스가 역류 조짐을 보이는구나...
'거래하자'
'안땡긴다'
'마지막 카드다!'
'까봐라'
이렇게 된이상 내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
'오늘밤.....방앗간 뒤에서 만나자'
대구빡의 대구리에서 물집이 파바박 터졌다.
'기냥 떡 줄기라고 말해도'
'30대의 내 농염한 육체를 주마'
대구빡의 입에서 돈까스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경찰 불러도'
'앙탈부리나?'
대구빡이 비틀거리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창상에 화상에 빈혈에 허기가 겹치따'
대구빡이 필사적으로 기어서 식당안으로 들어가 선도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선도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구빡을 감싸안았다.
'아우야. 치료를 할수록 상태가 더욱 안좋아 보이는구나'
'히야. 죽기전에 꼭 하고싶은 얘기가 있다'
대구빡이 적정기준 미달의 데시벨로 힘겹게 속삭였다.
눈깜짝할 사이에 스뎅쟁반이 대구빡의 정수리에 세로로 꼽혀야 할 찰나...
'히야. 귀 쫌 가까이...'
선도맨의 숙인 머리가 과녁에 겹쳐졌다.
'내 저여자 못볼데 다 봤다'
선도맨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나는 선도맨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포시 터치해주었다.
'땡'
선도맨의 몸이 사르륵 풀렸다.
'그게 정녕 사실이니?'
'그기 아이고...'
'히야. 함 더 귀 쫌 가까이...'
'듣지 마라!'
선도맨은 듣지 말라는 나의 간곡한 건의를 받아들여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저 여자랑 밤도 같이 보냈다'
아...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선도맨의 뒷 배경이 까맣게 암흑으로 변하며 선도맨의 눈동자가 하얗게 텅 비었다.
선도맨이 유령처럼 의자에서 스르륵 일어서자 선도맨의 품에 안겨있던 대구빡이 바닥에 나
뒹굴렀다.
'다시는 메리 널 보고싶지 않구나'
선도맨은 볼래야 볼 수 없는 허연 눈까리로 스르륵 식당밖으로 나갔다.
'선도맨. 내말 쫌 들어봐라!'
나는 다급히 선도맨의 뒤를 쫒았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나는 식당바닥에 팔베게를 하고 누워 진실을 노래하는 대구빡에게로 빠꾸하여 놈의 대구리
에 꼽힌 포크를 가열차게 뽑았다.
하루종일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승객들의 발이 되느라 고생하신 기사님들을 위해 위문분수쑈
를 벌이던 대구빡은 출혈과다로 기절해 버렸다.
복수에 눈이 멀어 시간을 너무 지체하였구나...
나는 후다닥 식당밖으로 뛰어나와 선도맨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선도맨은 이미 나의 손이 닿을수 없는 저 먼 어둠속으로 스르륵 사라져가고 있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마저 정녕 이렇게 떠나가는 것인가...
공작가 (
) 12/02[01:30]
오랫동안 기다린 14편... 근데.. 쟝르가 갑자기 바뀌는듯한...... 대구빡을 살리라~ 메리 12월 1일!!ㅋㅋㅋ;;
공작가 (
) 12/02[01:31]
12월 2일이네.. 이런....
KENWOOD 12/02[08:57]
공작가님 안녕^^ 얼릉주무시고,,,음 지금쯤 일어나셨겠군,,,좋은아침^^
캔우드는 선도맨이라네,,,움하하하!!!
고다르 12/02[09:27]
대구빡이 쪼매 비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