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남녀 공방전]-22.그놈은 멋부렸다.

[한심남녀 공방전]-22.그놈은 멋부렸다.

기뿐비 0 1,071 2004.02.12 01:31
대구빡과 조직맨의 난투극으로 인해 화제슈퍼는 원폭직후의 히로시마를 방불케하는 폐허로 변했다.
대구빡이 구석구석 얼마나 알뜰하게 나부꼈는지 어느구석 하나 성한곳이 없었다.
내생애 마지막 직장으로 뼈를 묻을 각오를 다졌던 화제슈퍼의 참상앞에 내 전생애를 관통하는 코드인 게으르니즘조차 빛바랜 이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는 화제슈퍼의 빠른 재건을 위해 주지도 않는 시간외 수당도 지혼자 마다해가며 아침일찍부터 출근하여 복구작업에 매달렸다.
대구빡이 떡친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워가며 박살난 슈퍼를 혼자 쎄빠지게 쓸고 닦고 치우는동안 늙은제비는 복구작업의 전권을 나에게 위임한채 사거리의 꽃마차다방으로 날랐다.
그러나 그런 늙은제비를 결코 원망할수 없었으니...
여기서 잠깐 재현 들어간다.
화제슈퍼 난동사건 발생당일 자정.
대구빡의 힘빼기작전에 말려들었던 조직맨 왕가슴마담과 2인1조 야간작업중 극심한 후달림증세 호소.
이에 앙심을 품은 왕가슴마담 즉각 조직맨 방출.
조직맨 빤스바람으로 집에서 쫒겨나 아파트 주변 배회 시작.
순간의 위기모면을 위해 도주했던 늙은제비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컵라면을 가지러 야음을 틈타 극비리에 화제슈퍼 잠입.
배회도중 슈퍼앞을 경유하던 조직맨, 컵라면을 옆구리에 끼고 슈퍼문을 나서던 늙은제비 현장체포.
체포된 늙은제비 모진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일주일내로 돈을 갚지 않을시 스스로 구디파고 들어가 눕겠다는 각서작성.
각서의 하이라이트인 지문날인을 요구하는 조직맨에게 늙은제비 인주없다고 덧없는 반항시도.
이에 격분한 조직맨, 늙은제비의 손꾸락 전격 바이트.
늙은제비 각서의 내용을 피로써 인증한후 비로소 방면.
결국 늙은제비는 일주일내로 돈을 갚지 못하면 언더그라운드에 조용히 파묻혀야할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늙은제비는 향후 땐스계에 발을 끊겠다는 폭탄선언과 더불어 목숨을 걸고 자금조달에 일로매진 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표명하였다.
그리하여 늙은제비는 목하 사거리 꽃마차다방에서 그간 땐스로 친분을 다졌던 사모님들을 모아놓고 조촐한 은퇴식을 1부로 마치고 2부순서인 투자설명회를 열고 있는 중이었다.
슈퍼는 일시적으로 박살났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오히려 이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비록 영원히 잠재해있기만 하다 인생 종칠것이라는 장모양의 저주어린 예언이 있기는 했으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나같은 인재를 일찌감치 확보했고 이제 최고경영자도 정신을 차리고 사업에 전념할 뜻을 밝혔으니 화제슈퍼의 앞날에는 이제 무궁한 번영과 발전만이 남은 것이었다.
나는 미래의 청사진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복구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뿌러진 진열대의 조각을 맞추어 돼지뽄드로 정성스럽게 붙이고 있을 때...
존나1이 들어오더니 코를 벌름거렸다.
'뽕값 엄써가 인자 뽄드부나?'
'니는 도대체 내를 뭘로 보는기고?'
'뽄드걸로 본다'
아...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당췌 애매하구나...
존나1이 여느때와 다름없이 카운터에 앉아 햇반을 퍼먹기 시작했다.
존나1아...국내에 현존하는 날라리 중 아마도 니가 가장 규칙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 듯 하구나...
나는 지척에서 어른거리는 햇반의 존재를 잊기위해 진열대의 봉합작업에 더욱 열중하려 애썼으나 눈까리가 자꾸 햇반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도다리부인 곁눈질하네'
존나1아...국내최초의 흉부함몰형 에로배우로서의 내 가능성을 알아본거냐...
나는 더욱 뇌쇄적인 눈길로 햇반을 흘끔거렸다.
'쫌 쎅씨하나?'
'존나 언짢다'
존나1이 안면에 현저한 식욕감퇴 증상을 노출하며 햇반을 떠먹던 요플레 숟가락을 집어 떤졌다.
오옷...숫가락을 집어 떤지는 행위는 식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알리는 식탁예절의 기본이 아니던가...
나는 파바박 카운터로 달려가 햇반의 잔여분을 체크하였다.
아직 밥이 반이나 남아있구나...
존나1은 과연 이밥을 나에게 기증할것인가...
라스베가스 도박사들의 예측에 의하면 존나1이 순순히 나에게 밥을 기증할 확률은 무한대 시그마:1로 거의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지만 나는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과감하게 배팅하였다.
'남은거 내무도 되나?'
그리고 과감하게 까였다.
'택두 엄따'
아...우리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라스베가스 방식을 섣불리 도입한 것이 패인이로구나...
나는 한국적 혼이 살아숨쉬는 농한기 사랑방 방식으로 다시 데쉬하였다.
'그라마 개평으로 한숟가락만 도'
존나1이 야리꾸리한 눈길로 내 허기진 바디를 훑었다.
'아지매도 밤에 존나 후달리나?'
존나1아...밤이면 밤마다 진정한 수녀로 거듭나고 있는 나에게 그 무슨 당치않은 음해냐..
'니는 대구리가 그쪽으로만 돌아가나?'
'유일하게 존나 잘 돌아가는 분야다'
꿈과 희망이 가득 넘쳐야할 청소년의 눈망울에 아직도 황색저널리즘의 최고봉으로 추앙받으며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썬데이 서울의 혼이 살아 숨쉬는구나...
'니도 건전한 취미생활 쫌 찾아봐라'
'내도 존나 건전한 취미 있다'
'뭔데?'
'싸움구경 하는기다'
존나1아...직접 싸우는게 아니라 구경만 한다니 참으로 건전하구나...
존나1이 기대어린 눈빛으로 파바박 문밖을 살폈다.
'오늘은 빠박이랑 깍두기 안오나?'
마치 70년대 듀엣 코메디언 이름 같구나...
'둘이 또 싸우라꼬?'
'존나 신나잖아'
존나1아...너는 전생에 네로황제였냐...
슈퍼에 사자도 한 마리 풀어놓지 그러냐...
'니는 사람이 맞아죽는기 재미있나?'
'빠박이 죽었나?'
비록 조직맨에게 죽도록 터지기는 했으나 베스트셀러를 쓰기전에는 절대로 죽지 않겠다는 대구빡은 국내 독서인구가 집단으로 미치지 않는이상 가뿐하게 영생불사를 보장받은 놈이었다.
'네버다이 불사조다'
'불사조도 죽는다'
'와?'
'조류독감 걸리가'
존나1아...뇌구조적으로 볼 때 니가 제일 감염위험이 높구나..
존나1은 자신의 숨겨진 수의학적 역량이 스스로 매우 대견한듯 지머리를 지가 쓰다듬더니 바닥에 집어떤진 숟가락을 주워 옷에 문지른후 다시 햇반을 퍼먹기 시작했다.
'모이나 쳐무라'
나는 존나1을 일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각도로 쎄리 깔아봐주는것으로써 존나1이 제기한 대구빡 사망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대구빡은 정녕 해로운 생명을 조기에 마감한 것인가...
하루가 이틀이 가고 몇일이 지나도록 대구빡의 모습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대구빡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금방이라도 팩 꼬꾸라져 죽을것만 같던 놈의 마지막 모습이 점점 깊숙이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것이 대구빡의 살아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면...
비록 심하게 해로운 생물체였다고는 하나 꺼져가는 생명을 그저 방관하기만 했던 나의 죄는 무엇으로 씻을수 있을것인가...
하루하루 커져만가는 불안감속에 급기야 어젯밤에는 죽어서 천국에 간 대구빡이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온갖 산해진미를 쳐먹는 공상과학적 악몽이 늙은제비의 부재를 틈타 쎄빈 초코파이로 겨우 연명하느라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내몸을 덮쳤다.
아...이러다 나야말로 조만간에 골로 가겠구나...
대구빡의 생존을 확인하는 것이 내가 살 길이다...
나는 오늘도 자금유치에 실패하고 퀭한 눈탱이로 슈퍼에 귀환한 늙은제비와 바톤을 터치한후 허기진 몸을 이끌고 대구빡이 기생하고 있는 선도맨의 자택으로 향했다.
선도맨의 집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다.
벌써 영안실로 떠난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의 손잡이를 돌려보니 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사람이 죽었는데 문 잠글 정신이 있겠는가...
나는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가 기척을 살폈다.
'아무도 없나?'
순간 고요한 방 한구석 침대위에 눈을 감은채 죽은 듯이 누워있는 대구빡의 모습이 파바박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려는 것인가...
아..왜 이리 불길한 쪽으로만 대구리가 돌아가는거냐...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대구빡에게 다가가 놈의 상태를 살폈다.
뭉개지고 터져서 떡이 된 놈의 대구리는 시퍼런 멍과 시뻘건 아까징끼와 누런 대일밴드가 개판으로 뒤섞여 보고있는 눈까리가 어지러웠다.
이게 인간의 얼굴이냐 무지개떡이냐...
나는 바닥에 굴러댕기는 파리채를 주워 까꾸로 잡고 대구빡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진짜로 죽었나?'
대구빡아...그 찢어진 눈까리를 번쩍 뜨고 왜 찌르고 지랄이냐고 야리기라도 해다오...
그러나 대구빡은 여전히 눈을 감은채 미동도 없었다.
'죽지마라! 죽지마라!'
나는 대구빡의 모가지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쎄리 흔들었다.
순간 죽은줄로만 알았던 놈의 목구멍에서 기적처럼 영롱한 생명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컥!'
'사...살아있었나?'
'닝기리. 멀쩡한 놈도 니땜에 죽겠다'
'십탱아! 와 죽은척하노?'
'자가치료 중이었다'
오...경제적인 이유로 첨단의학의 혜택을 누릴수 없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네놈만의 독창적인 치료법을 개발한거냐...
주기적으로 모친의 잔인한 쓰레빠질에 노출되는 나로서는 매우 유익한 정보로구나...
'우에 하는긴데?'
'자는기다'
고마 쎄리 영원히 자도록 내삐리둘걸 그랬구나...
괜히 방문했다는 후회가 살포시 밀려오는 순간...
'우짠일로 온기고?'
네놈이 죽었을까봐 걱정되서 왔다고 말할바에는 내 차라리 혀를 깨물고 자결하리라...
'서...선도맨한테 볼일 있어가...'
'히야 출장선도 갔다'
'어데로?'
'노인정에 10원짜리 도박판 벌어지따꼬 제보 들어와가'
선도맨이여...이제껏 이룩한 선도성과에 결코 안주하지 않고 이제는 세대를 초월하는 선도활동을 펼치고 있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대구빡아...한지붕 아래에서 같은공기를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건만 너와는 삶의 질이 다른 선도맨을 보면서 뭐 느끼는거 없냐...
'쫌 보고 배아라!'
'내가 가르친기다'
나는 뻥에도 최소한의 리얼리티가 바탕이 될 때야 비로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후릴수 있다는 사실을 한마디로 가르쳐 주었다.
'허!'
'야가 안믿네'
대구빡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노인정에 도신으로 군림하는 박정배옹 아인나?'
내가 알 리가 있냐...
대구빡이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내가 전수한기다'
괜히 방문했다는 후회가 이제는 물밀 듯이 밀려 오는구나...
'갈란다'
'잠깐만!'
침대에 오징어처럼 납작하게 퍼져있던 대구빡이 꾸운 오징어 오그라드는 꼴로 일어나려고 용을 썼다.
'왠만하면 기냥 누버 있어라'
'내 걱정하는기가?'
'시각적으로 너무 괴롭다'
'니가 주는 고통도 만만치 않다'
대구빡이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와 그래 치다보는데?'
'고통을 즐긴다'
대구빡아...거울에 비친 너 자신의 얼굴에는 아주 홍콩 가겠구나...
대구빡의 피학성 변태적 시선이 점점 나의 흉부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감히 너같은 변태놈이 순결한 나의 육체를 탐하려드는 것인가...
양팔로 파바박 함몰흉부를 가리는 순간...
'니 회충있나?'
'뭐시라?'
'와 이래 비썩 골았노?'
순간 대구빡의 농간으로 인해 선도맨과 헤어져야했던 아픔과 그로인한 모친의 식사제공 중단으로 기아에 허덕였던 지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이기 다 니 때문이다!'
'내 회충 옮은기가?'
'니 회충있나?'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아름답게 더럽은놈!'
'잘 키아가 서로 사돈맺자'
'내는 회충 엄따!'
'한마리 분양해주까?'
괜히 방문했다는 후회가 이제는 해일이 되어 내 허기진 몸을 덮치는구나...
'갈끼다!'
'잠깐 쫌 있어봐라 안카나?'
'와 자꾸 잡노?'
'내 부축 쫌 해주고 가라'
'내가 와 니를 부축해야 되노?'
'중환자 아이가?'
'주디 살은거 보니까 말짱하네'
'몸은 만신창이다'
몸이 제아무리 만신창이가 된다 한들 네놈의 정신상태보다 만신창이겠냐...
'회충한테 부축해 달라캐라'
'가들이 뭔 힘이 있다꼬?'
'내도 힘엄따'
'내 대구리 깨지가 죽으마 니 책임이다'
비실비실 침대에서 일어나던 대구빡이 휘청 넘어가더니 방바닥에 대구리를 쎄리 박았다.
저놈은 지가 지대구리 깨고도 내가 깼다고 덮어씌우고도 남을 놈인 것을...
억울하게 대구빡 대구리파열 사망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여생을 차디찬 감빵안에서 보낼수는 없는일...
나는 마지못해 대구빡에게 다가가 놈의 팔을 내 어깨에 둘렀다.
'어디 갈긴데?'
'화장실'
'꼭 지금 싸야되나?'
'싸러 가는거 아이다'
'그라마?'
'신비롭게 남고싶다'
나는 답변을 거부한채 사지를 흐느적거리는 대구빡을 부축하여 화장실로 향했다.
안그래도 못먹어서 내몸하나 가누기도 힘든판에 내 가녀린 어깨를 짓누르는 대구빡의 하중은 지옥의 고통이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느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왔다.
'내를 남자로 보지말고 환자로 봐도'
'원래 환자로 보고 있다'
대구빡아...너야말로 나를 도우미로만 보고있는거 맞냐...
아무리 네놈을 부축중인 상황이라고는 하나 만수산 드렁칡 얽히듯 칭칭 감기는 이 느낌은 뭐냐...
네놈의 얼굴에 홍조가 번지는지 살펴보려해도 시야를 교란하는 무지개 칼라 때문에 확증을 잡기가 어렵구나...
코따까리만한 원룸에서 화장실과 침대 사이가 이리도 멀었던가...
나는 화장실에 대구빡을 하적하고는 문앞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허나 지금 이렇게 뻗어있을때가 아니었다.
놈이 화장실에서 나오면 또다시 대구리파열론을 들이대며 나에게 부당한 부축을 강요할터...
나는 놈이 화장실에서 나오기전에 이곳을 떠나야한다는 일념으로 천금같은 몸을 억지로 삐질삐질 일으켰다.
그러나 달콤한 휴식에 매몰되어 시간을 너무 지체하였던 것인가...
나는 그사이에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기어나온 대구빡에게 발목을 붙잡혀 또다시 놈을 어깨에 짊어지고 침대까지 지옥의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아...떠나야할때를 알고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지만 떠나야할 타이밍을 놓친자의 뒷모습은 후달리는구나...
대구빡을 침대위에 내동댕이친후 회충을 배양하고 있는 몸뚱아리가 어찌 이리도 알찬 중량을 유지할수 있는지 그 비결을 문의하기 위해 놈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대구빡의 수염이 정확이 2:8의 비율로 물발라 곱게 빗질되어 있었다.
내 중노동의 결과가 저 가리마였던가...
'니 수염에 가리마는 와 탔노?'
'내가 원래 쫌 포멀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니가 가라 밀라노'
'아직은 조국이 내를 필요로 한다'
예비군 소집 나왔냐...
'그라마 내가 간다'
대구빡에게 등을 돌리고 현관으로 한걸음을 내디디는 순간...
'잠깐만!'
대구빡아...오늘 니가 나를 심하게 잡는구나...
'또 뭐?'
'내 함 더 부축해주고 가라'
'아프마 고마 곱게 디비져 있어라'
'환자의 인권도 존중되야 된다'
아...논리의 당위성에서 밀리는구나...
'또 어데 갈라꼬?'
'내 책상'
나는 결국 책상까지 쎄가 빠지게 대구빡을 부축해갔다.
이 부상의 와중에도 작품활동을 게을리할수 없다는 것인가...
대구빡아...비록 멀쩡한 폭포에서 훌떡 벗은 여자 튀어나와 때밀고 빨래하는 글이지만 그 열정만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귀신 튀어나올듯한 서랍을 한참 뒤져 대구빡이 찾아낸 것은 펜이 아니라 스킨 샘플병이었다.
대구빡이 스킨 뚜껑을 촤라락 돌려 손바닥에 스킨을 부었다.
그리고 스킨을 철퍼덕 볼에다 쳐발랐다.
'끼야오!'
대구빡이 볼을 감싸쥐고 방바닥을 쎄리 굴렀다.
이놈은 정녕 붕어인가...
맞아서 다 터진 피부에 뭔 정신으로 스킨을 쳐바르는거냐...
대구빡은 고통을 못이기고 대구리를 바닥에 짓찧고 있었다.
저러다 진짜로 대구리 파열되서 죽겠구나...
나는 대구빡을 억지로 일으켜세워 죽을똥 살똥 부축해서 대구리를 찧어도 안전한 침대위로 옮겨놓았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비오듯 흘렀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힘이 없구나...
'헉헉...내 진짜로 간다'
'잠깐만!'
'콱 직이뿔라!'
'함만 더 부축해주고 가라'
'또 어데로?'
'옷장에'
'말라꼬?'
'옷 갈아입을라꼬'
나는 누렇게 색이 바랜채 다 떨어진 놈의 난닝구를 쳐다보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갈아입을 옷이나 있나?'
'예비군복 빨아놨다'
중환자라서 걷지도 못한다는 놈이 아까부터 왜 저리 몸단장을 하고 지랄인가...
나한테 잘보이려고 그럴리는 없을터...
'니 어데 선보러 가나?'
'야가 뭔소리하노?'
대구빡이 강도높게 부정했다.
'근데 와 그래 멋부리쌌노?'
'원래 깔끔하다'
너의 내면에 자라고 있는 눈부신 순백의 회충이 너의 깔끔함을 증명해 주는구나...
'더 이상은 몬한다'
'그라마 내 대구리 깨져 죽거덩 장례나 치라도'
아...그 대구리를 내손으로 깨고 싶구나...
'이번이 마지막이다'
나는 죽을힘을 다해 놈을 부축하고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붙박이장으로 향했다.
이제 드디어 한계가 온것인가...
눈앞이 노래지고 천장이 빙글빙글 돌며 막 쓰러지려는 순간...
'띵똥!'
선도맨이 보람찬 출장선도를 마치고 귀가한 것인가...
'히야가? 문 열리따'
대구빡아...왜 이리 더 철썩 달라붙고 지랄이냐...
'총각 있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선도맨이 아니라 한손에 하얀 비닐봉다리를 든 치킨집 과부였다.
치킨집 과부가 나의 어깨에 둘러져 있는 대구빡의 팔을 보더니 나를 팩 야렸다.
'아가씨 니 여기서 뭐하노?'
오옷...저 손에 들려있는 비닐봉다리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닭인가..
나는 치킨집 과부의 질문을 무시하고 대구빡을 팩 돌아보았다.
'니 닭 시킨나?'
대구빡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지'
치킨집 과부가 대구빡에게 뻑쩍찌근한 미소를 날렸다.
'총각 몸보신 하라꼬 닭한마리 튀가 왔다'
순간 내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던 무게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옆에서 뭔가 휙 날랐다.
내 어깨에 기대고 있던 중환자 어디갔냐...
다음순간 내눈에 비친 것은 치킨집 과부 옆에서 닭봉다리를 끌어안고 있는 대구빡이었다.
'니...니...'
순간 멈칫 내 눈치를 본 대구빡이 닭봉다리를 끌어안은채 비비적 비비적 바닥에 누웠다.
'아...삭신이야'
이제껏 죽을힘을 다해 놈을 부축했던 것이 모두 저놈의 농간에 속은것이었단 말인가...
'야 이 십탱아!'
나는 불같이 솟구치는 분노의 힘으로 대구빡에게 달려가 놈의 대구리를 사정없이 갈겼다.
순간 치킨집 과부가 파바박 달려와 내 팔을 가로막았다.
'안그래도 아픈 총각을 와 때리노?'
'아지매가 뭔데 간섭이라예?'
'내는 총각의 건강을 진심을 염려하는 누님이다'
치킨집과부는 눈빛만으로도 뼈가 삮을듯한 눈길로 대구빡의 온몸을 훑었다.
그 와중에도 대구빡은 닭봉다리를 꼭 끌어안은채 바닥에 자빠져 어느새 꺼낸 닭다리를 우물우물 쳐먹고 있었다.
아...내가 누구를 탓하리오...
네놈이 걱정되어 일부러 찾아온 내가 미친년이요 이빠이 등신데쓰네로구나...

220.82.220.241★쑤바™★ 02/12[10:30]
엄청난 양의 글에 압박을 느끼면서도....다 읽어버린 쑤바...-,.-;;..의외로 재밌었음...쑤바 스타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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