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재수없는 놈이 여기 왜 앉아있단 말인가.
나는 되도록 대구빡과 멀리 떨어진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대구빡 맞은편 자리에 빈 방석이 딸랑 하나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할수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대구빡은 덩어리가 지 반동가리도 안되는 여자 둘 사이에서 앞가슴에 반
달 모양이 프린트된 시커먼 반팔 티셔츠를 입고 앉아 있었다.
한 마리의 대구리 털 빠진 반달곰이었다.
대구빡은 면상을 오만상 쭈그리며 나를 야렸다.
가만히 있어도 찢어진 눈이 맘먹고 야리자 얼굴밖으로
삐져 나올 판이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구빡을 마주 야렸다.
코웃음을 치는 바람에 아까 입구에서 감격적으로 분출되었던 콧물의 잔여
물이 살포시 그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었으나 나는 개의치 않고 살짝 닦으
며 의연히 대구빡을 야려주었다.
'니가 여기 왠일이고?'
'그카는 니는 여기 왠일이고?'
대구빡의 옆에 앉아서 당근을 갉아먹던 여자1이 서로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대구빡이 여자1의 질문에 콧방귀를 뀌었다.
순간 대구빡의 코에서 콧물이 약간 분출되었다.
저놈도 입구에서 감격의 용액을 분출했던 것인가.
이미 콧물이 정리되어 거리낄것이 없었던 나는 야심차게 다시한번 코웃음
을 치며 거만하게 대구빡을 아래위로 훑어주었다.
일생에 거만할래도 거만할일이 없는 굴욕의 삶을 영위해왔던지라 거만한
자세가 상당히 낮설었으나 최선을 다했다.
'양봉농가 습격할라꼬 내리완나?'
대구빡이 나의 시선을 쫒아 자신의 가슴에 프린트된 반달모양을
내려다봤다.
모가지가 짧아 슬픈 대구빡아.
짧은 모가지 때문에 각도 조절에 상당히 애를 먹는 눈치였다.
'니 주디부터 습격해주까?'
주위에 앉은 여자1,2,3 남자1,2,3이 휘파람을 불고 괴성을 지르고
난리였다.
잠시후 여기저기서 '뽀뽀해!' '뽀뽀해!'라는 연호가 터져 나왔다.
이 폭력적인 분위기를 그대들은 어찌 에로버젼으로 승화시킬수가
있는가.
그러니까 너네들은 이 허접한 글속에서도 엑스트라나 하고 있는거다.
대구빡과 나는 눈치없는 엑스트라들의 연호속에 처음으로 뜻을 같이하며
함께 치를 떨었다.
그런데.........
순간 예상치 못한 제의가 들어왔다.
뽀뽀를 하면 회비를 면제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의가 들어온 것이었다.
2만원이라는 가공할 금액이 저 대구빡과 뽀뽀만 하면 고스란히 나의것이
된단 말인가.
비록 대쪽같은 절개의 결과라기보다는 상품성부족으로 시장에서 자연도태
된 결과이기는 했으나 어쨌거나 이제껏 정절을 지켜온 내 순결한 영혼과
처절한 빈곤에 시달려온 내 궁핍한 영혼이
치열한 싸움을 시작했다.
슬쩍 대구빡을 쳐다보았다.
대구빡의 찢어진 눈이 갈등과 번뇌의 해일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저놈도 나와같은 절대빈곤종족이라는 것을.
대구빡은 바지 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 으스러지게 움켜잡고는 비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주디 딱 대라'
순간 궁핍한 영혼이 순결한 영혼을 둘러메쳤다.
그래.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너의 고뇌에 찬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나 역시 괴롭지만 그 길에 동참해주마.
나는 츄리닝 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 대구빡과 같은 포즈로 움켜잡았
다.
대구빡과 나는 상을 사이에 두고 자유의 여신상 포즈로 움켜쥔 2만원을
치켜든 채 서로의 얼굴을 향해 몸을 뻗었다.
대구빡의 찢어진 눈에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대구빡의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에도 돈 때문에 영혼을 팔아야 하
는 처절한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대구빡이 행동개시 시각을 공지했다.
'하나 둘 셋하마 간다'
나는 2만원에서 국물이 흘러나올만큼 꽉 움켜쥐고 차마 눈을 감았다.
대구빡도 2만원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잠깐.
눈을 감았는데 대구빡이 눈 감은걸 어떻게 보냐고 따지는 분이 있을 것이
다.
1.인문과학적 변명-이글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빙자한 전지적 작가 시점
이다.
2.자연과학적 변명-우리는 은하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푸른 별인 지구에
살고 있다.
따지지 말고 아름답게 살자.
3.초과학적 변명-눈을 감아도 제3의 눈으로 볼 수 있다. 헐~)
가뭄에 논바닥 갈라터지는 목소리로 대구빡이 숫자를 세는 소리가 들렸
다.
하나........
둘............
셋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나의 코 부위에 엄청난 충격으로 뭔가 쿵 부딪혀
왔다.
나는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대구빡이 고통으로 신음하며 코를 감싸쥐고 있었다.
대구빡의 양쪽 콧구멍으로 피가 찍 흘러나왔다.
말로만 듣던 전설의 쌍코피였다.
'닝기리, 니땜에 또 피났잖아'
'내가 박았지 니가 박았나?'
순간 내 콧구멍에서도 뜨뜻한게 찍 흐르는게 느껴졌다.
대구빡은 혀를 내밀어 코에서 흐르는 피를 다이렉트로 받아먹었다.
나는 코피가 흐르는 콧구멍을 냅킨을 똘똘 뭉쳐 막았다.
대구빡이 찢어진 눈으로 엑스트라들을 쫙 훑으며 선언했다.
'뽀뽀했심다!'
엑스트라들은 모가지에 스프링 달린 강아지인형처럼 멍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입술은 닿지도 않고 코만 박았건만 그 짧은 순간을 슬로우비디오로 판독
하지 않는 이상 엑스트라들이 어찌 알것인가.
단 한번의 박치기로 엄청난 액수를 벌어들인 것이었다.
대구빡과 나는 회심의 미소를 날렸다.
순간 코피를 혀로 빨아먹으로 변태스런 미소를 짓고있는 대구빡과 냅킨으
로 콧구멍을 틀어막으며 광녀처럼 히죽거리는 나를 기준으로 엑스트라들
이 홍해 갈라지듯이 쫙 갈라지며 파바박
기어서 도망쳤다.
엑스트라들은 대구빡과 나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비좁은 자리에 두겹 세겹
으로 낑겨앉아 대구빡과 나를 공포의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 결과 다른 테이블에 엑스트라들이 대여섯명씩 낑겨 앉은것에 비해 대
구빡과 나는 한테이블을 통채로 널널하게 차지했다.
이것역시 한번의 박치기로 얻은 성과였다.
나는 예상치 못한 연이은 행운에 한껏 고무되어 더욱 신비로운 광녀의
미소를 선보였다.
엑스트라들은 뇌쇄적인 나의 광녀미소에 목이 바짝 타는지 연거푸 물을
들이켰다.
순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고기가 나왔다.
눈부신 광채의 은빛 쟁반에 도도한 붉은색을 뽐내며 살포시 포개져 있는
고기들을 보자 코피마저 딱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감격에 젖어있을때가 아니었다.
고기를 바라보는 대구빡의 눈길 또한 심상치 않았다.
갈구하는 듯한, 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고기를 바라보는 대구빡의 시선
이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있었다.
전투력을 최고치로 높이기 위해 점심까지 굶었건만 대구빡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닌듯했다.
대구빡은 불판에 한치의 자투리 공간도 용서치 않고 고기로 완벽도배를
했다.
그리고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수십번을 뒤집으며 정성불안 증세
를 보였다.
'쫌 작작 디비라. 고기 다 뿌사진다'
'고기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환각증세까지 보이는구나.
불판에 아예 코를 박고있는 대구빡의 허연 대구리에 지글거리던 기름이
한방울 퍽 튀어 올랐다.
순간 머리위로 시퍼런 조명을 역광으로 받은채 눈밑에 꺼먼 먹물이 칠해
진 대구빡이 입술끝으로 에코 이빠이 들어간 음산한 웃음을 날렸다.
'흐흐흐.......반항하는 고기가 더 맛있는기라'
드디어 미친게로구나.
역시 잠시도 경계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되는 상대였다.
과다한 뒤빔을 이기지 못해 걸레짝이 된 고기가 드디어 익었다.
대구빡과 나의 타는듯한 눈길을 고스란히 받은 고기는 다른 테이블에 비
해 빨리 익었다.
나는 대구빡이 정신분열증을 보이는 동안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제일
크고 두꺼운 고기조각에 전광석화와 같은 젓가락질을 가했다.
그러나 고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고기는 어느새 대구빡의 입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전열을 가다듬고 다른 고기조각을 찍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구빡의 강력한 태클앞에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실로 대단한 실력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넓은 시야, 특히 인터셉트 능력은 가히 탁월하다 할
수 있었다.
이대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세였다.
작전 변경이 불가피했다.
나는 상추 바구니를 다정하게 대구빡의 앞에 놓아주었다.
'쌈 좀 싸무라'
'니나 싸무라'
'야채가 피부미용에 좋다카드라. 요새는 남자도 피부에 신경쓰야된다'
대구빡은 상추 바구니를 내 앞에 다시 놓아주었다.
'니 마이 무라. 상태보이 마이 무야되겐네'
너무 많이 먹어서 상태가 이렇다면 어쩔 것이냐.
대구빡은 엄청난 스피드로 고기를 초토화하고 있었다.
나는 애처로운 날개짓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몇 쪼가리 집어먹지도 못했는데 고기가 바닥나 버렸다.
나는 엑스트라들에게 추가주문 가능여부를 문의하였다.
낑겨앉은 엑스트라들이 난색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대구빡은 엑스트라들의 거부 의사를 분연히 묵살하고 과감하게 추
가주문을 하였다.
대구빡아.
그 추진력만은 높이 살만 하구나.
그 후 엑스트라들의 항의를 무시한채 다섯 번의 추가주문을 감행하였으
나 대구빡에 밀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히딩크여.
그대도 고기집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했던것이오.
나는 굶주린 하이에나가 되어 고추며 마늘이며 남은 음식들을 닥치는 대
로 집어먹었다.
부른배를 감당못하고 고기집 방바닥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대구빡
의 배는 만삭의 임산부였다.
나는 산고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 마리 반달곰을 보며 격렬
하게 끓어오르는 증오심을 참을수 없었다.
저 배를 밟아 문때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나는 분연히 일어나 누워있는 대구빡의 옆으로 다가갔다.
순간 엑스트라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대구빡이 경계하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와?'
'신경끄라. 화장실 가는기다'
나는 내발에 내가 걸리는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며 중심을 잃은척 대구빡
의 배를 꾹 밟았다.
일생일대의 혼신의 연기였다.
내년 대종상은 나에게 달라.
고통스러운 짐승의 표호와 함께 대구빡의 배가 푹 꺼지며 식도까지 차 있
던 고기쪼가리들이 분수처럼 촥 분출되어 다시 대구빡의 얼굴을 덮었다.
이제 엑스트라들은 대구빡과 나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지기위해
벽에 찰싹 달라붙어버렸다.
대구빡은 얼굴에 달라붙은 고기쪼가리들을 떼어내 다시 먹으며 나에게 달
려들었다.
나는 대구빡이 침범할수 없는 여자화장실로 급히 피신했다.
대구빡은 여자화장실 안까지 쫒아왔으나 화장실안에 있던 여성동지들의
스테레오 비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물러났다.
그러나 지금 잠시 물러났다고 한들 여기에서 나가면 대면을 피할수 없는
일.
나는 변기에 앉아 대책을 강구했다.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으나 보복이 두려웠
다.
육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은 결코 두렵지 않았다.
멧집에는 자신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뉴스에서 봐오지 않았던가.
폭행후의 금품갈취.
저 놈도 절대빈곤종족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된 바.
지금 내 수중에는 거금 2만원이 있다는 것을 저놈도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장고 끝에 2만원을 빤스속에 숨기고는 변기칸을 나와 거울앞에 섰
다.
나는 대구빡의 금풀갈취 시도에 대비해 돈이라고는 땡전한푼 없어보이는
표정과 대사를 연습해보았다.
그러나 따로 연습할 필요가 없었다.
일생을 절대 빈곤에 허덕이며 살아온 나이기에 몸 전체에 이미 빈곤의 어
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빈곤한 내 일생에 처음으로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순간 거울에 언뜩 비치는 검은 그림자......
나는 조심스럽게 만세삼창을 해보았다.
팔과 몸통이 연결되는 부분에 무성한 야생수풀림이 돋보였다.
모친에게 쫒겨 민소매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온 것이 실수였다.
나는 몸에 털이 유난히 많은지라 남들 한번 제거할때 두세번씩 제거해 줘
야만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귀찮은건 둘째치고 고통또한 만만치 않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현대과학의 산물들을 이용할수 없는터라 방법은 굳세게
뽑는수밖에 없었다.
한가닥 한가닥 뽑을 때 마다 에로틱한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애로사항이 에로사항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그 고통을 참고 뽑았을 때 얼마후 한구멍에서 한꺼번에 두 개의 터래기
가 돋아나오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해본일이 있는가.
내 조만간 생물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미 많은 엑스트라와 대구빡도 보았으리라.
미용의 세계와는 오랜동안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온 나지
만...........쪽팔렸다.
양팔을 몸에 짝 붙이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니 엑스트라들이 맥주잔을 들
고 건배를 하고 있었다.
남자1이 일어서 건배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모임을 마치자고 했다.
남자1의 말이 끝나자마자 엑스트라들이 컵을 집어 삼킬 듯이 미친것처럼
맥주를 원샷했다.
그리고 1초후에는 방에 대구빡과 나만 남았다.
대구빡은 맥주에는 손도 안댄채 꼼짝 안하고 나를 꼴아보고 있었다.
나는 이성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맥주 마시라. 공짜다'
대구빡은 여전히 꼴아보는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술 안묵는다. 니나 마이 쳐무라'
행실을 보니 공짜라면 양잿물도 퍼마시겠구만 참으로 의외로다.
나는 마구 집어먹은 마늘과 고추의 후유증으로 맥주가 땡기던 터라 잔을
집어들었다.
막 입으로 잔을 가져가려는 순간.....
야생수풀림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팔을 옆구리에 꼭 붙인채 입을 컵으로 가져갔다.
자세가 불량하여 맥주가 줄줄 흘렀다.
'다 봤구마는 새삼스럽구로 와 지랄이고?'
얍삽한 놈.
'봔나?'
'그라마 이때까지 날개죽지 푸닥거리노코 몬볼줄 알았나?'
'그 째진 눈으로도 보는데는 이상없나?'
'워낙 울창해가 몬볼수가 엄뜨라'
수세에 몰린 나는 반격을 시도했다.
'니 대구리에 쫌 심어주까?'
'싫다. 대구리에서 겨드랑이 냄새 나구로?'
내 이제껏 사회에 크게 이바지한바는 없으나 해를 끼치지는 않고 살아왔
다.
그러나 이순간 내 너를 처단하고 살인범의 멍에를 쓰고 싶구나...
공작가 (
) 11/19[00:34]
ㅋㅋ;;;; 리얼리티가 줄줄 흐르는데요....
KENWOOD 11/19[09:02]
푸다닥~~~푸다닥~~~헉!!!
미소공주 (
) 11/19[12:11]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더 재미 있어지는데요...푸 ㅎㅎㅎㅎㅎ
홀로서기 11/19[20:25]
ㅋㅋㅋㅋ 아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