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독락(獨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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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7 00:56
서양건축과 우리건축의 가장 큰 차이점을 들자면...
바로 주체가 누구이냐 하는것 입니다.
서양건축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극복과 승리를 표현하기 위한 기념비적인(monumental)건축이 주류를 이룹니다.
파르테논 신전 앞에 서면 건축 이외에는 인간도, 자연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에 의해 창조되어진 거대한 물체만이 주인공으로서 인간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사상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연과 인간과 사물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기 마련입니다.
건축은 자연과 인간을 관계맺음 시켜주는 도구이자 수단입니다. 때론 서로를 가깝게 다가서게 하여 주고(대청마루, 들어열개 창), 또 때로는 서로를 떼어(두터운 외벽, 판장문) 놓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연속에 그 모든것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거역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주인공은 자연이고 인간과 건축은 그 안에서 극복과 승리 보다는 순화와 적응의 삶을 추구하여 왔습니다.
이곳은 대구 달성의 비슬산 유가사라는 절 입니다.
대부분의 절들이 진입하면서 부터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주 불전(대웅전, 무량수전 등등)을 정면으로 향하게 하여 진입부를 만드는데 이절은 어찌해서인지 모두 좌, 우로 길을 비켜 물러서 있습니다.
절을 오르다 보면 그 의문은 자연스레 풀리게 됩니다. 바로 진입하는 방향 정면에 거대한 주산의 주봉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봉우리를 주인공으로 놓았기에 인간이 만든 전각들은 좌우로 비켜서 있는 것 입니다. 이러한 예는 부안 내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우리네 건축은 그러합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마치 잘 맞는 한벌의 옷처럼 자연속에서 인간을 보다듬어 주곤 합니다. 자연속에서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그 존재성을 망각하게끔...
보일듯 보이지 않는 건축... 바로 우리건축의 또다른 아름다움 입니다.
獨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