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야기 -1-
독락(獨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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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9 01:00

혹시 "비움"과 "비워짐"의 차이를 아시나요?
같은 말일까요? 아니면 다른말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혀"다른 말 입니다.
비움은 "적극적인 사고의 행위적 표출"이라 하겠습니다. 즉 어쩌다 보니 그냥 텅 비워진게 아니라 일부러 어떠한 목적을 위해 공간을 비워 놓았음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비워짐은... 말 그대로 채워 놓고 남겨진 "짜투리" 공간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네 "마당"은 비운 공간일까요? 비워진 공간 일까요?
흔히 집을 지을때 건물부터 채워 넣고 남겨진 공간에 나무 한그루 심어 "마당" 혹은 "정원"이라 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옛 선조들은 이와 반대로 집을 설계하였습니다.
바로 마당부터 비워놓고 남겨진 공간에 하나씩 하나씩 건물을 채워 넣었던 것 입니다. 때문에 적어도 "마당"이란 이름이 허락되어지는 우리네 전통 건축에서의 공간은 분명히 말씀드려 "비운" 공간이지 "비워진" 공간이 아닙니다.
이 두가지 단어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바로 집이 우선이나 마당이 우선이냐를 결정하는 것 입니다.
서양의 경우는 분명히 마당보다는 집이 우선입니다. 그들은 건물 하나를 짓고 그 안에서 모든 행위를 영위 했었습니다. 대소변의 생리 현상까지도...
하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각각의 용도에 맞게 여러칸과 채의 건물로 나누어 짓고 그것을 마당을 중심으로 하나로 묶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것을 집합적 건축이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건축을 서양의 그것과 비교함에 있어 가장 큰 특색을 이야기 할때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집합적" 건축이라는 것 입니다.
이러한 집합들을 묶어 주는 끈과 같은 구심점이 바로 "마당" 입니다.
마당은 각각의 건물에 그 특색을 부여 하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한 집에는 여러개의 마당이 존재 합니다. 사랑마당, 안마당, 행랑마당, 뒷마당, 바깥마당.... 등등....
즉 건물과 건물이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마당입니다.
옛부터 우리네 마당 가운데는 나무를 심지 않았습니다. 네모난 마당에 나무를 심으면 한자로 "곤할 곤 困"자가 되기 때문에 그 뜻이 좋지 못하다 하여 마당은 그냥 비워 두었던 것 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비워두었기에 무엇이든 할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기도 한 것이 마당입니다.
다음에 계속....^^
아래 마당은 추사고택의 여러채의 집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을 하는 바깥마당 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그 존재를 알리는 건물군들을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처럼 묶어 주어 하나의 영역임을 암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추사 고택에는 이 외에도 사랑채와 안채의 사잇마당, 사랑마당, 안마당 뒷마당, 사당마당 등이 있습니다.
獨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