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화엄사 입니다.
이 사찰은 그 구성 자체에서부터 이해할수 없는 파격입니다.
사찰의 대표적인 구성은 바로 "위계" 입니다. 산 아래부터 시작되는 산문들을 지나 최종 부처님이 계신 불전까지 모든 지형 지물이 전부 높고 낮음의 위계에 의해 계획되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찰엔 최고의 위계를 갖는 불전이 두개나 있습니다.
바로 2층의 거대한 건물인 각황전과 단층의 조촐한 대웅전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더욱이 신기한 것은 엄청난 크기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보제루를 지나 사찰 마당에 들어서면 그 규모의 차이를 느낄수 없다는 것 입니다.
바로 두 전각의 규모를 시각적 배치와 착시현상을 이용하여 절묘하게 조절한 것 입니다.
규모로 보나 교리로 보나 화엄종의 사찰인 화엄사의 주불전은 각황전 입니다. 그러나 대웅전은 정면에 놓여 있고 각황전은 한쪽 끝자락에 놓여 있어 시각적으로는 절묘한 균형을 이룰수 있는것 입니다.
물론 이처럼 교리가 다른 두개의 전각이 하나의 사찰안에 들어가 있는데에는 또 다른 장구한 역사의 이야기가 존재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을 뒤로 하고라도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두개의 전각을 한곳에 모아 놓아야 하고 이에 위계를 적절하게 정해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의 지혜로운 이들이 풀어 놓은 혜안의 바다에서 미천한 후학은 견딜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낄 뿐 입니다.
지식의 많고 적음은 결코 지혜의 풍부함과 견줄수 없음을 다시한번 느끼며...
獨樂....
석실장 01/19[21:09]
사전적 지식의 축척은 지식이 아니고요. 두리뭉실의 지헤가 나와야 그게 배움의 성과가 아닐까?
독락(獨樂) 01/20[10:56]
석실장님께서 정확한 답을 알려 주셨네요...맞습니다. 참된 배움의 성과란 애써 떠올려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느껴지는게 바름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