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앤쏘니.

바닷가에서, 앤쏘니.

보라보라 0 375 2001.12.23 16:26


얼마전에 생일성물로 친구로부터 낸골딘의 사진집을 받았는데요.
그중 몇컷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군요.
(천천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중 한장인 이 사진
Anthony by the sea, Brighton, England 1979
설명이 필요없는 사진이죠.


요즘같은 때에 참 어울리는 사진같습니다.
계절적으로야 전혀 뭐 연말분위기랑은 상관없이 보이지만 말임다,

여기 앤쏘니라는 남자,
창밖을 내다보며 다가올일을 생각하고 있는지, 지나간 일을 생각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어느쪽으로 보이나요.

창문너머의 풍경은
앤쏘니라는 남자의, 바깥일까요 아님 그의 내면일까요.


이맘때쯤의 누구에게나,
그리고 저같은 이십대의 중앙을 돌파(?)하고 있는 사람에는 더욱더,
참으로 많은 상징적인 의미가 되는 사진인것 같습니다.

사실 이 사진의 낸골딘의 작업중에서 제가 그다지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요.
구도나, 색감의 대비, 명암의 대조, 광선 처리, 인물의 포즈 어느 하나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져서
너무 완벽해서, 사실 몰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쯤에
오메가 시계나 혹은 커티샥같은 상품광고가 들어간다면 딱일것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슬아슬하게도
상업사진이 갖고 있는 어떤 점으로 빠질듯 빠질 듯 하면서도 쉽게 항복하지 않는
균형의 힘, 그 호소력은 바로 진실성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도저히 스냅샷으로 보이지 않지만
낸 골딘의 작업들은 거의 다 무연출 무가공 무작위라고 합니다.
그의 작업의 모델들도 모두 낸 골딘의 거의 family라고 부르는 친구들, 가족들이구요.

아무튼, 좀더 자세한 낸 골딘에 대한 소개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구요...


좋은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 흥미로운점 하나.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사진속의 하늘과 창문의 모양새가
딱, 르네 마그리뜨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그림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 민이 ─ 다른건 모르겠는데, 아주 멋진 집을 가진거 같군요...^^;
◈ 쟈스민 ─ "전망좋은 방-A Room with a View" 딱 영화제목이네요....
◈ 이순정 ─ 앤쏘니, 당신은 제 자리를 뺏었군요. 앤쏘니, 태양 앞에서는 미소가 어울립니다. 앤쏘니, 그림자를 만들지 마세요.
◈ 이순정 ─ 앤쏘니, 바다위로 내 눈물이 보이죠? 앤쏘니, 전 그 자리에서 내 눈물을 빨리 말려야 합니다.
◈ 이순정 ─ 앤쏘니, 이제 상반된 두개의 상념에서 탈출하세요. 그리고 빨리 나오세요...
◈ 이순정 ─ 이젠,,, 제가 앉아 있어야 합니다.
◈ midory ─ 눈을...감으면...보일지도...모를....
◈ midory ─ 당신의...어제..모습....
◈ midory ─ 그리고.....
◈ midory ─ 오늘의...내...모습....
◈ 레이 ─ 이 좋은 사진을 보며.. 앤쏘니치고는 좀 뼈대가 굵군..이라는 생각을 하는 난 뭔가...--;;;;
◈ 레이 ─ 그래두 마그리뜨의 그림이 떠오른 건 보라님과 같군여...창 밖의 하늘이..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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