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답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몇가지 힌트를 줄때가 있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답사의 4단계가 있다고 하면...
제일 첫 단계는 바로 "어디로 갈것인가" 하는것 입니다.
이는 답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여행이나 산행이 곧바로 답사와 연계될수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단계라 할수 있습니다.
한 예로 이번주말에 계룡산으로 산행을 가려 한다면 계룡사의 유명한 사찰들 - 갑사, 동학사, 신원사 등등 - 을 마주칠 것이고 자연스레 그 사찰의 유래, 혹은 그 사찰이 갖는 특징등에대해 관심을 갖을수 있습니다.
두번째 단계로는 "무엇을 볼 것인가" 하는 것 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답사라는 목적 하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 가장 포괄적이며 답사의 목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가 됩니다.
즉, 건축물, 석조형물, 입지, 산수, 조각, 그림 등 자신의 관심분야를 정하여 보다 세밀하게 관찰할수 있으므로 답사전 반드시 체크해야할 사항입니다.
세번째로는 "무엇을 느끼는가" 입니다.
답사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느낌이라는것이 제 주관입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다 하더라도 가슴을 비워둔채 머리로만 대한다면 이는 필시 허공을 맴도는 메아리와 다를바 없습니다.
기둥 하나를 보더라도 이것이 민흘림인지 배흘림인지 머리속에 담긴 지식에 빗대어 관찰하는것 보다 "아... 이 불룩한 모양의 기둥은 참으로 자연스럽게 부드럽구나" 하는 솔직한 느낌이 훨씬 중요하고 또한 옳은 감상법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어느정도의 지식이 함께 한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요...
마지막 단계로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하는것 입니다.
단순히 느끼고 만다면 동물적 감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느낌을 토대로 가슴속 깊이 메아리 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며 남성적인 아름다움과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그러한 형상을 하게 되었던 이유에 대해 한번쯤 깊은 상념에 빠져보고 그리할수밖에 없었던 옛 선현의 무언의 가르침에 깨달음을 느껴보는것이 중요하다는 것 입니다.
여행을 원하시는 몇몇분들을 위해 맹목적인 여행이 아닌 남는것이 있고 느낌이 있는 여행을 위해 도움이 될까 하여 몇자 적어봤습니다.
참고로 이 사진의 장소는 계룡산 신원사 입니다.
제가 위에 이야기한 답사의 단계대로 이 답사의 내용을 이야기 한다면...
우연히 계룡산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신원사를 가겠노라고 정하였고 -->1단계
신원사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궁중의 지원을 받은 산신당 "중악단"을 보기 위함이었으며...--> 2단계
사찰안에 궁궐양식의 건물과 그러한 건물이 이곳 계룡산에 들어 앉았던 연유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직접 답사를 통해 느낄수 있었고... --> 3단계
성리학적 사상체계가 나라의 중심 사상으로 자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지극한 불심으로 꺼저가는 국운의 불씨를 살려 보고자 했던 명성왕후의 커다란 나라사랑을 가슴 깊이 깨달음으로 간직할수 있었습니다. --> 4단계...
獨樂...
단곶 02/19[12:39]
그동안 獨樂님의 사진과 글을 보고 왜 그냥 지나쳤던가 생각해 보니,
건축은 있었으나 사람이 없었던것 같았읍니다.
예나 지금이나, 건축은 사람들로 인해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이므로...
독락(獨樂) 02/19[15:00]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아직 건축에 사람을 담을 만큼 실력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건축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한 연후에야 건축과 사람의 관계가 보일것 입니다. 하지만 전 아직 턱없이 부족하여 건축도 보이질 않습니다. 때문에 건축속에 사람이 담긴다는것...저에겐 아직도 먼 훗날의 이야기란 생각이 듭니다. 대가라는 이들의 작품속에선 나무하나 풀 한포기, 사람, 그리고 건축, 자연 이 모든것들이 너무도 자연스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대가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 건축하나 담는것도 힘에 겨워하고 있습니다. 제 부족함을 너그러히 봐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글 속에 사람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은 모든것을 제 주관과 기준에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감히 누군가가 어떠한 건축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노라 이야기 할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합입니다. 즉흥적인 느낌, 혹은 잠시잠깐의 상념으로 글을 쓰자니 빚어지는 부족함이라 하겠습니다. 언젠가...건축에 대하 그리고 인간에 대해 나 스스로 확신할수 있을만큼의 이해가 깊어진다면....아마 조심스레 님의 지적을 표현해 보고픈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관심 갖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고견 부탁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