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야기 - 2 -

마당이야기 - 2 -

독락(獨樂) 0 288 2003.02.08 02:36
우리네 마당은...

왠만해서 꾸미는 법이 없습니다. 그냥 먼지 폴폴 날리는 흙마당 그 자체로 더욱 요긴한 건축적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구조는 "다목적" 혹은 "멀티" 라는 개념이 정착되어 있었나 봅니다. 단일 용도의 물건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것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한 예로 "방"과 "실"의 차이를 들겠습니다.

원래 "실"이란 말은 우리네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단어 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네 문화는 "실"보다는 "방"의 문화라 하겠습니다.

이 둘이 어떻게 다르냐 하면...

실은 반드시 그 앞에 접두어를 붙여서 그 공간의 성격을 한정합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는 화장을 해야 하며, 세탁실에서는 세탁을 해야 하고, 화실에서는 그림을 그려야 하며, 침실에서는 잠을 자야 합니다.

하지만 방은 그렇지 않습니다. 안방, 건너방, 사랑방, 웃방, 아랫방 등등 그 공간의 특징을 이름에 달뿐 성격을 한정하거나 규명하지는 않습니다.

"방"에서는 잠도 자고, 글도 읽으며, 그림도 그리고, 대화도 나눌뿐만 아니라 밥도 먹고 손님도 맞습니다. 해야할 일을 정해 놓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할수 있는 무한한 가변성을 갖은 공간이 되는 것 입니다.

현대의 우리가 이야기 하는 노래방, 비디오방, 게임방 등은 어찌보면 잘못된 용어라 할수 있습니다. 가창실, 비디오관람실, 게임실 등이 옳은 용어라 할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네 정서는 무언가를 불변의 진리로 두기 보다는 언제나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할수 있는 가변적인 것을 선호하곤 하였습니다.

마당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마당에서 무엇을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내집 마당 뿐만 아니라, 사찰의 대웅전 마당, 구중궁궐의 너른마당, 종묘 정전앞 월대등 마당에서는 무엇이든 할수 있습니다.

때론 아이들의 놀이터로, 또 때론 대소사를 치르는 연회장으로, 또 농작물을 가공하는 작업장의 역할로도 사용됩니다.

그래서 마당은 늘 그렇게 비워져 있는듯 하지만 비워져 있다기 보다는 비워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멀티 스페이스인것 입니다.

서구의 이성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은 융화와 통합 보다는 분할과 나눔, 격리와 차별을 우리들의 뇌리속에 심어 놓았습니다.

그로인해 성격이 정해져 버린 공간은 그 목적을 수행하지 않는동안 만큼은은 아무 쓸모 없는 죽은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삶이 담겨 있지 않은 공간은 그 순간 부터 의미를 잃어버린 말 그대로 공(空)이 되어 버리는 것 입니다.

우리네 공간이 정겹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삶이 언제나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상으로 구석에 버려져 버린 정원수 그득한 일본식 정원 보다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공간이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오고가는 우리네 덩그런 마당이 훨씬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獨樂...

- 사진 -

구례의 큰집 "운조루" 마당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당을 빗자루로 쓸어 내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사랑스런 손주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아니 그 순간만큼은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때 부터 자신을 담아 주었던 마당에 대한 사랑이고 애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獨樂...

211.186.30.59아침이오면 02/08[09:39]
흠~ '방'과 '실'이라.... 저런 곳에서 함 살아봤으면~~ ^^;;
211.110.112.25유니야 02/08[10:20]
정말 멋진 마당이네요^^ 저런곳 가보기라두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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