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꽃 마루...

비 꽃 마루...

독락천사 0 254 2002.08.01 11:08
불명산 화암사의 우화루(雨花樓) 입니다.

제가 짧은 지식으로 이 절에 대해 떠드는것 보다 15세기에 만들어진 <화암사 중창비>의 내용을 옮겨 놓는것이 더 이 절을 연상하시는데 도움이 될듯해서 옮겨 적어 봅니다.

"절은 고산현의 북쪽 불명산 가운데에 있는데 골짜기가 그윽히 깊숙하고 봉우리들은 비스듬히 연해 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길이 없고 인마가 모두 끊겨 있어서 나무꾼이나 사냥꾼 마저도 이를 수가 없다. 골짜기 입구에 바위벼랑이 있는데 높이가 가히 수십길이나 되고 뭇 골짜기의 시냇물이 한 골로 모여 흘러내리니 큰 폭포를 이룬다. 바위벼량의 허리에 너비 한자 정도의 가느다란 길이 있어 그 벼랑을 타고 들어가면 이 절에 이른다. 골짜기는 가히 만마리 말을 갈무리할 만큼 넓고 바위가 기묘하고 나무는 늙어 깊고도 깊은 성이다. 참으로 하늘이 만든 것이요 땅이 감추어둔 도인의 복된 땅이다...."

길은 길이라 명하였기에 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내가 걷고 있기때문에, 그리고 다른이들이 걷고 있기에 길인것 입니다.

비록 내가 가는길이 다른사람들의 길에 비해 곱지 못하고 평탄치 못하다 하여 그 길이 잘못된 길이라 생각하는건 정말로 중요한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뒤로 돌아가는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 화암사를 오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길이 아닌듯 싶지만 분명히 정해진 목적지가 있고 든든히 밟고 설 두 다리가 있기에 내가 가는 길이 곳 나의 길이다 라고....

두고 두고 생각해도 경치가 너무 좋은 곳 입니다. 아직 피서를 못 가신 님들은 그리 멀지 않은 이곳도 한적하고 조용하게 더위를 피하기엔 더 없이 좋은곳이라 생각합니다.

위치는 대전에서 1시간 거리 정도 입니다. ^^

독락천사...



219.241.135.170고고11 (ilyoung70@hananet.net) 08/01[11:56]
떠날 생각이 있쓸때 떠나는 마음 가짐이 부러워여..^^*
211.179.213.203미니랑쓰리랑 08/01[12:59]
이 사진을 보니깐 전북 부안에 있는 내소사가 생각이 나네요.... 거기도 가볼만 한데~~~
211.190.43.102독락천사 (dokrak@intizen.com) 08/01[13:06]
부안 내소사...그 한없은 전단나무 숲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 합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곳 입니다. 부안....겨울의 내소사가 특이 아름답죠....하얀 설경의 내소사....
24.25.74.87갈지마오 (soonom@핫메일.com) 08/01[14:14]
요즘 미국식집만 접하다(현재 미국거주) 한국의 전통가옥을 보고 있노라면 실로 우리조상님들의 멋스러움이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61.254.17.165곈이 08/01[14:34]
독락천사님 어제 반가웠어요~^^ 정모때는 한마디도 못했었는데 어젠 그래도 몇마디~홍홍
담엔 많은 대화나눠요~ 해박한 지식 옮겨오기..ㅋㅋㅋ^^;;
210.103.151.214하린 08/01[15:23]
이 우화루에는 어떻게 올라갔을까여? 계단도 안보이는데... 시간이 지난 흔적이 아름답네여.. 저두 꼭 가볼게여~~
203.240.181.150독락천사 (dokrak@intizen.com) 08/01[15:37]
절에 들어갈땐 일반적으로 두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이 절이 신라지방에 있었다면 루 밑을 파서 문을 하나 만들고 계단을 두어서 정면에서 진입하도록 했을것 입니다. 하지만 이절은 백제의 전통을 고스란히 따라 "루하진입"할수 있는 위치임에도 루 좌측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는 "측각진입"을 선택하였습니다. 좌측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마당이 하나나오고 그 마당과 이 마루의 바닥이 같은 수평면에 위치해서 어디가 마당이고 어디가 마루인지 모호하게 합니다. 건축용어로는 공간의 확장이라고 합니다. ^^
203.240.181.150독락천사 (dokrak@intizen.com) 08/01[15:39]
곈이님 저두 반가웠구요, 담번 모임에선 옆자리 비워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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