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도배...부산국제영화제-14

지각도배...부산국제영화제-14

moxnox 0 215 2003.10.18 22:09
부엌(식당)이 갖는 무게감이나 존재감이 어느정도인지 묻고 싶은데요.

김지운 (감독) : 일단 가족이 공식적으로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그곳의 벽지에서 느껴지는 무거움과 고풍스러운 가구에서 느껴지는 무거움, 카메라를 부각으로 놨을 때 무겁게 내려앉는 느낌을 주는 붉은 바닥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복잡한 느낌을 갖도록 한 것이거든요. 가족들이 유일하게 모일 공간에서 서로의 관계의 버거움과 차가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또 종국에는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마련된 공간입니다. 즉 가족들의 소외된 적대감, 대립, 폭발을 나타내기 위해 곳곳에 의도된 색감, 디자인 등을 배치했고 가족들의 감정이 꿈틀거리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죠.

영화의 주인공들을 선, 악으로 구분할 수 있나요?

김지운 (감독) : 특별히 선, 악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없어요. 페미니즘 시각에서 보면 남성의 시각이고 아버지는 처단되어야 하는 인물인데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여성의 입장과 남성의 입장을 따르는 것은 없고 항상 주인공의 입장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긍정적으로 그리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선악의 부분에 대해 강조한 것은 없었고요. 영화를 계속 보시면 수미가 선이고 은주가 악인 듯한 구도로 가다가 (수미) 자신이 경계시하고 적대시하고 경멸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는 아이러니를 통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무의미해지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 주제이기도 했기에 선악의 구분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내가 선인줄 알았는데 악이었다는 분열적인 혼란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거죠.

씽크대 밑에서 나오는 아이와 장롱에서 나오는 아이가 단지 죄책감 때문에 나오는 것인지 뭔가 다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지운 (감독) : 그 경우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뭔가 이 집에서 석연치 않은 것이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의 관계도 모호하고 이상하다’라는 인식 위에서 영화가 진전되면서 귀신이 나오면서 귀신영화라고 생각할 즈음에 수미의 가면극, 망상극 이라고 생각하며 끝납니다. 그런데 나왔던 귀신들을 망상이라고 생각할 즈음에 수연이의 원귀, 죽은 생모의 원귀가 집에 서려있고 그것은 ‘너무나 참혹한 가족의 비극과 슬픈 가족사에 기인한 원귀가 이 가족들에게 계속 나타날 것이다’라는 것이 드러나는 거죠. 죄의식을 귀신으로 형상화시킨 것이죠. 어쨌든 이 영화는 원귀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제가 조용한 가족이나 반칙왕을 만들고 나선 질문이 별로 없어서 질문이 많이 나올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참 많이 나오네요. (웃음)

정지연 (모더레이터) 전에 마감에 임박해 인터뷰 한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수연이 아버지는 수미를 데리고 그런 상처 많은 집안에서 계속 사는지가 궁금하거든요.

김지운 (감독) : 그런 질문 많이 받았는데요. 어쨌든 수미가 계속 그런 증세를 보였을 것이고 또 격리시켰을 것이죠. 어쨌든 자아가 치유할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할거라 생각하거든요. 지금 조금 상처가 치유됐으니까 계속 치유를 시도해보는거죠. 자기가 이겨내는게 중요해서 테스트를 하는거죠. 굳이 그런 무서운 일이 있는데 아버지가 무식하게 계속 겪어보라고 그러는건 아니거든요. 보시면 아버지가 계속 관찰을 하잖아요. 삭제신과 DVD에서는 물어보신 것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설명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정리하자면 외부로 나가서 산다는 것은 치유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부딪쳐 이겨내야 치유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자생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죠. 그래서 은주와 수미를 계속 면밀히 관찰하면서 그곳에서 살고 있는거죠. 어쨌든 많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더 좋은 영화로 여러분들과 이런 좋은 시간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관객들 박수)

임수정 (배우) : 장화홍련 사랑 많이 받아서 좋은데 이렇게 참석해서 봐주시니 장화홍련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도 연기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관객들 박수)


219.251.75.42홀로서기 10/19[10:46]
맞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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