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계속 해외에 체류할 것이 분명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리나라 맥사용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출판/인쇄업종이 아닌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당사자와는 거리가 먼 저로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긴 합니다... 만... 그냥 그 동안 게시판에 올라 온 글들을 봐 오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도 되겠...죠?!^^ (아... 비장해야 되는데 자꾸 우스워지려고 한다...^^)
그 동안 제가 주로 질문에 답변을 많이 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인 언어 장벽 문제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애플코리아가 한글판 오에스를 공급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한글 문제는 맥만의 문제도 아니고 절름발이 신세인 건 부인할 수 없지만, 한글 오에스 자체는 상당히 큰 만족을 주는 수준에 왔고, 치하할 만 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글 오에스라는 게 메뉴가 한글화된 거 정도 아닙니까? 영문 메뉴는 사실 치명적 문제에 해당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한글화된 어플리케이션이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프로그램들은 다 영문판입니다. 정말 치명적인 문제는, 맥 플랫폼에 우위가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과, 심지어 애플이 자랑하는 소위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라는 것에서 조차 한글로 된 지원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그 지원의 첫째는 소프트웨어 사용 설명서이겠죠. (아이무비 설명서가 한글화되었다는 게 제가 들은 전부입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그게 끝이 아닐 테지만, 그 이상까지 바라지도 않겠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는 전문직종에 계신 분들은 다들 고등교육에 유학까지 다녀와서 영어를 불편없이 쓰신다고 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근데 제가 느낀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많은 윈도우즈 사용자들이 제한된 기능의 프리미어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살고 있죠. 파이널 컷 프로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감히 써 보려 마음 먹었다가도 1400 페이지 짜리 영문 설명서 한 방에 나가 떨어집니다. 얼마 전에, 미국 유학생이라고 알고 있는 어느 개인 사용자 한 분이 보다 못 해 조금씩이라도 번역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어이가 없죠... 대체 누가 할 일을... 풍부한 한글 지원이 되었을 때 파이널 컷 프로가 맥 플랫폼의 확산에 끼칠 영향은 쿼~억에 못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파이널 컷 프로는 킬러 어플리케이션이죠. 근데 "킬러" 말고 "바이탈" 어플리케이션도 있어요. 웹브라우저와 전자편지 프로그램입니다. 설문 조사에서도 봤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절대적입니다. 아마 아웃룩 익스프레스와 앙뚜라쥬를 합친 비율도 거의 절대적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한글 설명서 누가 만들었죠? 포디님이 만들었습니다. (아웃룩 익스프레스. 토스트 설명서도 만드셨죠.) 물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몫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따지자면...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용산에 가서 롤랜드 사운드 캔버스를 산 적이 있습니다. 영문/일어 설명서가 딸려 옵니다. 근데 어설프게, 정말 어설프게 번역해서 아래아 한글로 출력한 "홈메이드" 번역본을 하나 주더군요. 참 고맙더군요. 롤랜드가 해야 할 일이겠지만, 어느 용팔이의 친구가 한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영어 교육에 쏟는 시간과 돈과 노력을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런데 뭐가 어디서 잘못되었는 지 모르지만 별로 성과는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더 슬픕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아직도 빌빌거리고 있지만, 오기 전까지 진짜 영어 거의 못 했습니다. (남들처럼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니 당연하겠지만.) 하여튼, 안타깝지만 그 엄청난 투자가 헛수고라는 거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한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용자 층을 유지조차 할 수 없습니다. 무슨 대책을 세워야 됩니다...
인터넷 문제는 애플고딕 수준의 가독성을 제공하는 한글 윈도우즈의 기본 서체를 제공하는 거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영문에선 완벽하게 되지 않습니까? 역시 이것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몫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형편 상 애플이 해야 될 거 같습니다.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이상의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고의 고객인 우리나라는 깔고 뭉개지만, 비협조적(?)이기 그지없는 중국에게는 설설 기죠. 요즘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적판 문제로 중국에 직접 시비 걸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습니다. 중국이 최근에 WTO 가입하면서 자진해서 한 번 쇼를 보여 줬을 뿐이죠. 과연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정보통신 기술이 더 발달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심지어 미국의 맹방이자 윈도우즈의 절대 지지국가인 독일 같은 나라에서도 안보 관련 부분에선 독립성/안정성을 위해 윈도우즈를 멀리한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역화 버전의 오에스 API에서 (일부러) 어느 정도의 비호환성을 유지한다고 들었습니다. 통제를 하는 거죠. 이거야 떠들어 봤자 입만 아플 테고...
투자와 사용자 저변의 관계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일 지 몰라도,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들과 애플에서 개발하는 프로그램만이라도 한글로 된 설명서를 제공하는 게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일까요? 그리고 웹브라우저용 서체 문제도 전 잘 모르긴 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에스의 기본 서체들은 서체 개발업체가 아니라 오에스 개발업체의 책임입니다. 오에스 텐에서 한글이 포함된 "꿈의 유니코드 서체"가 나오기를 꿈꾸는 제가 과대망상증입니까? 이건 궁극적으로는 애플코리아가 아니라 애플 본사의 책임이겠죠.
다른 문제도 많겠지만 전 이 언어장벽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그게 제가 제일 열받은 문제라서요.^^ 혹시 제가 국내 사정에 어두워 엉뚱한 소리를 한 건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리눅스와 맥 사용자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로 불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장래에 아주 중요한 일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암 생각 없는 공무원들이 나라 말아먹기 전에 생각 있는 우리들이 뭔가 해야겠죠. 그럼 고만 떠들죠...^^
◈ 강백호 ─ 특히 저처럼 예전에 카다록 시안에 표지에 ski라고 써야 하는걸 sky라고 적었던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애기네여..... 와^^
◈ 맥전도사 ─ 누구게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 s94 ─ 충분히 공감합니다.공감만 한다고 되는건 아닌데,,,,ㅠㅠ
아이북걸 03/05[04:36]
맞는 말이에요. 지금도 오엑스 업데이터 씨디 사놓고 한글 설명서 있나 확
인부터 해봤던 접니다. 있더군요. ^^ 이런 한국인들의 의견을 애플 본사로
보내면 반영될것 같아요. -- 프로그램 설명서라..한국어도 있으면 좋죠.^^
제 생각에는 거창할지 몰라도 세계에서 한국이 점점 커감^^;에 따라 이런
종류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거라 봐요. 그리고 우리의 의견을 알리는것이
가장 중요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