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다 쓰는 전략(박기철의 인생과 광고에서)

개나 소나 다 쓰는 전략(박기철의 인생과 광고에서)

s94 0 1,222 2000.08.18 01:22
어느 시골 길을 농부, 그리고 그의 아내와 딸이 군복을 입은 아들과 같이 걸어가면 제3자는 그걸 보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합니다.
"저기 사람 세명이랑 군발이 하나 지나간다."

군인도 분명히 사람이건데 "사람 네명 지나간다"라고 하지않고 그렇게 구분해서 얘기하는 건 군인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우스개 소리입니다. 그러나 우리 실생활 속에 군인들이 쓰는 말은 많다고 봅니다.

특히 마케팅·광고분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전략이니 전술이니 하는 말이 그렇고 한술 더떠 "마케팅 전쟁"이란 책까지 나왔습니다. 그만큼 전투처럼 치열한 상황에서 전투하듯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겠죠.

이 중 가장 많이 쓰는 말은 과연 "전략"입니다. 이말은 이제 그게 군사용어인지도 모르고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실생활 속에 젖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그야말로 전투적으로 썰렁합니다.

가장 두꺼운 최신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전투를 실행하는 수단 방법"이라고 되어있을 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전략의 어떤 뜻도 실려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냥 아무 말 뒤에 전략이란 말을 붙이는 게 완전히 습관화 되어 있죠. 마케팅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략, 크리에이티브 전략, 미디어 전략, PR전략, DM전략, SP전략, 4P전략 (제품전략, 가격전략, 유통전략, 프로모션 전략)...... 이런 식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그건 군사용어라기보단 하나의 접미어처럼 사용하는게 되어 버려서 이젠 전략이란 말의 뉴앙스에서 원래 가지고 있었던 그 폼나고 힘있고 그럴 듯하던 광채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속된 말로 개도 소도 다 전략이니 말입니다.

광고전략이란 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광고전략"은 광고업계에서 그 뜻이 좀 특이하게 쓰입니다. 우리가 어떤 개념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필요에 따라 광의적 의미와 협의적 의미로 구분하는 때가 많은 데 광고전략이란 말이 바로 그렇게 꼭 구분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먼저 광의적 의미에서 광고전략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전략이란 말의 의미로서 받아들이는 주먹구구의 반대개념입니다. 즉 즉흥적으로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광고를 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서 문제점과 기회요인을 찾아 광고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과 방법이 바로 넓은 의미에서 광고전략입니다.

그러나 협의적 의미는 이와는 좀 다릅니다. 제가 광고전략이란 말이 다른 것들과는 달리 좀 특별하다고 하는 건 바로 이 협의적 의미 때문입니다.

광고전략은 그 좁은 뜻이 "제작표현과 구분되는 광고전략"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광고전략은 광고에서 전달하는 메시지 내용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광고전략과 구분해서 제작표현은 그러한 광고전략의 핵심 메시지를 소구대상에게 전달하는 그림, 음악, 영상, 사진, 카피 등의 물리적 형태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광고전략이 "What to say"라면, 제작표현은 "How to say"입니다. 가령 "이 라면은 맛이 좋다"라는 것이 광고전략이라면, 그 광고를 보고 감칠 맛나게 정말 먹고 싶게끔 광고에서 보여 주는 영역이 제작표현입니다. 제작표현은 지금까지 줄곳 얘기해왔던 바로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다룰 내용은 광고전략의 두가지 의미 중에서 협의적 차원 즉 "What to say"에 관한 것입니다.

바로 어제 광고전략이란 음악에서의 베이스와 같다고 했습니다. 베이스가 좋아야 음악이 살 듯이 광고도 광고전략이 좋아야 광고효과가 좋습니다. 존 케이플즈는 광고전략의 중요성을 이렇게 실감나게 얘기합니다.

"나는 어떤 우편주문광고가 다른 것보다 실제로 두배도 아니요, 세배도 아닌 자그만치 19배반이나 물건을 더 판 것을 본 적이 있다. 두가지 모두 같은 간행물에 같은 크기로 같은 사진을 넣고, 둘 다 용의주도하게 카피를 썼다.

단지 한가지 차이는 하나는 올바른 소구점을, 또 다른 하나는 그른 소구점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만약 내가 광고주여서 나를 위해 광고를 해줄 대행사를 찾는다면 나는 올바른 소구점을 찾는데 온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나는 효과없는 내용이나 담고 있는 아름다운 사진과 공들여 쓴 아름다운 카피 스무벌 보다는, 정확한 소구점을 바탕으로 허겁지겁 아무렇게나 만든 광고를 백번이고 채택하겠다."

결국 케이플즈가 말한 올바른 소구점이란 바로 협의적 의미의 "광고전략"입니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말하는가가 어떻게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했던 것이죠.

매사에 크리에이티브 해 지자! 케이시

◈ 레이 ─ 잠시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되집어 주시는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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