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단적비연수!!그것을 보지말라.

Re..단적비연수!!그것을 보지말라.

loveless 0 746 2000.11.06 18:56
◇장점

①최진실은 언제 봐도 청순하다.
②이미숙은 나이를 모르겠다.
③김윤진은 정말 활을 잘 쏜다.
④설경구의 비명을 또 들을 수 있다.
⑤김석훈의 선한 눈망울을 보여준다.
⑥출생 비밀이 빚는 비극이 ‘가을 동화’를 능가한다.
⑦부족 국가 시대에 철기와 토기, 차 문화, 종이, 채색 벽화가 있었다는 상상력 넘치는
역사 교육이 이뤄진다.
⑧매트릭스를 방불케 하는 컴퓨터그래픽과 장려한 로케이션 풍광.
⑨북유럽 불 바퀴에서 아더왕의 신검까지, 온 세계 신화 상징을 볼 수 있다.
⑩낯익은 은행나무가 나온다.


◇단점

①무슨 이야긴지 모르겠다.




꼽아본 대로, ‘단적비연수’(11일 개봉ㆍ박제현 감독)에는 장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결정적입니다.

박제현 감독은 상영 전 인사에서 음향 등 작업이 끝나지 않은 부분이 많으니
정식 개봉 후 다시 보아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문제는 몇몇 기술적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컴퓨터 그래픽도, 특수 효과도, 사실적이고 장중한 액션도, 거기 더해 빛나는
스타 기용까지도, 이야기 이후의 일입니다.
대중 흥행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관객들이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와 인물의 성격, 이야기를 적절히 소화해주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너무 많은 이야기 꺼리를 펼쳐놓고 갈팡질팡하느라 어느 한쪽에도
집중하지 못합니다.

500년 원수인 두 부족, 매족과 화산족 사이의 생사를 건 싸움, 4명의 청춘남녀가 벌이는
엇갈리는 사랑, 운명이 정해준 비극적 죽음, 주인공 출생의 비밀,
운명을 거부할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 신산과 천검의 역할, 부족을 위해
사랑을 버릴 것이냐 사랑을 위해 부족을 버릴 것이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볼꺼리에 얹으려니 2시간이 아쉬울 뿐입니다.

역사 팬터지에 액션, SFX를 버무려내는 45억원 짜리 블럭버스터를 데뷔작으로 잡은
박감독이 짊어졌을 부담이 짐작되지만, 난데없는 상황이 수시로 튀어나오고
인과 관계도 잘 이어지지 않는 편집 등 근본적인 문제가 이 대형 오락 영화를
지루하고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출연진의 연기 앙상블이나 시각 효과와 연기의 조화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 보입니다.

주인공들의 텔레비전 트렌디 드라마 스타일 연기와 대사는 화산족 원로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사극풍 연기와 곳곳에서 충돌합니다.

다른 문제들에 비하면 차라리 지엽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일그러진 발화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최진실은 “누구였스까?” “기달려”를 연발하고, 연극무대 출신이라는 배우들도
“나두 가치 가께” “편안해 지꼬아” 같은 대사를 내놓는 것은 한국 영화가
기초부터 다시 생각할 부분이 많다는 증언입니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로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새운 강제규 감독이 제작하고
강감독과 오래 작업해온 박제현 감독이 연출 데뷔했습니다.
45억 제작비를 들여 경남 산청에 대형 오픈 세트를 짓고 전북 부안과
제주 로케이션, 컴퓨터 그래픽, 특수효과를 써서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습니다.

‘은행나무 침대’ 속편격으로, 이미숙 최진실 김윤진 설경구 김석훈 등
스타 캐스팅도 화제입니다.

제목 단적비연수는 주인공 다섯의 이름.
몰락한 영화를 되찾으려는 매족 여족장 수(이미숙)는 화산족 씨를 받아 낳은 아기를
제물로 바치면 다시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예언을 실천하려 합니다.
그러나 아기 아버지인 화산족 부족장이 아기를 빼앗아 달아나고,
아이는 비(최진실)란 이름을 얻어 화산족 왕녀인 연(김윤진), 족장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단(김석훈) 적(설경구)와 함께 자랍니다.

단과 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
그러나 적도 비를 사랑하고, 적을 사랑하는 연은 적에게 자기와 결혼,
화산족 왕 자리를 차지하라고 설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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