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즈 출판시장진출의 교두보--"전자책"

윈도우즈 출판시장진출의 교두보--"전자책"

누구게 0 820 2001.02.14 22:35
안녕하세요? 여기 글쓰는 건 오랫만이군요.

얼마 전에 윈도우즈용 쿼억 한글판 가능성을 둘러 싼 여러 의견들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제 생각은 이미 윈도우즈용 쿼억이 존재하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윈도우즈용 쿼억이 나와도 기존의 정예하게 구축된 맥기반 출판시장을 바꿀 수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지 출판시장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자기반 의사소통 시스템의 미래를 마이크로소프트가 거머쥘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제 일 장을 마감하고 제 이 장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제 일 장의 핵심은 바로 HTML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에도 공공표준이었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HTML을 공공인 상태로 두고도 어떻게 이에 대한 궁극적 지배권을 획득해 갔는지 이미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보잘 것 없는(?) 작은 소프트웨어 하나로 이 일을 해 냈습니다. 바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입니다. 이제 제 이 장의 주역이 될 소프트웨어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리더"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마찬가지로 일반명사로 이름붙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간악한 이름붙이기 전략을 보여주는 "리더"는 HTML 뷰어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면 바로 XML 뷰어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기 XML 뷰어는 아직까지 표준적인 XML을 강력히 지원합니다. 하하... 수순이 보이죠? 맥이 주류인 출판계 종사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죠. 하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의 현재 견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절대로 XML 기반 전자책 규격에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주류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OEB라 불리는 전자책 공공규격 위원회의 건실한 멤버입니다. 다른 한 쪽의 축은 아도비의 PDF입니다. 아도비는 기존 시장지배자의 잇점을 살려서 PDF를 전자책 규격의 기반이 되도록 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PDF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세대 문자기반 의사소통 시스템에 XML에 비해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ClearType"이라는 신기술(?)의 이름을 자기네 등록상표로 등록했습니다. 이 "ClearType"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리더"에 구현된 최초의 마이크로소프트 전용 기술에 해당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ClearType"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등록상표일 뿐, 기술 자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사들인 것도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두 가지 퍼블릭 도메인인 (공공라이센스인) 기술을 구현해 놓고 이런 이름을 붙여서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신기술인 양 소비자들이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선전술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안티-알리아싱"과 "서브 픽셀 기술"입니다. 제 예상은 이렇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두 가지 공공라이센스인 기술을 사실상 자기네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 두 가지를 묶어서 약간의 조작을 가한 뒤, 이 조작에 근거해서 특허를 신청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특허청은 기술적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능력이 없는 책상물림들이 달라는 대로 특허를 남발하고 있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 두 기술이 별개로는 공공라이센스로 남겠지만, 만약 현재 상표권에 불과한 "ClearType"이 부분적인 특허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현재 특허를 내 주는 양상에 비추어 볼 때 가능한 확대해석은 이 두 기술을 동시에 이용해서 구현하는 모든 규격을 특허침해로 만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설령 특허획득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리더"에서의 안티-알리아싱과 서브픽셀 구현을 XML과 분리되어 윈도우즈 의존적으로 만든 뒤에 이 구현에 관련된 사항을 XML과 연계시키는 것입니다. 아마 OEB 커미티에서 많은 반발을 가져오겠지만, 만약 "리더"를 차세대 윈도우즈 운영체계에 끼워서 배급한다면 약간 드러운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관철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 첫 단계가 중요합니다. 이것만 일단 관철되면 웹브라우저, 즉 HTML 뷰어에 대한 지배권이 결국 HTML에 대한 지배권으로 확장되었듯이, XML에 대한 지배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리더"가 사실상의 표준이 된다고 해도 이는 XML이 전자책 표준에 구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실 분은 없을 겁니다. 결국 다른 모든 분야에서의 XML 표준을 마이크로소프트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따라 올 것입니다.

출판에서 인쇄는 최종단계의 일부일 뿐입니다. 앞으로 5 년 정도 후가 될 것입니다. 과연 오늘의 예측이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 것인지... 제 우려는 우리가 맥진영에 있으니 윈도우즈의 출판계 진출이 우려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한 한 공공의 영역에 많이 남아 있을 수록 좋을 표준이라는 의사소통의 기반이 어느 특정 기업, 그것도 지금까지 그다지 아름답지 못 한 역사를 기록해 온 한 사유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갈 위험성에 대한 우려입니다. 자사의 주를 보유한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분배가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이 가장 도덕적인 경영자의 태도로 받아들여지는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가치관이 이 지점에서 의심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자선사업가로서 아름다운 이름을 떨치게 될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 영웅이 과연 선행을 위해 지독한 구두쇠 노릇을 했다는 자린고비로 미화될 수 있을 지에 대한 평가를 후세의 역사가에게 미룬다면, 과연 우리가 그 때 가서 카네기 홀이 아닌 게이츠 홀에서 중계되는 음악회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 지 궁금하군요.

올해도 토마토넷이 맥사용자들이 더욱 활기차게 서로 돕고 교류하는 곳이 되기를 빌겠습니다.

◈ 강백호 ─ 누구게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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