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김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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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2 16:00
> 한 여자가 있었다.
>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 결혼생활은 무미건조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임신을 했고 아기를 낳았다.
> 사내아이였다.
> 그녀는 귀여운 사내아이를 안고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 몇 년 뒤, 그녀는 두 번째 아기를 임신했다.
> 그 아기가 가져다 줄 기쁨을 생각하니 이미 충분히 행복했다.
> 시간이 지나 두 번째 아기를 낳았다.
> 하지만 태어난 것은 아기가 아니라 <알>이였다.
> 그녀는 그 알 속에 예쁜 아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 그런 생각을 하며 정성들여 알을 품었지만 아기는 알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 그녀는 알 속 아기에게 말했다.
> ? ? ?"너는 왜 그 안에서 나오지 않니?"
> ? ? ? "나는 이 안이 좋아."
> 알 속 아기가 대답했다.
> ? ? ? "하지만 너는 나를 보고 싶지 않니?"
> ? ? ? "나는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아."
> ? ? ? "너는 외롭지 않니?"
> ? ? ? "외롭다는 게 뭐야?"
> ? ? ?"그건... 혼자 있는 게 싫은 거야."
> ? ? ? "난 누군가와 같이 있어 본적이 없어서 그런 건 잘 몰라."
> ? ? ? "나는 네가 무척 보고 싶단다."
> ? ? ? "왜?"
> ? ? ? "너는 내가 낳은 소중한 아기니까."
> ? ? ? "내가 네 거야?"
> ? ? ? "그건 아니지만... 나는 너를 책임질 의무가 있고... 무엇보다 너를 사랑한단다."
> ? ? ? "내가 밖으로 나가는 게 이 안에 있는 거보다 좋을까?"
> ? ? ? "그럼."
> ? ? ?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할거야?"
> ? ? ? "네가 어떤 모습이라도 나는 너를 사랑할거야."
> 알 속 아기는 고민했다.
> ? ? ? "여기서 나가면 다시는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겠지?"
> ? ? ? "응.?그렇지만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을 거야. ?내가 약속할게."
> ? ? ? "알았어."
> 알 속 아기는 결심한 듯 말했다.
> 그녀는 기대감으로 알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알이 심하게 움직이더니 표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알 속 아기는 너무나 힘겨워 보였다.
> 아기는 쉬지 않고 그 안에서 나오려고 알을 깨고 있었다.
> 이윽고 껍질의 일부가 깨어져 떨어졌다.
>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알 속을 들여다 보았다.
> 그런데 아기의 눈이 이상하리만큼 크고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 ? ? ? "아가야...?이리 나와."
> 그녀가 속삭였다.
> 알 속 아기는 깨진 틈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 알 속 아기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였다.
> 아기는 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 ? ? "왜 그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 ? ? ? "아니란다."
> 아기는 알을 산산조각 내며 그 속에서 나왔다.
> 알 속 아기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 ? ?"그동안 나와 얘기한 게 너였구나?"
> ? ? ?"이제 알 속에서 나왔으니 나를 너라고 부르면 안 된단다."
> ? ? ?"그럼?"
> ? ? ? "엄마라고 불러야 해."
> ? ? ? "엄마?"
> ? ? ? "그래. ?그런데 너는 남자니 여자니?"
> ? ? ? "그게 뭐야?."
> ? ? ? "네게는 가르칠 것이 많겠구나."
>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 ? ? ? 알 속 아이는 매우 똑똑했지만 그녀 이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싫어했다.
>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 외에는 혼자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고, 혼자 돌아다니길 즐겼다.
> 그리곤 그 날 있었던 일들을 그녀에게 들려주곤 했다.
> ? ? ? "너는 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니?"
> ? ? ? "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
> ? ? ? "그래도 앞으로 살아가려면 그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야 해."
> ? ? ? "나는 엄마만 있으면 돼."
> ? ? ? "내가 언제까지나 너와 같이 있어주지는 않아."
> ? ? ?"왜?"
> ? ? ?"엄마는 너보다 빨리 죽을 테니까."
> ? ? ? "그럼 나도 따라 죽을 거야."
> ? ? ? "착한 아이는 그런 말 하는게 아니란다. ?그건 나쁜 아이나 하는 말이야."
> ? ? ?"엄마는 나에게 알 속에서 나오라고만 했지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고는 안 했어."
> 그 말에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 어느날, 알 속 아이와 그녀가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첫번째 사내아이가 뛰어와 그녀를 안았다.
> 그녀는 그 첫번째 사내아이를 안아 올려 볼에 입맞춤했다.
> 그 모습을 쳐다보던 알 속 아이가 말했다.
> ? ? ?"왜 나는 엄마를 그렇게 안을 수 없어?"
> ? ? ? "너는 팔이 없잖아."
> 첫번째 사내아이가 말했다.
> ? ? ?"팔?"
> 알 속 아이는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자신의 몸을 보았다.
> ? ? ? "너는 우리들과는 다르게 생겼어."
> 첫번째 사내아이가 또 말했다.
> ? ?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야?"
> 알 속 아이가 말했다.
> ? ? ? "우리들과 다르다는 건, 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야. ?사람이라면 우리들처럼 생겨야 해."
> 첫번째 사내아이가 말했다.
> 자신을 쳐다보는 알 속 아이에게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 며칠째 알 속 아이는 자기 방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았다.
> 그녀도 알 속 아이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 지금은 혼자 두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 나흘째 되던 밤, 알 속 아이의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 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 알 속 아이는 자신의 몸을 감아 또아리를 틀고 그 속에 머리를 파묻고 울고 있었다.
> 그녀는 다가가 아이의 몸을 쓰다듬었다.
> 알 속 아이의 몸은 너무 차가워 마치 죽은 시체를 만지는 듯 했다.
> ? ? ?"엄마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 ? ? ? "거짓말?"
> ? ? ? "바깥세상에서 사는 게 행복할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아."
> ? ? ? "아가야. 그건..."
> ? ? ? "이럴 거면서 왜 나보고 알에서 나오라고 했어. ?나는 그 속에 있을 때는 외롭지 않았어.
> ? ? ? 아니 외로움이 무엇인지도 몰랐어. ?근데 지금 나는 외로워. ?외로워서 죽을 거 같아."
> 알 속 아이는 온몸으로 우는 듯 보였다.
> ? ? ? "왜 나는 이런 모습이야? ?엄마가 나를 낳았다면서 왜 나만 이런 모습이야."
> ? ? ? "나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한단다. ?너는 나의 아이니까. ?너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장점이
> ? ? ? 많아. ?너는 똑똑하고 영리해. ?그리고..."
> 그녀는 알 속 아이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 ? ? ? "그런건 다 필요 없어. ?똑똑하지 않아도 좋아. ?장점 따위 없어도 좋아.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팔이
> ? ? ? 있었으면 좋겠어. ?다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 눈이 다른 사람들처럼 검은색 이였으면 좋겠어.
> ? ? ? 내 모습이 싫어. ?왜 나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어. ?그래서 왜 내게 이런 고통을 주는거야.
> ? ? ? 엄마가 미워! ?엄마가 싫어!"
> 알 속 아이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 ? ? ? "아가야. ?너도 안을 수 있어."
> ? ? ? "거짓말. ?또 엄마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 ? ? ? "그렇지 않아. ?팔이 없다고 안을 수 없는 건 아니야."
> ? ? ? "그게 무슨 말이야?"
> 그녀는 알 속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 ? ? "너의 그 긴 몸으로 나를 감으면 돼. ?그러면 너는 온몸으로 안을 수 있어."
> 알 속 아이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 ? ? ?"자... 지금 당장이라도 해보렴."
> 알 속 아이는 엄마의 다리부터 몸을 감아 올라갔다.
> 발목, 무릎, 허벅지, 허리, 가슴, 목...
> 알 속 아이는 온 몸으로 그녀를 감았고 그녀의 체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었지만 알 속 아이가 행복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 ? ? ? "엄마, 나 지금 엄마를 안고 있는거지?"
> ? ? ? "…그럼…."
> ? ? ?"너무 좋아. ?엄마의 품이 이런 거구나."
> ? ? ? "네가 좋다니... 나도 좋아."
> ? ? ?"엄마 더 세게 안아도 돼."
> ? ? ?"…그럼… 그렇게 해."
> 알 속 아이는 감고 있던 몸에 힘을 주었다. ?
> 그녀는 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 ? ? ? "그런데 엄마 얼굴이 빨개졌어."
> ? ? ? "너무 행복해서 그런거야..."
> ? ? ?"정말? ?그럼 내가 더 행복하게 해줄게."
> 알 속 아이는 더 힘껏 엄마의 몸을 조였다.
> ? ? ? "너는.. 항상 내게 특별한 아이였단다...너를 항상 사랑했고..지금도 사랑하고...앞으로도 그럴거야..."
> ? ? ? "나는 엄마밖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늘 이렇게 둘이만 있었으면 좋겠어."
>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 이미 부러진 뼈가 그녀의 심장에 꽂혀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 ? ?"내가 이렇게 감고 있으니깐 엄마도 알 속에 있는 거 같지? ?이젠 엄마도 알 속이 얼마나
> ? ? ?좋은지 느낄 수 있을거야..."
> - The End -
> 비비마니아(www.vivimania.com) 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