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소포
지난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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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26 13:53
누런 소포용 봉투는 옷박스를 포장할 때 사용하는 폭넓은 테이프로 십자형으로 묶여 있었다.
밤새 써야할 것을 의식안에 쌓아둔 채, 한 자도 쓰지 못하고 점점 푸른 사각형이 되어가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시간 도둑에게 하루를 도둑맞은 그런 느낌이었다. 공허한 허탈감이 점점 죄책감으로 바뀌고 있을 때 쯤, 신문이나 우유도 아닌 소포가 배달되었다.
마치 나 하나 때문에 아침 일찍 배달을 나와야 한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집배원은 소포를 건네주고는 말없이 돌아갔다. 발걸음이 복도에 길게 나른한 곡선을 남기고 있었다. 그 희미한 곡선에서는 스물스물 잠이 기어나오고 아침 안개가 그것들을 덮기 시작했다.
누가 보낸거지? 이게 뭘까?
소포에는 수신인에 내 이름이 분명하게 적혀있었다. 하지만 발신인은 '지난 월요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지난 월요일이 왜 나에게 소포를 보낸 것일까. 난 이상하게 생각하며 소포를 뜯었다. 하품이 났다. 밤을 새고나니 이제서야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감기는 눈을 간신히 뜨며 소포의 내용물을 확인해 보았다. 소포에는 친절하게도 내용문에 대한 안내편지가 동봉되어 있었다.
내용물 : 월요일1. 월요일2.
둘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가지시오. 하나를 선택한 순간 나머지 하나는 증발할 것임.
월요일1의 내용물 : 세계에서 가장 빠른 뉴스. 컴퓨터. 5백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전자수첩. 최신형 휴대폰. 그리고 정확한 디지털 시계.
월요일2의 내용물 : "모든 월요일1의 내용물로 부터의 탈출"이라고 씌어있는 메모지 한 장.
두려웠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던 것이다. 사실 월요일2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막상 월요일1을 선택하려고 하니 왠지 나 스스로 주춤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난 소포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문가에 쭈그리고 앉아 발 앞에 소포를 내려놓았다. 문득 슬퍼졌다. 난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도 없었다. 방안이 소포들로 가득차서 이젠 작은 공간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은 지난 월요일에도 그 전 주 월요일에도 계속해서 소포가 왔었던 것이다.
언젠가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배달되는 소포는 항상 '지난 월요일'이 보내고 있었다.
지난 주에는 그 전주 월요일이, 그 전주 월요일에는 그 전전주 월요일이......
그리고 난 한번도 두개의 월요일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했고, 저렇게 쌓아둘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아마도 이번주 월요일이 나에게 소포를 보낼 것이다.
똑 같은 선택형 월요일 두개를 담아서.
난 방안을 가득메운 소포상자로 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주소가 없는 곳으로 가야만 소포를 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물 침대에서 자고 싶었다. 그리고 더이상 인간의 자극이 닿지 않는 월요일이고 싶었다.
숲이 그립다.
숲에는 월요일이 없다.
◈ miwori ─ 뭐 잘못먹었수???
◈ 지난 월요일 ─ 아뇨~!
◈ 레이 ─ 전 요즘 제 2의 내용물이 필요한 것 같군요..근데 혹시 자작글이신가요?..궁금..
◈ kesan ─ 난 일요일도 없는데 쩝,,
◈ 헤베 ─ 음..공감이 가는 얘기로군여...~
◈ 이순정 ─ 주소가 없는 곳은 이미 현재가 아님을~
◈ 이순정 ─ 자신의 삶을 치장하기에 앞서 선택해야 하는 기로라면... 아니 숙명이라면 도망은 비겁~
◈ 이순정 ─ 당당히 맞서야 하는 용기를 터득함도 삶의 일부분~ 어디든 월요일은 있다... 선택되어지는 그런 삶 말고 당당히 선택하는 자기중심의 자기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