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 겐세이]
craz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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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2 00:20
[사요나라 겐세이...]
어느 일요일 오후의 여유를 즐기며 TV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의, 혹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귀여운! 강아지가 TV에 나오는 것이었지요.
"우와 자기야 저 강아지 너무 귀엽다. 저거 종이 뭐야?"
"응 씨츄 같은데? 저런 개 기르고 싶어?"
"솔직히 기르고 싶다... 너무 귀여워 보이는데?"
"우리 집에 저 강아지 새끼들 분양 하려고 갖다 놨는데 한마리 가져올께 이름 지어놔."
"헉~! 정말!"
...
그 후 2주간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강아지 이름은 뭔가 단순하면서도 직선적이고, 웃기면서도 기억하기 쉬운 것으로 고르고 싶었고, 그 결과는 뜻밖에도 제 머리가 아닌 애인의... '겐세이'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그렇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겐세이를 어서 보고 싶었지만 제 뜻과는 반대로 겐세이를 사정이 있어서 못가져 오고, 다음 주말에는 일 때문에... 또 못보게 벽에 꽉 막혀버리고 말았습니다.
혼자 살면서 학교 다니고 일도 하느라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로 생각 되었던 터였기에, 두 주나 어린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지 못해, 길들이지 못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다음 기회에 기르겠다고 애인에게 말을 했고, 다음 날부터 중간 고사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오후를 애인과 느긋하게 즐기다가 애인을 바래다 주러 터미널에 갔습니다.
터미널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정신이 없었고 저마다 살 길을 찾아 떠나는 듯 했습니다. 변이 마려워 잠시 들른 화장실에서 학교 동기녀석을 봤는데 사회 생활에 약간은 지친 듯한 모습...
안피던 담배를 물고 서 있는 모습이 좀 안타까워 보였지만, 그 친구는 아직도 학교 다니느라 정말 고생 많겠다는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학교 1~2 학년 때 방황을 좀 많이 한 탓... 그것이 이제는 졸업한 동기들을 우연잖게 보거나, 졸업반인 후배들에게 눈빛 '겐세이'로 느껴지던 터였습니다.
으... 졸업학점 잘못 알고 신청해서 3학점이라는 아까운 점수 때문에 다음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하는데, 저로서는 대학원 진학을 하려 했는데 상당한 타격이었지요...
겐세이... 겐세이... 이 모든 것이 저에게는 심심잖은 겐세이...
잠시 화장실에서 생각을 하며 앉아 있다가 물을 내리고 나와서, 안경 수선 때문에 터미널 근처 안경점을 애인과 찾아 보았습니다.
근처는 환락가... 여기 저기 휴게방, 노래방, 사우나, 극장 뿐이었고 안경점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10분 넘게 안경점을 찾아 다니다가 거의 터미널을 한바퀴 돌아서 다시 들어갈 때 쯤 저 멀리서 개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남의 일처럼 '개잡는구나'하는 생각으로 걸어가며 뒤돌아 봤는데... 이런... 조그마한 강아지가 오토바이에 쳤는지 한쪽 다리를 절으며 차가 왔다 갔다 하는 데서 아슬 아슬하게 절으며 도망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이 근처에 있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잠시 그 광경을 보다가 다시 가던 길로 갔습니다. 그러나 몇 발자국 안가서 애인이 뒤돌아 보며 잠시 가보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강아지를 쫓아 가는 것은 걸어서도 충분했습니다. 강아지는 공포에 질렸는지 자꾸만 도망을 쳤지만 절뚝거리면서는 한계가 있는지라 주택가 공원 근처에서 애인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강아지는 외상은 크게 없었습니다. 애인은 그 강아지가 발이 접질렸다면서 조금 쉬명 괜찮아 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아지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너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아이구 불쌍한 것...'
저녁이었고 그 상황에서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해서 일단 애인은 집으로 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탔고, 저는 집까지 시내버스를 타려다가 다친 강아지를 안고 탄다는 것에 무리를 느껴서 택시를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정작 내 차례가 되었을 땐 모든 택시들이 외면하며 태워주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가 운전을 하지 않는지라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데 친절한 기사도 많고 불친절한 기사도 많지만... 이 때 처럼 택시기사들을 속으로 욕한 적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쭉~ 욕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왕 강아지를 이렇게 보게 되었는데 이것도 인연이니 강아지를 잘 길러보겠다고 생각하고 이 강아지의 이름을 '겐세이'로 정했고 집으로 데려가려고 ... 하는 수 없이 걸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우리 '겐세이'를 살펴보니 숨을 계속 헐떡이며 기침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빨리 집으로 데려가야 겠다는 생각과, 강아지를 않고 땀을 흘리며 걷고 있는 총각을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의식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도중에 전화가 와서 바닥에 '겐세이'를 내려놓으니 비틀비틀거리며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듯 싶더니...
한 방울, 두 방울... 피를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야 겐세이가 피를 토하네... 한 방울... 두 방울... 으악! 다섯 방울 나왔어!"
"그건 놀래서 그런 것이니깐 괜찮아. 어서 방으로 데려가서 안정을 취해줘 알았지!?"
뚝뚝 피를 토하는 '겐세이'를 다시 들고 자취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터미널에서 먼 거리를 '겐세이'를 안고 거의 뛰다 시피 온지라 땀에 흠뻑 젖어서 저는 일단 옷부터 벗었고, '겐세이'의 안정을 위해 안틀던 클래식 mp3를 켰습니다.
보이는 곳에 있으면 그나마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았는데... '겐세이'는 편하지 않았나 봅니다. 계속 구석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바람에 저는 하는 수 없이 침대 밑에 들어가 있는 녀석에게 제가 한번도 안 쓴 노란 수건과 신문지를 깔아주고, 물을 대접에 떠서 줬습니다.
'겐세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얌전히 숨만 헐떡이며 조금씩 피를 토하고 있었습니다.
물을 끼얹는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빨리 샤워를 했고, 나와서 계속 '겐세이'의 추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귀여운 강아지랑 앞으로 지낼텐데 기념 사진이라도 찍어둘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두운 침대 밑으로 들어가 숨을 헐떡이며 조금씩 피를 토하는 '겐세이'에게 그건 좀 비인간적인 일 같아서 관두고 애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엉 자기? 겐세이 어때? 안정됐어?"
"응... 이제 좀 조용하네."
"엉. 그럼 이제 목욕 시켜도 될꺼야. 따뜻한 물 받아서 목욕시켜"
"... 헉! 자기야 어떻게! 겐세이가 막 짖어. 괴로운가봐. 침대 밑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괴로워하는데 어쩌지? 그래도 목욕 시켜?"
"아니... 그럼 하지 말고 일단 의자 같은 데 위에 신문지랑 수건 깔고 그 위에 겐세이 올려 놓고 쓰다듬어줘. 그럼 괜찮아질꺼야."
"엉.. 알았어...그리고 목욕 시키면 되는거지?"
"응. 좀 있다 다시 연락해."
"응"
목욕물을 받으면서 '겐세이'를 쓰다듬어 줬습니다.
그래도 괴로운지 '겐세이'는 마구 짖으면서 피를 조금씩 토하고 계속 몸을 비트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목욕물을 보러 간 사이에 '겐세이'가 잠잠해 졌습니다.
"아이 착한 겐세이~ 이제 조용하게 자는구나!"
'숨은 쉬고 있는건가?' 한참을 떠들다가 잠들었는데 잠을 깨우면 안될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여러 각도에서 겐세이를 관찰하기 시작해 보았습니다.
내일 아침에 모이도 사오고, 개집도 사오고, 동물 병원에도 가고...
시험 기간인데 이렇게 공부도 안하고 있으면서 딴 생각만 하다니 한심하기도 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무언가를 돕는다는 기분에 젖어 합리화가 되고 있었습니다.
자취방에 식구가 하나 늘었다는 부담으로 인해 앞으로 생활이 빡빡하게 돌아갈 것을 상상하며 바닥에 조금씩 떨어진 '겐세이'의 토한 피를 닦아 낼 때, 마침 '겐세이'의 더러운 발바닥을 보며 닦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히 자는데 조심조심 닦아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따듯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려는데... '겐세이'가 자는 것 같질 않았습니다.
...
자는 개라도 몸을 건드리면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이건...
...
눈은 뜬채로, 숨은 안쉬고 있고,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믿겨지질 않아서 몇번이고 흔들어봤습니다.
그래도 '겐세이'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내일 '겐세이'를 위해 생각한 일들, 나의 인생...
덧없이 이렇게 가고, 가게되겠지만 너무 허무하다고...
그리곤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겐세이'가 식어간다고...
그리고는 멍하니 있다가...
가까운 공터에 '겐세이'를 조심스레 묻어주었습니다.
'겐세이'의 흔적을 모두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이 방을 떠날 때, 침대를 들어내며 '겐세이'를 다시 생각하기 위해 '겐세이'가 침대 밑에 토한 피는 지우지 않았습니다.
"불쌍한 내 친구야. 우리 만남 짧았지만 난 너를 위해 지낸 2시간이 너무 행복했어. 넌 나에게 꿈을 주었거든. 널 데리고 산책하고 안아주고... 넌 날 아침마다 깨워주고...
같이 택시를 못타서 내가 널 안고 40분 넘게 걸어온 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인이겠지? 왜냐면... 나랑 걸어오는 동안은 내가 널 안아주었잖아... 그래서 덜 아펐지? 이제 넌 영원히 아프지 않을꺼야. 편안하게 쉬렴. 마지막 순간 내가 너와 함께 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너를 기억할께. 영원히..."
"사요나라... 겐세이..."
◈ 미투리 ─ 감동적이군요! 아마마지막까지 보살펴준 아름다운맘을 하늘나라에서라도 고마워하겠죠.
◈ 레이 ─ `아기와 나'라는 만화에서 신이와 진이가 공원에서 만난 토끼와 이별을 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떠나기전 두시간..무슨 인연인지...
◈ 헤베 ─ 넘 슬퍼여.. 저두 여럿 보냈거든요.. 울먹울먹..ㅠ.ㅠ 뚝뚝
◈ 현미 ─ 동물을 아끼는 사람은 사랑과 애정이 많은 사람이래여...복받으실꺼예여....
◈ 현미 ─ 근데 난...왜그리 개가 무서울까...싫은건 아닌데 무서워여...^^
◈ 버거 ─ 어릴적,,개와의사연이있음,,무서워한데여~~ㅡ,,ㅡ
◈ Hoon ─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 에요~ (그런데, 직접 격으신 실화인가요?) 저도 옛 초등학교때 학교방학숙제(관찰학습)에 독특한걸로 한번 해보자고, 개를 키웠습니다.(장에서 파는 팔천원짜리) 그런데, 얼마나 좋아했는데, 역시 방학숙제라서 그런지, 방학끝나기 몇일전에 죽었습니다ㅜ.ㅜ
◈ 스니커즈 ─ 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