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촌티, 빈티라 부르지만 ,,,

너희는 촌티, 빈티라 부르지만 ,,,

지미 0 580 2001.10.31 19:29

너희는 촌티, 빈티라 부르지만 우리는 ‘옛것의 새로움’이라 말한다




손으로 짠 느낌이 나는 성기고 굵은 원색 니트, 물 빠진 청바지, 빛이 바래고 여기저기 닳은 가죽 코트, 꽃무늬 치마….
‘세월의 향기’가 묻어나지만 요즘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젊은이들 옷차림새다. 1000원에서 비싸봐야 5000원? 벼룩시장에서 막 건져올린 듯 싶은 옷들이다. 구슬로 된 팔찌나 반짝이 스팽글 가방까지 곁들였다. 강렬하지만 자칫 촌스럽게 보이기 쉬운 알록달록 빨강, 파랑색 옷을 과감하게 섞어 입은 경우도 있다. ‘나만의 표현’으로 톡톡 튀면 그만,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은 듯한 개성이 강한 옷차림이다.
그러나 ‘엄마가 처녀적 입었을 법한 옷을 입고 다니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빈티지(vintage)족’으로 불리는 이들이야말로 새천년 유행패션에 가장 민감한 ‘첨단 멋쟁이’들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패션경향의 하나이자 올 가을 여성복 디자이너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단어라는 이 ‘빈티지(vintage)’는 원래 포도 수확연도, 포도주 등을 숙성한다는 뜻이다. ‘독일산 화이트와인 에르데너 스패트레제(99년)’ ‘프랑스 보르도산 씨리어스 레드(98년)’ 등에서 볼 수 있는 괄호 안 연도가 바로 원래 의미의 빈티지.

원래는 포도 수확연도를 의미
그러던 것이 91년 경, ‘숙성’의 의미를 살려 오래 입은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내는 패션용어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빈티지 룩을 일러 ‘빈티’ ‘촌티’나는 패션이라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빈티지 룩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 특별함을 알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프지만 아예 미국의 한 시사잡지가 정리한 풀이를 볼 필요가 있다.
‘Vintage duds may be second-hand, but they're rare and made from higher-quality fabrics.’
낡은 중고품일 수도 있지만 귀한 것이며 고급 천이나 실로 만들어졌다는 것. 여기에 빈티지 룩을 이해하는 코드가 들어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사례 하나. 영국 패션계에서 빈티지 룩으로 유명한 러셀 세이지라는 신예 디자이너가 있다. 지난 2월 ‘런던 패션주간’ 행사에 참여한 러셀이 자신의 패션쇼 마지막을 장식할 작품으로 내놓은 드레스는 사실 어머니 샐리 세이지의 웨딩드레스. 40년만에 다락방에서 내려와 햇빛을 본 웨딩드레스는 러셀의 손을 거쳐 ‘추억과 역사가 담긴’ 오늘의 드레스로 다시 태어나 어머니와 관객을 감동시켰다.

빈티지 룩은 단순히 과거에 유행했던 패션스타일을 살짝 변용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소재를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를 복원해 담아냈던 것이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줄리 벳, 안나 수이, 장 폴 고티에, 마이클 코어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영감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빈티지 룩은 이런 배경으로 ‘복고풍의 결정판’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빈티지 룩은 ‘보보스족’이라는 신인류의 등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부르주아를 닮았지만 감수성과 정신에서는 자유로운 보헤미안을 닮은 보보스족. 빌 게이츠로 대변되는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전혀 없지만 공식석상에도 청바지에 전통적인 체크무늬 셔츠 차림으로 등장한다. 부르주아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물건에도 가치만 발견되면 비싼 값을 지불할 줄 아는 이들과 실용성과 희소가치, 편안함과 창의력까지 겸비한 빈티지 룩은 절묘하게 어울렸던 것이다. 게다가 품격까지 말이다.

속옷 겉옷 개념까지 무시한 ‘빈티지 룩’
‘시대공감.’ 우리 나라 빈티지 룩은 묘하게도 경제살림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독자적인 패션경향으로 유행한다. 일부러 때를 묻힌 듯한 더티진이나 닳은 가죽점퍼가 명품 못지 않는 비싼 값에 팔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패션 키워드로 등장해 70년대와 2001년이 혼합된 거리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빨간색 부츠에 옐로 진(Yellow Jean), 빨강색 실로 꽃무늬가 수놓아진 진파랑 스웨트를 받쳐입고 일명 ‘골덴(코오듀로이) 자켓’을 덧입은 여성. 아니면 청바지에 인조 가족점퍼를 받쳐 입고 손뜨게 머리띠를 한 여성. 심지어 계절감각, 속옷 겉옷 개념까지 무시한 패션까지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 빈티지 룩이 어디까지 변화해 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숀이라는 언니가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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