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봄, 그리고 장마의 여름을 앞두고

자유게시판

춘하추동= 봄, 그리고 장마의 여름을 앞두고

10 석두 5 3,700
둘이서 아주 영화적인 키스르 나누고 헤어진 그 골목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거리에 인자네 집이 있습니다. 지금 부산 사람들이 알고 있는 초량의 입구가 아마 부산역 광장 북쪽 끝에서 건너보면  국민은행이 있고 그 블록 끝나는 다음 블록에  옛 중앙극장-지금 무슨 카바레? 왼쪽으로는 초량시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조금 성격이 다른 시장이 형성되어있었다.
몇 년후에 그쪽은 초량돼지갈비 골목으로 전국에 브랜드 날리는 곳이 되었는데 그 전에 색주집 비슷한게 한 두어집 있었는데 군대 가서 출장와서 보니 길 건너편이 아예 색주가(방석집,니나노집)로 변해 있었다.  이 이야기 초반부에 인자와의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의 얘기에 나왔던 그 초량시장으로 올라가는 큰 길 옆에 좁다란 골목이 하나 있는데, 그 골목에서 첫번째 만나는 골목안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조그만한 사거리 대로쪽으로 자염이의 집이 있었다. 그 골목에서 미로같은 골목이 또 다른 쪽으로 이어지고, 그 끝쪽이 자염이와의 그 사건이 있은 골목의 시작점 마즌편에 지금의 초량 외환은행이 나온다. 물론 그 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국민은행에서 산쪽으로 올라가는 100여미터 거리이다. 그 와환은행 초량지점은 고교 입학할때 등록금 접수하던 은행인데, 내 동기인 지금의  LS그룹 사장이 등록금 내려갔다가 창구 여행원의 미모에 활딱 가 버려 몇날 며칠을 그 곳을 들락거려 4~`5년 연상의 처녀를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설명은 길었지만, 그 지세가 나중에 필요하게 되어서 미리 지도를 대충 그린 것이다.
이상 그곳 지세는 약간 다음 이야기 전개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자염이는 전혀 의도하지 않게 내 옆으로 왔다만 참 다루기 힘든 소녀임에는 지금도 만약에 그런다면 (그런 소녀가 내게 온다면)자신 없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대단한데다가 남자 즉 나한테 요구하는게 무조건 "온리 미"이다. 대신 그 만큼 날 챙겨도 주니 내가 어떤 기분인지는 나도 모른다. 별 표나지 않을 것 같앴지만 막걸리 마시려 나갈때 처럼 당돌하기도 한데다가 떠 어쩔 때는 순진무구 어린애 그대로였다.
자주 만나다보니 이 소녀가 참 예쁘다고 여겼는데 훗날 그녀의 생김새를 기억에 더듬어 그려보았지만 비슷한 얼굴도 그려내지 못 했다. 즉 한 미모하는게 첫눈에 화려한게 아니라 찬찬하게 들여다 보면  볼수록 더 더욱 이여쁜 미모였다.
그림 그리는 시각을 지닌 재능꾼이 이 토맥에 많지요. 이 소녀의 얼굴에 오목조목한 곡선의 미학은 아직껏 다시 본 적이 없네요. 코 끝에서 입술로 안으로 들어가는 선이며, 턱선이 누구는 버선코라는 말로 표현한 곡선이 있었지만 자염이의 얼굴의 미묘한 곡선은 어느 조각품에서도 못 본 아름다움이였다.
명화라고 자주 언급되는 안소니 퀸과 쥬리에타 마시나의 길(La Starada)이던가요. 그 백치미 여주인공의 얼굴과 가끔 오버랩되기도 하고요.
이제 별 볼일 없는 남정네와 예쁜 여자라는 거 빼고는 별로 쳐 줄것 없는 성질 나쁜 둘이 자주 만납니다.
음악실에는 한동안 같이 못 갑니다. 그래서 둘이 주로 바같에서 저녁담에 만나서 막걸리도 마시고 소주도 마십니다만, 그 데이터 경비는 거의 자염이가 부담합니다. 그리고 초량으로 둘이 같이 돌아옵니다. 지금 부산의 부둣길이라는 부산역 뒷쪽의 도로는 그 무렵 밤이면 인적이 없습니다. 청춘남녀 둘이가 걷기에는 너무 조용하고 또 적당히 밝습니다. 화단에 나란히 앉아 포옹을 해도 누가 지나가지 않고 차들의 왕래도 뜨문뜨문이라 참 좋은 길입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부둣길과 중앙로를 잇는 철길 밑 지하도로는 찻길과 인도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무렵에는 인도에 조명이 없어 완전 암혹이라 찐한 밀착도 가능했습니다. 참! 그 당시에 지금의 부산역 이전공사가 한창이라 길 건느는 완전 개발현장의 돌덩어리가 쌓여 있습니다.
그 즈음에 부산 화단의 거목이셨던 김종식 선생님(중학교 3년 동안의 은사이시고 미술반으로 끌어드린 분이시다. 지금 부산 인쇄업게의 중심지였던 동광동 40계단에 이어지는 남성여고 가는 골목에 김종식 선생 생가가 기념관으로 있다) 소개로 디자인사무실에 실습생으로 갑니다.
그 무렵 실습생은 점심 한끼 얻어 먹는게 대우의 전부였다. 나는 거기서 처음 홈자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세필이라는 가느다란 붓도 만졌다.
낮에는 염이는 학교이고 나는 디자인실 실습생이고 오후 늦게 거의 매일 둘은 만나서 찌지고 뽁고 지냈다면 좀 지니친 표현일까?
봄이 끝나가는 5월달에 9월에 군대 오라는 영장이 나왔다.
그걸 보고 자염이는 평소 2잔 마시던 소주를 넉잔 마시고 운다.
"늬 군대가면 나 어떻해? 죽을꺼야" 

Author

Lv.10 10 석두  실버
62,020 (72.9%)

석두(石頭)란 돌대가리이며 또한 碩頭이기도하다.

Comments

16 mamelda
설마하니 진짜 죽은건 아니겠졍 ㅡㅡ 
24 ★쑤바™★
호오....성격 참....대차네..ㅋㅋ 
10 석두
길의 사진을 보니 자염이란 소녀의 성격 한 단면으 확실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
어느 날 "미스타전, 여자들 긴머리 좋아? 짧은 머리 좋아?"질문하던 날 그녀의 머리카락은 내가 좋아하는 어께를 살짝 덮는 수준이였다. 난 당연히
"긴 머리"
다음날 그녀는 쥬리에타 마시나만큼 '숏캇트" 하고 나타나
주위에서는 예쁘다고 탄성이 나왔다만. ㅎㅎㅎ 
24 명랑!
'길'....
거인과는 아무일 없었나보죠? emoticon_006 
Banner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