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가족 가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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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가족 가출사건

10 석두 7 6,280
작년 9월16일 태풍 온다고 델고 온 길양이
어느덧 성숙해서 발정기가 와서 밤새도록 숫고양이 부른다고
옥상에서 마구 울어대다가,어느 날 문득 조용해지더니 20여일 지나니까
또 소란스럽습니다. 평소에도 4층 출입문을 열어놓아 옥상 가서 볼일도 보곤합니다.
일요일 간만에 혼자 산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생탁(탁주) 2통 사서 홀짝 홀짝 마시고
소주 좀 마시고 잤는데, 새벽에 양이 울음소리가 밖에서 나네요.
바깥도 길에서 나는 소리니까 4층 내 방에서는 먼 곳이지요.
아랫층을 내려가보니  건물 출입문이 훤히  열려있어 량이가 나간겁니다.
내가 사는 이 건물 마즌편(수도철강)과 옆(보국철강)이 규모가 큰 철강판매점입니다.
길에 나서니 마즌편 철강점 허술한 문짝 밑으로 량이가 나오는게 보여
"앵아!" 불렀드니 도로 쏙 들어가고는 다시는 나오지 않습디다.
분명히 내가 부양하는 고양이 같은데 말입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밤에 그 문짝 아래에 사료를 잔뜩 담아 두었는데
노란고양이가 어슬렁 나타나 주위를 맴돕디다.
두어시간 후 다시 가보니 그릇이 말끔히 비워졌습니다.
노란고양이가 먹었는지 나의 길량이가 먹었는지 모릅니다.
다음날 아침에 노란고양이가 사무실 옆 보국철강 문짝 아래로 나오다가
나를 보고 도로 들어갑니다.
오전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집 나간 길량이를 찾다가 결국 포기하고
바쁜 업무 끝내고 처음 길량이 주워왔던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생각합니다.
평소 길량이 데리고 온 걸 후회하는 마음 솔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 발로 나가주었음 하고 은근히 바랬는데
그래서 지가 나가고 속 시원할줄 알았느데 아니네요.
건물 밖을 한번도 나가보지 않았으니 나가는 순간 길 잃은 처지가 된게 아닐까?
그래서 돌아오지 못하는걸까?
문득 보국철강에 있던 노란고양이이에게 생각이 갑니다.
혹시 저 넓은 보국철강 어느 구석에 길량이가 춥고 배고파하며 떨고 있지 않을까?
햇반 빈 그릇에 낮에 남겨두었던 생선 몇쪽에 오뎅 등을 보태고
또 한개의 그릇에 고양이 사료 잔뜩 담아 이번엔 4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보국철강 안쪽에 놓아두었습니다.
혼자 술상을 차려 소주 한잔 마시고 내려다보니 어둠속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생선을 먹고있네요. 단숨에 내려가보니 노란고양입니다.
또 왔다.
그럼? 발정난 암고양이 찾아 온 놈인가? 이 안에 내 량이가 있는겔까?
고양이를 위협하니 안쪽으로 피합니다.
다시 올라와 술을 마시는데 재활용 버리고온 사무실 박선생이
보국철강 안에서 우리 량이 울음소리가 들리는것 같다네요.
다시 창가로 가서 내려다보는데 보국철강 안쪽에서 쎄덴 고양이 비명소리가 납니다.
부양가족 길양이 소리입니다.
내일 아침 8시에 보국철강 문을 영면 찾아봐야 겠구나.
내일 아침은 부산도 영하 5도인데, 춥고 배고프겠지만 날 샐때까지 기다려랴.
술 마자 마시고 잠 들었씁니다.
새벽바람소리가 시끄러워서인지 잠이 깾는데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네요.
량이가 자꾸 떠 오릅니다. 불을 켜보니 새벽 5시네요.
창가로 가보니 햇반그릇은 바람에 날려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아래로 내려가 문짝 사이로 크게 미친놈처럼 불렀습니다.
"앵아! 앵아!"
그랬더니  안에서 대답소리는 들리는데 나오지를 않네요.
가끔 한밤에 옥상에 있는녀석 부를때 사용하는 방법이 후랏시인데요.
불빛만 보면 쪼르르 오던 게 생각나서
후랏시 챙겨 다시 갔습니다.
과연 후랏시 불빛을 향해 앵이가 문짝 아래 고개를 내밉니다.
눈시울이 떳떳해집니다. 바로 지척에 두고 사흘밤을 떨었구나.
곱던 휜털은 잿색이지만 그래도 좋네요.
한 생명을 다시 챙기는게 앞으로 이 녀석 때문에 골 때릴 일도 참아야겠네요.
아니면 한번 가출 경험했다고 또 나가길 은근히 바랄까요.
며루치에 사료 듬뿍 먹고 물도 평소보다 많이 먹고는
지금 하늘 나라간 넨내가 덮고 자던 잠바 속에 들어가 정신없이 자고 있네요.
가출하여 새끼를 가졌는지 걱정됩니다.
(방금 잠깬 지저분한)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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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0 10 석두  실버
62,020 (72.9%)

석두(石頭)란 돌대가리이며 또한 碩頭이기도하다.

Comments

24 ★쑤바™★
앵이.....불빛 좋아하는 앵이...>_<
이젠 집 나가지 마러.....ㅠ_ㅠ 
4 color
자주 대리고 다니시면서 길을 가르쳐주셔야 할거같네요.. 
10 신리
후랏시 불빛을 좋아하는 앵이^^
돌아와서 다행...^^ 
5 해지
많이컷네요 고양이~
ㅋ 가출~ 돌아와요 집고양인^^ 걱정마세요~
새끼놓으면 절대 보지마세요;
주인이 봐두 숨겨버리거나 죽여버리더라구요;; 
10 까칠이
걱정 많이하셨겠어요 ㅜ_ㅜ 
6 쑤랭
돌아와서 다행이어요 ~ 
12 하루
그래도 돌아와서 다행이네요ㅇㅅ ㅇ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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