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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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22 KENWOOD 10 9,371
곡기를 끊고 항의단식에 들어간지 오늘로 100일째다.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느니, 오늘로 단식 며칠째라느니 도무지 말도 안되는, 몰상식한 일에 관심 갖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간 눈도 꿈쩍 않던 정치권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뒤늦게 '지율스님 살리기'에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1야당의 정책위원장 일행이 스님이 육신을 가누고 있는 정토회관을 찾았다. 또 몇몇 여야 의원들은 뒤늦게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촉구 결의안을 추진중이란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이어 청와대도 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는 것 같다.
어제 청와대에서는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이 '지율스님 건'을 노 대통령에게 중대사안으로 보고하였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전언이다.
내각 차원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해찬 총리가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난다는 얘기가 들렸고, 또 어제밤 늦게까지 이 총리가 지율스님을 '방문'하는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총리의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아마 '선물'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 아닌가 싶다.
'선물'이란 지율스님이 내 건 두 가지다. 천성산 터널공사 '발파작업 중단'과 '3개월간 공동 환경조사'. 이는 당초 스님이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을 인용해 주장했던 '터널공사 백지화'에서는 한참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공사를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스님의 이런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여러차례 환경조사를 했고, 현재 195미터 정도 파들어간 상황에서 환경 조사를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며 공사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금 노선은 2003년 국무총리실에서 최종 결정된 뒤 공사에 착수해 이미 600억원 가량의 공사비가 지출되었으며, 공사가 지연되면 한 해 2조원의 손해가 발생해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고 한다.
단측의 고민은 단 한 가지, 바로 돈 문제다. 스님의 목숨은 뒷전이다.
청와대 등의 고민은 이와는 또 좀 다르다.
돈도 돈이지만 이번 건에서 '항복'할 경우 전국에서 나타날 유사한 경우를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가장 큰 것 같다. 즉 당국이 정책적으로 결정을 내린 사안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단식 등의 형태로 번복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악선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지율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당장 어디어디에서 그런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다들 스님의 생명을 걱정하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선뜻 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스님의 '죽음'을 기다리는 길 밖에는 없다. 문제를 풀어낼만한 사람들 모두가 원튼 원치않든, 경위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걱정인 것은 스님의 의지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이다.
얼마전 경기도 모처에 일시 기거 중이던 스님을 만나러 찾아갔을 때 그곳 '보호자'도 스님의 간고한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스님 뜻대로 따르고 있다고 했다.
그제 정토회관으로 스님을 찾아간 서울경찰청장이 스님의 입원을 권고하자 정토회관측 유수 스님은 '스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정토회관측은 이미 스님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혹자는 스님이 현재 정신으로 버티고 있을 뿐 육체는 한계상황을 넘었다는 비관적인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에 대한 세간의 평은 유감스럽게도 엇갈린다. 도가 지나치다는 주장과 함께 순교자적 자세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모든 평가에 앞서 한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는 절박한 상황이다. 엄밀히 말해 '순교'도 아닌 죽음을 문명사회가 방관한 책임으로부터 이 시대의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스님의 죽음 '그 뒤'를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책임론은 자연스럽게 따라나오고 있다.
1차 타겟은 청와대와 현 집권세력이 될 것이 뻔하다. 지난번 이라크에서 비참하게 죽은 김선일씨의 예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 다음은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가 될 것이다. 논란을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한 '근본주의자'에게 목숨을 바치도록 강요 내지 방치한 대가를 분명 치르게 될 것이다.
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시대 지식인을 포함, 불특정 다수는 '도덕적 부채감'을 안게 될 것이며, 또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잘 판단해야 한다. 특히 청와대가 그래야할 것이다. 무엇이 득보다 실이 큰 지를. 대안노선을 택했을 때 드는 비용이 더 큰 지, 아니면 스님의 '죽음 그 후'에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이 더 큰 지를.
만에 하나 청와대가 지율스님 장례식을 맘 속에 떠올리고 있다면 그건 예상밖의 '참극'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미 스님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참극의 '공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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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별에서 아빠품으로 날아온 천사,,, 울아가,,,씨익*^0^*♥

Comments

3 이미영
조금 의문..ㅡ,.ㅡ* 
3 이미영
근데... 금식..이라.. 사람이 암것도 물한방울 안먹고 30일 이상을 살수 있나요? 
24 ★쑤바™★
흐음.......
갠적으론....빚돌언니 말에 동감함..-_-; 
9 oomoom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50131114530&s_menu=사회
emoticon_106 
8 한미소
지율스님의 원목적이.....가물가물~되고~ 두가지!를 잃을까봐 걱정이네요~ 
2 해피엔빈
만약 제게 이런상황이 생긴다면.....

지율스님만의 이야기가 아닌듯 하네요..우리모두가 피해자가 될수 있다구요...
아무쪼록....
정권이야 어찌되었던 알바 아니지만...
지율스님이 완쾌되길 바랍니다. 
22 KENWOOD
물론,,,빚돌님처럼 생각하시는분들이 많답니다,,,
하지만,,, 개나소나의 죽네사네가 아닌,,,
한 종교인으로서 현정권의 무책임한 행정에 대해 홀로고군분투하는투쟁이겠지요,,,
결과에 따른 피해사실을 우선적으로 연구하기보단,,,이익차익을 먼저 연구하는 졸속행정,,,
 
10 아수라백작
과연 환경조사가 공정하게 들어간것인지는 의문이네요,,,,
빚돌님 말씀도 맞는거 가꼬....하지만 개발속에 자연이 뒤쳐진다면,,,흐미 끔찍해요...ㅡㅡ; 
3 빚돌이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좀 도가 지나치다는 쪽인데,,
막말로,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도로 하나 새로 뚤을때마다,, 개나소나,, 금식선언하고
죽네 사네하면, 나라꼴이 어케 대겠어여, 
22 KENWOOD
세상이 참 아이러니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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