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배찬희
언제부턴가, 겨울에도 춥지 않았다.
사람들은, 옷감 짜는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도 했고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 더러는, 그 남자의 가슴에 그 여자를 품은 후부터라고도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유가 분분한 만큼, 겨울에도 심심찮게 제제거리는 새때로 하여
남자의 창가는 늘 통통한 햇살이 넘쳐흘렀다.
그랬다
겨울에도 살을 에는 바람은 아련한 추억 속에서나 뒹굴 거렸다.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한 치씩 높아간다고
뉴스는 날마다 앵앵거리며 싸이 랜을 불어댔지만
그 남자의 얼굴에는 어떤 그늘도 볼 수 없었다, 아니
춘삼 월 만개한 꽃들과 함께 노닐고 있었다.
이렇게 남자는 즐겨, 바보를 자처했지만
아무도 그를 바보라 말하지도, 생각지도 않았다.
-사랑의 힘은 위대한 기적을 낳는다?
더 이상 몸이 춥지 않은 겨울을 살면서
더 할 수 없이 마음 시린 봄을 기다리는, 그 남자
그 남자는 자주, 오 계절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춘 삼월에는 햇살이 머물고
오뉴월에는 바람이 쉬어가고
구시월에는 달디 단, 열매 향기가 농익어 터지는-
자연의 선물이 당연한 남자
그 당연함의 그늘에서 그는
언제나 미소가 탱탱한 여자,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노릇노릇 익고 있는, 아침 빵 굽는 내음처럼
그 남자의 마흔도 함께 익어서
흠, 하는 들숨이
"행복" 하고 날숨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그 남자의 불혹은
흘러넘치는 유혹을 들쑤셔
어느새 겨울을 통째로 펄펄
끓이고 있었기에
이제 겨울은 더 이상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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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감각적 향연이로구만..
하나하나 가슴을 들쑤시누나..